2. 계속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묵상을 하고 간단하게 맨손 체조를 한다.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켠다. 핸드폰을 손에 들고 인스타그램에 들어간다. 자기 전에 올린 내 피드의 반응을 살핀다. 별로 반응이 없다. 인친들의 게시물을 확인한다. 좋아요를 누르며 피드를 위로 위로 올린다. 그러다 어느 인친의 피드에 발을 멈춘다.
"드디어 책이 출간되었어요~"
"정말 축하드려요!"
댓글을 단다. 다시 피드를 위로 위로 올린다. 그러다 또 다른 피드를 만난다.
"드디어 출간 계약을 했어요~"
"어머, 정말 축하드려요~"
다시 한번 댓글을 단다.
핸드폰을 끄고 테이블에 뒤집어 놓는다. 마음이 이상하게 헛헛하다. 뭔가 틈이 생겨버렸다. 이제 내 글을 써야 하는데, 집중이 안된다. 나는 이미 비교와 부러움에 잠식되기 시작했다.
부러운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할 때부터 남들을 부러워하는 마음이 가장 큰 동력이었다.
남들은 너무 잘 사는 것처럼 보이고, 다들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이고, 글도 너무 잘 쓰는 것 같고, 계약도 척척, 출간도 척척 해낸다.
그에 비해 나는?
글 쓸 공간 하나 없는 곳에서 몸과 마음을 잔뜩 쭈그려 글을 쓴다. 요즘처럼 방학일 때는 글 쓰다 밥하고, 글 쓰다 청소하고, 글 쓰다 화장실 청소를 하고, 글 쓰다 아이들 공부를 봐주고, 글 쓰다 버럭 하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걸 왜 쓰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한없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재밌고 보람 있어서 쓰던 시기는 지났다. 이제 나도 괜찮은 결과물 하나 떡하니 내놓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다독이며 나 자신과 약속한 글을 쓰기 위해 아침마다 노트북 앞에 앉는다.
글이 안 써진다. 이럴 땐 인풋을 해줘야지. 읽다 만 책을 펼친다.
'어떻게 이런 문장을 썼을까? 어떻게 이렇게 묘사를 잘할까? 어쩜 이렇게 잘 썼을까? 이 정도는 써야 작가라고 불리는 것 아닐까? 나는 지식도 부족하고, 경험도 부족하고.... 나는 멀었다, 멀었어...... 진짜 부럽다.....'
비교가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그를 따라 부러움도 따라 들어온다. 두 녀석은 넓은 마음에 퍼질러 자리를 잡는다. 깔깔 거리며 웃는 소리가 그 공간을 가득 채운다. 마치 나를 비웃는 것 같다.
겨우 붙어있던 자존감이 고개를 든다. 그의 친구, 눈치가 자존감의 손을 잡아당긴다. 자존감은 그런 눈치를 본다. 그리곤 조용히 어두운 골방으로 들어간다. 비교와 부러움이 마음의 방에서 나갈 때까지 자존감은 눈치와 함께 조용히 숨을 죽인다.
운영하고 있는 글쓰기 모임 중에 매일 글을 써서 인증하는 모임이 하나 있다. 그 모임을 시작할 때 꼭 말하는 주의사항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절대 글을 비교하지 마세요."이다. 살아온 삶이 다르니 당연히 글의 질과 양이 다를 수 있다고, 깊은 글이 있고 넓은 글이 있다고 말해준다.
이 말은 사실이다. 내 인생을 다른 사람의 인생과 비교할 수 없듯, 글 역시 마찬가지이다. 비교에 잠식당하는 순간, 글도 삶도 앞으로 더 나아가기 힘들다.
그런데 어찌 글을 비교 안 할 수가 있을까? 누가 읽어도 좋은 글, 누가 봐도 재밌는 글을 읽으면 부럽고 비교가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잘 나가는 사람을 볼 때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비교하고 부러워하는 마음을 아예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을 비유하여 내 글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교 : 둘 이상의 사물을 견주어 서로 간의 유사점, 차이점, 일반 법칙 따위를 고찰하는 일.
비유 :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직접 설명하지 아니하고, 다른 비슷한 현상이나 사물에 빗대어서 설명하는 일.
비슷한 듯 다른 비교와 비유는 삶에도 글에도 없어서는 안 되는 개념이다.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삶도 글도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부러운 마음이 너무 커져서 내 마음을 잠식시키려 한다면 비교를 잠시 내려두고 비유하는 게 더 좋다.
부러워하는 내 마음을 무엇에 비유하면 좋을까?
작은 알갱이 같던 이스트가 빵을 커다랗게 부풀리는 것과 비슷할까?
아니면 작은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날아가 온통 샛노란 민들레 밭을 만드는 것과 비슷할까?
그것도 아니면, 뽑고 또 뽑아내도 다시 자라나는 잡초는 아닐까?
글을 비교하는 대신 비유하는 문장으로 한 줄 쓰고, 또 한 줄 써 간다면 계속 글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가을에 출간 계획인 원고를 퇴고하고 있는 요즘, 나는 중얼중얼 주문을 외운다.
'잘 쓰고 싶다, 잘 쓰고 싶다, 진~~~ 짜 잘 쓰고 싶다.'
잘 쓰고 싶은 마음을 붙들고 밥을 하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쓰레기를 버린다. 아이들에게 숙제를 내주고, 책을 읽어주고, 간식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틈틈이 마음속 공간에 문장을 쓴다. 비교하느라 바쁘던 마음속엔 어느새 비유의 문장으로 가득 채워진다. 의자에 앉아 마음속 문장들을 들추며 노트북에 옮겨 적는다.
일상을 영유하는 동안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을 놓지 않는다면, 비교의 마음도, 부러움의 마음도 결국 글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