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작가라는 무게를 견디기 위해
“작가님, 저 브런치 합격했어요~”
초고 클럽에 참여해 처음으로 긴 호흡으로 글을 쓰신 분의 메시지였다. 그분이 초고 클럽에 들어오셨을 때 목표가 ‘브런치 작가 되기’였으니, 소정의 목적을 이룬 셈이다.
“정말 축하해요~”
나를 비롯해 함께 글을 쓰고 있는 원우들의 축하가 이어졌다.
이제는 브런치 북 만드는 법과 투고하는 법을 알려드릴 차례이다. 어떻게든 이 분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님, 출판사에서 메일이 왔어요. 저희가 투고한 글 중에 제가 쓴 파트를 보고 기획하던 책과 맞아떨어졌대요. 어떡하죠?”
함께 공동 매거진에 글을 쓰다 투고까지 한 작가님의 메시지였다.
“어머 작가님 무조건 하셔야죠~ 정말 축하해요~ 역시 보는 눈이 있네요.”
작가님은 우리가 함께 출간할 책과 함께 아이의 문학적 정서를 함양시킬 책을 쓰고 계신다. 한 번씩 피드백 좀 해달라며 원고를 보내시는데, 내용이 너무 좋아서 빨리 책을 읽고 싶어 진다. 작가님이 정말로 잘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님, 브런치 제안하기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청소년 대상으로 말하기 책을 기획하고 있는데 제 브런치 글을 보고 연락했대요. 어쩌죠?”
최근에 책 만들기 코칭을 통해 종이책과 전자책을 출간하신 작가님의 메시지였다.
“어머어머 정말 잘 되었어요. 성인을 위한 스피치 책을 지금 딱 썼으니 더 잘 된 일 같아요. 역시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오네요.”
“이 책도 겨우 썼는데 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하실 수 있고 말고요. 서로 기획을 조율해봐야겠지만, 충분히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작가님은 이번에 쓴 원고를 먼저 출판사에 보냈고, 내용을 청소년 대상으로 바꿔서 쓰면 될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 작가님은 지금 다음 책의 초고를 쓰고 계신다.
함께 글을 쓰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분, 함께 글을 쓰다 출간까지 하신 분들이 꽤 많다. 특히 sns에서 만난 분들 중에 나로 인해 작가가 될 수 있었다고 말하는 분들이 계신다.
“작가님, 저 이번에 책 나왔어요. 작가님께 꼭 미리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요. 작가님 덕분에 글을 쓰고 책을 쓸 수 있었어요.”
네이버에서 만난 이웃, 브런치에서 만난 독자, 인스타그램에서 만난 인친….
나로 인해 글을 쓰기 시작했고 책을 출간하고 작가가 되었다며 연락을 해온다. 나는 그럴 때마다 기분이 이상하다. 나는 작가보다 기획자가 더 어울리는 것일까??
글을 쓰다 보면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보인다. 본인은 그 이야기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못하지만, 책을 쓰는 작가의 눈과 책을 만드는 편집자의 눈과 책을 읽는 독자의 눈을 가지고 있는 나는 특별한 이야기가 잘 보인다. 그때마다 꼭 건네는 말이 있다.
“출판사에서는 글을 잘 쓰는 사람 말고 이야기가 있는 사람을 좋아해요. 글 쓰는 법은 배우면 되지만 이야기는 만들어낼 수 없어요. 당신은 이야기를 품고 있어요.”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워낙 많다. 브런치 글만 보더라도 좋은 글은 넘쳐난다.
하지만 정말 좋은 문장을 쓰고 또 써도 아무런 기회가 없을 수 있다. 좋은 문장으로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유명해져야만 한다.
글을 잘 쓰진 못하지만 이야기를 품고 있다면 말이 달라진다. 문장은 다듬으면 되고 맞춤법은 교정하면 되니까. 성공 스토리, 실패 스토리, 나만 알고 있는 방법, 남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이야기들은 좋은 책의 소제가 되어준다.
5년 동안 기획 출간을 하고, 독립 출간을 했지만 한 번도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했다. 내 책을 한 번이라도 읽어본 독자들은 “너무 좋았다”라고 하지만, 거기서 더 넓어지진 못했다.
무명작가의 한계이기도 하고, 이미 내 이야기를 모두 써버려서 더 이상 쓸 이야기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러 사람을 들쑤시고 다닌다.
“브런치 작가 되는 법”을 ppt로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고, 좋은 이야기를 품은 사람을 보면 “기획서 쓰는 법”을 알려주고, 투고하는 법도 알려준다.
꼭 책을 쓰시라고, 당신은 쓸 사람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누구는 이런 날 보며 영상 강의를 만들어 돈을 받고 팔아보라고 한다. 또 누구는 무료로 배포하지 말라고도 한다. 그게 모두 지적 자산이고 경험으로 얻은 지식인데, 너무 쉽게 알려주는 것 아니냐고 한다.
그럴 때마다 글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나의 처음을 떠올린다. 글을 쓰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몰라 막막했던 나의 처음.
글에 대한 고민도 털아놓을 사람이 없었고, 피드백받을 곳도 없었던 처음.
간절한 마음을 너무 잘 알기에, 열정에 페이를 매기고 싶지 않다.
나는 여전히 무명작가지만, 여전히 글을 쓴다. 좋은 문장을 쓰고 싶고 좋은 책을 쓰고 싶다. 나의 이야기를 다 써버려 더 이상 쓸 이야기가 없으면, 이야기를 직접 만들기도 하면서.
나는 누군가가 글을 쓰도록 만들기도 한다. 기획자도 아니고 출판사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야기를 품고 있는 사람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겠다.
“당신이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 말은 진심이다.
당신이 꼭 잘 되어서, 오다가다 만난 나의 말을 기억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