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이들을 위한 글방은 없나요?

1. 선미

by 선량



지금까지 사용해본 sns라고는 싸이월드와 카카오스토리에 사진을 올리는 것이 전부였던 선미는 글쓰기 모임 신청을 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에 가입을 했다.

남들이 다 한다는 페이스북조차 하지 않았던 이유는 회사 사람들을 sns에서까지 만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젊은 사람들은 서로의 sns를 통해 회사 밖의 소식을 은밀히 공유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중에 차 대리는 팔로워가 5만 명이 넘는 인플루언서였다. 이제 입사 5년 차인 차대리는 우리 회사 제품을 포함한 다양한 화장품을 직접 사용해본 후 별점 리뷰를 올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가장 좋은 평점인 별 다섯개부터 가장 낮은 평점인 구름까지. 아무리 협찬을 받은 제품이라 하더라도 차대리는 자신의 주관적인 의견에 따라 평점을 매겼는데 의외로 그것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별 다섯개를 받은 화장품 매출이 상승했기 때문이었다. 회사에서도 그런 차대리의 능력을 높이 사서 신제품 마케팅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선미는 sns 세상을 저세상 별나라 같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도 생소했고, 남들이 다 볼 수 있는 오픈된 공간에 자신의 사진을 떡 하니 올리거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쓰는 것이 남사스러웠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sns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주기를 바랐다. Sns를 하지 않는 직원들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 뒤처진 사람으로 취급받기도 했다.

방문판매 업계에서 매니저들을 직접 교육시키고, 고객들을 직접 만나 발품을 팔았던 선미에게는 나름의 신념이 있었다. '화장품 마케팅은 말이 아니라 발이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선미의 신념은 요즘 mz 세대에겐 전혀 통하지 않았다. Mz 세대는 발보다 말이 우선이었고, sns는 말을 전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 되었다. 특히 코로나 이후엔 방판업계가 소멸 직전까지 갔었다. 중국에서 없어서 못 팔던 화장품들이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고, 방판 관련 사업이 힘을 잃게 되면서 회사도 적자를 심하게 보게 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적자를 매꾸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인력감축이었다. 선미는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희망퇴직자에 손을 들었고, 20년 다녔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랬던 선미가 인스타그램에 가입을 한 이유는 선량한 글방 참가 신청서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써달라는 내용 때문이었다. 글쓰기와 sns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선미는 원래 선생님이 시키는 것은 곧이곧대로 해야 하는 FM 같은 학생이었다. 이번에도 하라는 데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고민하다 어렸을 적에 자주 사용했던 @doremi라는 아이디를 만들었다. 선미는 자신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만들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이상하게 가슴이 콩닥 거렸다.



팔로워도 0, 팔로잉도 0인 계정이 갑자기 1로 바뀌더니 띠링 알람이 울렸다. 도대체 어디서 온 알람인지 알 수가 없어서 핸드폰을 멍하니 쳐다만 보았다. 겨우겨우 오른쪽 위에 있는 번개 모양에 빨갛게 표시된 알람을 발견했다. 선량 작가라는 사람이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선미님 안녕하세요. 선량한 글방의 선량 작가입니다. 글쓰기 모임 신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주말에 단톡방 만들어서 초대드릴게요. 본명으로 활동하셔도 되고 필명을 하나 만드셔서 활동하셔도 됩니다. 그럼 주말에 연락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그 메시지를 받고 나서야 선미는 자신이 무엇을 한 건지 실감이 났다. 평생 글이라고는 카카오톡에 쓴 글이 다였는데, 회사 다닐 때는 보고서에 쓴 글이 다였는데 선뜻 글쓰기 모임에 신청을 한 것이었다. 정신이 번쩍 든 선미는 선량 작가에게 답장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사실은 중학생인 딸아이의 글쓰기 수업을 찾아보다가 작가님을 알게 되었어요. 제가 직접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신청을 하게 되었네요. ….
혹시 아이들을 위한 글방은 없나요?]


선미는 그때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처음 사용해 보았다. 이렇게 모르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난생처음이었던 선미는 선량 작가에게 보낸 메시지 중에 예의에 어긋난 부분은 없는지, 맞춤법이 틀린 것은 없는지 신경이 쓰였다.

선미는 자신이 보낸 메시지를 다시 읽어 보았다. 뭔가 이상했다. 자신이 생각하며 썼던 글이 아니라 전혀 다른 의도의 글인 것 같았다. 그러니까 선미는 아이들을 위한 글쓰기 수업은 없는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자신이 쓴 문장은 거기에서 한참 벗어난 것 같았다. 뭐가 문제일까? 선미는 자신이 쓴 문장을 소리내어 읽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사실은 중학생인 딸아이의 글쓰기 수업을 찾아보다가 작가님을 알게 되었어요. 제가 직접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신청을 하게 되었네요. …. 혹시 아이들을 위한 글방은 없나요?”


소리를 내어 읽는 와중에 선미는 귀에 덜컥 걸리는 문장을 발견했다. 바로 “제가 직접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라는 문장이었다.


‘이 문장을 당사자가 읽는다면 얼마나 낙심될까?’


선미는 덜컥 겁이 나 났다. 자신이 무심코 쓴 문장 때문에 상대방이 상처를 입을까 겁이 났다. 역시 글은 나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생각하며 신청을 취소하겠다는 메시지를 쓰기 시작했다.


[선미님 안녕하세요. 사실은 저도 이번 글쓰기 모임이 생에 처음이에요.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글방을 할 수 있을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저처럼 어른을 위한 글방을 시작했으니, 함께 참여해 보시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을 위한 글방도 준비해 보겠습니다. 선미님께서 이번에 함께 글을 써보신 후에 직접 자녀 분에게 글쓰기를 알려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선미는 그 메시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은서를 위해 한 것이라고는 학원에 보내고, 집에 와서 밥을 차려주는 일이 전부였다. 어렸을 적에는 함께 동화책도 읽었지만, 초등학교에 간 이후로는 그런 시간도 소흘해졌다.

글 잘 쓰는 방법을 배워서 아이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 아이에게 글쓰기를 가르쳐 줄 수 있다면 엄마로서의 자존감도 지키고, 아이가 어렸을 때처럼 좀 더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지 않을까?


선미는 취소하고 싶었던 글쓰기 모임을 한번 해볼 만한 것으로 간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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