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개 다 글감 ( 열무김치)
한국은 김장철이죠.
밀라노에서 배추를 구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다행스럽게도 김장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시장에 오다가다 김치를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보이면 자동으로 멈춰 섭니다. 그리곤 잠시 고민해요.
‘내가 지금 저걸 사면 김치를 담가야 하는데 그럴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나?’
그러다 보면 마트에서 비싸게 사다 먹던 종갓집 열무김치와 비비고 김치의 가격이 떠오릅니다….
네… 많이 비싸죠…
내 노동으로 생활비를 아낄 수 있다면 없는 시간 쪼개야죠. 저는 주부니까요.
해외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저는 결혼한 지 1년 즈음된 새댁이었어요. 그러니 김치 담그는 법도 몰랐지요. 네이버에게 물어보고 옆집 언니에게 물어물어 김장을 했었네요. 액젓을 들이부어서 옆집 언니가 놀라 뛰어왔던 기억도 납니다.
혹시나 재료가 부족할 까 봐, 배추가 잘 절여지지 않을까 봐 얼마나 노심초사했던지요.
해외생활 10년 차가 된 지금은….
정말 대~~ 충 합니다.
마늘 몇 알 대충, 생강도 파우더로 쪼끔, 새우젓은 없으니 패스, 비싼 멸치액젓은 필요한 만큼만, 엄마가 보내준 고춧가루는 많이~
어제는 먹다 남은 어묵 국물에 밀가루를 넣어 밀가루 죽을 만들어 넣었어요.
네. 쌀가루가 없더라고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는다죠.
대~~ 충 해도 먹을만하면 그만이니까요.
완벽하게 재료 준비해서 완벽하게 절여서 완벽하게 만들려고 하면, 아예 시작을 못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쩜 이리 글쓰기와 같은지요.
완벽하게 준비해서 쓰려고 하면 오히려 아무것도 쓰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냥 지금 가지고 있는 재료로, 대~~ 충 한번 써보세요.
시간이 좀 지나면 김치가 의외로 맛있듯,
글 역시 기대치 않게 맛있게 익을 겁니다.
특히 쓸 거리가 없을 땐 음식에 대해 써보세요.
추억 속의 음식, 우리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 이제는 먹을 수 없게 된 음식, 날씨의 변화에 따라 떠오르는 음식….
음식만큼 공감을 받는 글감이 또 있을까요?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음식이 가장 맛있듯,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글이 가장 공감받을 수 있습니다.
공감은 글을 쓰게 만들어주는 가장 좋은 원동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