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계속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
인기 있는 책의 작가님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국문학과, 문예창작학과를 전공했거나 방송작가 경력이 있거나 오랫동안 문학이나 국어를 가르친 분들이 많다. 아무나 글을 쓸 수 있고 책을 출간하여 작가가 되는 시대가 되었지만, 전공자나 경력자의 문장은 뭔가 다르다. 배운 티가 난다고 해야 하나....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10년 넘게 경력이 단절되었지만, 간호학을 전공했고 병원에서 일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가족들이 위급한 순간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일이 아닐까?
글을 꾸준히 쓰고, 책을 직접 만들지만 내 안에서 사라지지 않는 소리가 하나 있다.
'나는 전공자가 아니라서 아직 많이 부족해.'
이 소리의 볼륨이 커지면 나는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진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무엇을 위해 글을 쓰고 있나, 이렇게 쓴다고 누가 알아주나, 왜 글을 쓰고 있나....'
원론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 시작하면, 글쓰기가 더더욱 어려워진다.
'내가 그렇지 뭐. 글을 배워본 적이 없으니 글을 이어서 쓸 힘도 부족한 것이지. 나는 아직 멀었네, 멀었어.'
결국 자기 비하로 번진다. 이런 자기 비하의 늪에 한번 빠지기 시작하면 다시 나오기가 영 힘들다. 이것이 자존감의 문제라는 걸 최근에 알았다. 그 분야를 전공했거나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기 비하의 늪에 빠지는 것이다. 그 자존감은 역시 어린 시절과 연관되어 있고, 성취의 경험과도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얼마 전 두 번째로 코칭했던 작가님의 책이 출간되었다. 기획과 목차부터 표지와 내지까지 코칭한 후 전자책과 종이책으로 만들어 출간했다. 올봄부터 시작했는데 8월에 출간했으니, 그 여정이 결코 쉽진 않았다. 작가님이 가장 힘들어했던 시기는 초고를 쓸 때와 출간하기 직전이었다.
초고를 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책이 될 수 있는 분량의 글을 기획과 목차에 맞춰 써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고가 있어야 퇴고를 할 수 있고, 그래야 책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초고를 쓰면서 작가님은 여러 번 포기하고 싶다고 하셨다. 너무 바쁜 일상도 한몫했지만, '내가 무슨 책이야, 아직은 아닌가 봐...'라고 생각하곤 하셨다.
드디어 초고와 퇴고를 끝내고 전자책과 종이책으로 등록하기 직전에도 작가님은 두려워하셨다. 내용이 너무 엉망인 것 같다고, 너무 부실한 것 같다고, 욕먹을 것 같다고 두려워하셨다.
공채 아나운서 경력도 있으시고, 13년간 스피치 강사로 일하신 경력도 있으신 분인데 왜 이렇게 자신감이 없으실까.... 이해할 수 없었다. 평소엔 정말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작가님도 알고 보니 자존감이 많이 낮으신가 봐요....."
"네. 맞아요. 사실은 저 자존감 엄청 낮아요. 어렸을 때부터 지지를 많이 받지 못하고 컸거든요."
나는 작가님의 모습에 나를 투영시켰다.
'내가 무슨 작가야....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데.... '라고 스스로를 깎아내릴 때마다 나에게 밧줄을 던져주던 사람들이 있었다.
"작가님, 글 잘 보고 있어요. 저는 작가님의 글을 보며 힘을 얻어요." 라며 매번 조용히 글만 읽고 지나가다 잠시 멈춰 흔적을 남겨주시는 분들.
"작가님 책 재밌게 읽었어요. 많이 공감했어요." 라며 의기소침해진 마음에 용기를 주시는 분들.
이 말들은 자기 비하의 늪에 빠져있던 나에게 드리워진 밧줄이었다. 응원과 공감의 문장이 얽히고설켜 튼튼한 자존감의 밧줄을 만들어주었다. 나는 매번 그 밧줄을 붙들고 자기 비하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작가님 글 좋아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자신감 가지세요. 글이 별로였다면 종이책으로 만들자는 말도 안 했을 거예요!"
내가 독자들에게 받았던 목소리 그대로 작가님께 되돌려드렸다. 내가 전한 진심의 소리가 튼튼한 밧줄이 되기를 바라면서.
발표 불안을 가진 사람은 스피치를 진지하게 대하며 성의 있게 준비하고, 연습도 많이 해보기 때문에 더 좋은 스피치를 할 수 있다고
수강생들에게 이야기합니다.
발표 불안은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
발표를 더 잘하게 해주는 요소’입니다.
[따뜻한 스피커의 보이스스피치코칭, 김문영 저]
작가님의 책에는 발표불안에 대한 글이 있다. 발표 불안이 있는 사람들은 발표를 잘하기 위해 더 연습하고 노력하며, 더 준비한다는 글이었다. 발표 불안은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발표를 더 잘하게 해주는 요소라는 문장을 읽고, 큰 위안을 받았다.
내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오히려 더 노력할 수 있고, 그것이 나를 더 발전시켜 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나는 글을 쓸 때마다 네이버 검색창을 띄어둔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어휘를 검색해 보거나 유의어, 반의어를 검색해본다. 조금 더 특별한 단어가 있지는 않는지 검색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까지 점점 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러다 '난 전공자가 아니니까....'라는 자기 비하의 늪에 빠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늪에 빠져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독자의 응원과 내 부족함을 채워줄 노력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계속 쓸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