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기술

남부프랑스 여행길에서

by 선량

유럽에서 크리스마스는 가장 큰 명절입니다. 객지에 살고 있는 자녀들이 부모님 댁으로 돌아가 적게는 3일, 많게는 일주일 동안 온 가족이 함께 지낸다고 해요……마치 우리나라의 설날처럼요….

유럽은 가족 중심이 아니라 개인 중심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 저 멀리 사는 자식들이 선물을 바리바리 싸들고 고향집으로 향하는 모습은 동양의 효 사상과 다를 바 없어 보였습니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되면 가게들이 문을 닫아요. 우리나라처럼 연휴 기간이 ‘대목’이라는 개념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연휴 기간 동안 밀라노에 있으면 갈 곳도, 할 일도 없지요. 마트도 식당도 모두 문을 닫으니까요.


저희도 이번엔 여행을 가보기로 했어요. 유명한 곳은 두 달 전부터 이미 예약이 다 찬다고 해요. 저희는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겨우겨우 행선지를 정했는데요, 바로 남프랑스 샤모니라는 곳이었어요.


Chamonix
정식 명칭은 샤모니 몽블랑(Chamonix Mont Blanc)이다. 프랑스 동남부, 몽블랑 산괴(山塊)의 서쪽, 표고 1,037m의 소도시이다. 알프스 산맥 중 세계적으로 유명한 등산 근거지로 하계에는 산악인들의 등산행렬이 줄을 잇고 동계에는 동계 스포츠의 중심지로서 수만 명의 손님이 방문한다. 1924년 제1회 동계 올림픽 대회가 개최되었으며, 1960년에는 역시 제1회 유니버시아드 동계 대회가 열렸다. 시의 동북 측 교외 부셰(Bouchet)의 숲에서 몽블랑을 바라보는 경치는 절경이며, 행락시설이 있는 인조 호수도 있고, 세계 최고의 로프 웨이도 있다.


밀라노에서 차로 3시간만 가면 도착하는 곳으로 알프스 설경을 볼 수 있는 곳이랍니다. 그동안 프랑스 학교에 다니며 배운 프렌치를 써먹을 기회이기도 했지요. 엄마와 아빠는 프렌치를 못하나 너희들이 통역해줘야 한다!! 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샤모니에 가면 스키를 타야 한다는데 스키장 근처에도 안 가본 저희는 눈썰매라도 타고 올 생각이었어요.



오랜만의 여행에 잔뜩 흥분되어 짐을 바리바리 들고 출발했습니다. 국경을 지나 굽이굽이 산악지대를 넘어가며 옆으로 지나가는 몽블랑을 보며 감탄을 했지요.


그런데 3시간이면 도착할 줄 알았던 샤모니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분명 미리 사진으로 봤을 때는 꽤 큰 마을이었는데 저희가 가는 길에는 아주 작은 마을만 아기자기하게 있었어요.


해가 뉘역뉘역 넘어갈 때 즈음에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주인 할머니와 아이들이 프렌치로 대화를 하며 통역을 해주었어요. 그리곤 컵라면에 김치를 먹으며 다음날 뭐 하고 놀지 헤아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숙소에서 샤모니까지 1시간이 걸리는 것이었어요. 여기가 샤모니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샤모니에서도 산 하나를 넘어온 것이었죠.

저희가 있는 곳은 바로 ‘Praz -sur- Arly’ 였습니다.

Praz- sur- Arly, 남프랑스 작은 마을

남편이 위치를 확인하지 않고 숙소를 정한 결과였습니다…. 별 수 있나요? 그냥 있는 자리에서 열심히 즐겨야죠~~




다음 날 차를 타고 산을 내려가 보았어요. 그런데 가는 곳마다 입이 딱~~ 벌어졌어요.

Megève, South France


우연한 곳에서 너무나도 아름다운 장소를 만난 저희는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어요.

숙소를 잘못 예약하지 않았다면 절대 볼 수 없었을 풍경이었지요.

chamonix

진짜 샤모니로 가서 신나게 눈썰매를 탔습니다.

방글라데시와 인도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아이들의 첫 눈썰매였어요.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니,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산을 넘어 숙소로 돌아가는 길,

작은 마을로 들어가는 다른 길이 하나 있었어요.

원체 별다른 계획 없이 여행을 하는 저희인지라 일단 가보기로 했지요.


saint Gervais

그곳도 역시나 처음 들어본 곳이었어요. 반짝이는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따뜻하게 감싸주는 곳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우연이 가져다준 아름다움에 마음이 숙연해졌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우연이란 없지요.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아름다운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그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장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작은 실수로 옮겨진 발걸음이지만, 실수에 집중하기보다는 풍경에 집중할 때 그 장소는 나에게 필연이 되지요.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요?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곳의 지명을 아이에게 배우며 저는 꼭 다시 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나만의 글감으로 삼겠다는 다짐도 해보았어요.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가장 좋은 기술은 바로,

글쓰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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