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밀라노, 오! 밀라노!

3장. 유럽은 처음이라서

by 선량

방글라데시와 인도에서 10년을 살았지만, 유럽은 커녕 그 언저리에도 가보지 못했다. 유럽은 처음이라서 그런지 심장이 너무 뛰어 울렁거리기까지 했다. 남편의 불안증상이 나에게 전이된 것 같았다. 행여나 내 입에서 마늘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닌지, “하~아~” 하고 입김을 불어보았다. 마스크에 닿은 입김이 내 콧속으로 훅~ 들어왔다. 마늘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눅눅한 입냄새가 났다. 그건 몇 시간 동안 쓰고 있던 마스크에서 나는 내 고유의 냄새 기도 했다.


11시간 동안의 비행을 마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해 짐을 들고 내렸다. 노트북이 든 백팩과 작은 크로스 백, 이것 저것 먹을거리와 아이들 학용품이 든 에코 백까지. 두 아이가 메고 있던 가방과 홍 군의 기내용 캐리어까지. 짐이 만만치 않았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밀라노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검색대를 지나야 했다. 짐 검사를 위해 모든 짐을 검색대 위에 올려 두었다. 이미 인천 공항에서 아무 일 없이 통과했기에 이번에도 특별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 가방이 통과되고, 노트북과 태블릿도 통과되고, 크로스 백과 에코 백도 무사히 통과되었다. 그런데 홍 군이 들고 왔던 캐리어가 통과되지 못하고 있었다.

승객의 짐을 검색하던 직원들이 그의 캐리어를 들고 저쪽으로 갔다. 여러 사람이 모여들더니 자기들끼리 한참을 쑥덕거렸다. 캐리어를 다시 칸막이 안으로 가져가더니 캐리어를 열고 짐을 뒤지기 시작했다. 홍 군의 옷가지와 초라한 속옷이 보였다. 쑤셔 넣어두었던 김과 오징어가 튀어나왔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저 난리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문제 될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을 텐데…. 옆에서 기다리던 아이들은 지쳤는지 한쪽 구석에 주 구리고 앉았다.

점점 짜증이 밀려왔다.

‘동양인이라고 우리를 무시하는 것인가? 별것도 없는 가방을 왜 자꾸 뒤지고 그러는 거야? 이게 바로 사람들이 말하던 동양인 비하, 인종차별인가? 우리 지금 인종차별당하고 있는 거야?’

별의별 생각을 하며 멍하니 서있었다. 여기가 인도였다면 어땠을까? 우리는 분명 대놓고 짜증을 냈을 것이다. 보딩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따졌을 것이다. 별거 없는데 왜 그러냐고 한 마디를 더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독일 공항에서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유럽은 이상하게 사람을 쫄리게 만들었다. 나 스스로가 나를 비하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참을 뒤지던 그들이 발견한 것은 바로바로…. 홍 군이 어딜 가나 들고 다니는 소형 드라이어!

자세히 보니 그 드라이어가 꼭 작은 총처럼 생겼더라….

다행히도 그들은 웃으며 캐리어를 건네주었다. 홍 군은 풀어헤쳐진 짐을 다시 꾹꾹 눌러 담았다. 밀라노행 보딩 타임이 겨우 10분 남아 있었다.

걷고 또 걸어도 탑승구가 보이지 않았다. 보딩 타임 2분을 남겨두고 짐을 들고 뛰었다. 공항의 가장 구석진 곳으로 가니, 드디어 이탈리아 사람들이 보였다. 휴~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하지만 탑승 시간이 지났는데도 탑승 수속을 시작하지 않았다. 30분을 기다린 후에야 수속이 시작되었다.

분명히 여기는 유럽인데, 인도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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