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네 번째 공간:이탈리아 남자는 모두 잘생겼을까

3장. 유럽은 처음이라서

by 선량

“이탈리아 남자들은 모두 잘생겼대. 모두 모델급이래. 그리고 한국 여자를 특히 좋아한대.”


한국을 떠나기 전 들었던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설레기엔 충분했다. 유럽 여러 나라의 동양인 비하 사건을 접할 때마다 겁을 잔뜩 먹었었는데, 잘생긴 데다 친절하기까지 하다니. 게다가 한국 여자를 좋아한다니. 찌라시마냥 잔뜩 부풀려진 과장일지라도 진실이라고 믿고 싶었다.


노보텔에서 하루를 묵고 밀라노 시내에 있는 단기 숙소로 이동했다. 가지고 온 짐이 많아 회사 차 두 대가 와서 옮겨주었다. 우리가 묵게 된 곳은 지하철과 트램, 버스가 다니는 도시 중심가였다. 한국에는 없는 생소한 트램의 모습이 낯설고 시끄러웠지만, ‘미스터 선샤인’의 주인공이 된 것 마냥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우리가 잠시 묵게 된 이 숙소는 4층 건물로 된 아파트형 숙소였는데, 방 하나에 거실 하나, 침대 하나와 침대형 소파 하나 그리고 주방이 전부였다. 그래도 방에는 문이 달렸고, 거실이 넓은 편이라서 부산의 숙소보다는 더 넓었다. 이 숙소 로비에는 건물주처럼 보이는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종종 앉아 있었다.

“부온 조르노(Buon Giorno!)”, 챠오 (Ciao!)” 하며 어찌나 밝게 웃으며 인사를 하던지 괜스레 나까지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영어를 못 하는 할아버지와 이탈리아어를 못하는 나. 서로 통하지 않은 언어와 바디 랭귀지로 의사소통했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안녕, 고마워” 이 한마디와 밝은 웃음은 사람을 한 없이 너그럽게 만들었다.


마트에서 바구니에 잔뜩 물건을 담아 계산대 앞에 섰다. 허리를 구부려 바구니에 담긴 물건을 꺼내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때 뒤에서 불쑥 손이 내려왔다. 그러더니 내 물건을 꺼내 계산대 위에 올려놓는 것이 아닌가?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마스크 뒤에서 씩 웃는 중년의 이탈리아 남자.

심쿵!!!

그의 모습 뒤로 “콜라 좀 사 와~”라고 말하며 나 혼자 마트로 보낸 홍 군의 얼굴이 떠올랐다. 비교하고 싶진 않았는데 자꾸 비교가 된다….


“이탈리아 남자들 정말 친절하죠? 이탈리아 말로 “예쁘다”는 말이 “벨라”인데요, 한국 여자들만 보면 “벨라, 벨라!” 한답니다. 그런데 그거 속지 마세요. 이탈리아 남자들 원래 그렇거든요. 저도 이탈리아에서 유학할 때 정말 많이 들었어요.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니까, 절대 속지 마세요.”



온라인으로 수강 중인 이탈리아어 왕초보탈출 선생님인 실비아 선생님의 말을 들은 후, 지금까지 나에게 미소와 친절을 베푼 이탈리아 남자들이 떠올랐다. 그럼 그렇지, 중년의 여자에게 추파를 던질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이탈리아 여행을 해 본 한국 여성들이 나에게 자주 묻는다. 이탈리아 남자들은 원래 그렇게 자주, 쉽게 아무에게나 추파를 던지냐고. 우연히 눈이 마주친 이탈리아 남자가 내 애인한테도 못 받아 본 세상 달콤한 미소를 날리는 바람에 얼굴이 발개졌다는 이야기, 배낭여행 중이라 걸인과 다름없는 행색인데도 자신이 본 어떤 여인보다 아름답다며 말을 걸어오는 이탈리아 남성을 보며 자기를 놀리는 건가 싶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중략)….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냥, 다 진심이다.”
[이탈리아의 사생활, 알베르토 몬디]


사랑을 위해 사는 남자들. 친절한 미소와 행동이 습관이 된 사람들. 외모가 아니라 행동이 잘생긴 남자들. 그들이 바로 이탈리아 남자였다.

물론 모델처럼 잘 생긴 사람들도 많다.


우리 홍 군도 사랑 하나에 목매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 기억도 안 나는 걸 보니, 사랑은 현실이 되고 먹고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되어버린 것 같아 많이 씁쓸하다.


우리의 삶에서 사랑을 빼면 뭐가 남을까?

사랑의 가치보다 물질이 우선시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서로에 대한 온기 보다도 차가운 플라스틱 카드를 더 선호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보다 차가운 카카오톡 메시지가 편하다.

낯선 밀라노에서 우리의 사랑을, 따뜻한 온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이상하게 친절한 이탈리아 사람들을 보며 조금의 희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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