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프랑스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한국의 사교육비 이야기로 꽤나 시끄럽다. 코로나 동안 침채되었던 사교육 시장은 그전보다 더욱 화려하게 부활한 것 같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교육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나 할까. 그만큼 사교육비도 많이 올랐다고 한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전국 초중고교생 7만 4000여 명을 대상으로 '2022년 초중고교 사교육비' 실정을 조사, 발표했는데 지난해 사교육비 총규모는 26조 원으로 1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41만 원으로 역대최고치라고 한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읽어보니, 실상은 위에 발표된 평균 사교육비보다 조금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았다. 수학 한 과목에 거의 30만 원 정도 하고, 세 과목, 네 과목을 들으면 거의 100만 원에 가깝다는 댓글이 많았다.
초등학생 때는 영어 또는 예체능 관련 사교육이라면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은 국, 영, 수 위주의 주요 교과목 중심의 사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일반 가정에서 아이 두 명을 기르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일까?
맞벌이가 아닌 경우에는 어떻게 생활비를 충당하는 것일까?
이게 감당이 되는 금액일까?
학원을 안 다니면, 정말로 도태되는 것일까?
학원에서 다 배우는데 학교는 왜 다니는 걸까????
큰아이가 10개월 때 해외생활을 시작한 이후 한국의 사교육 현장에서 한 발짝 떨어져 지냈기 때문인지 사교육 문제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언젠간 한국으로 돌아가 한국 교육 과정을 배워야 하는데, 과연 그 시스템을 잘 따라갈 수 있을지 가장 걱정이 된다.
기껏해야 우리가 경험한 것은 한국에 휴가를 갔을 때 조카들이 학원을 가야 해서 우리 아이들과 놀 시간이 없다는 것, 인기 있는 학원에 가려면 테스트를 보고 통과를 해야 한다는 것, 학원 하나 옮기는 일도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고 주위 아줌마들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 1년 선행은 기본이고 3년 정도는 선행을 해줘야 학원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정도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어마어마하게 느껴지지만, 이게 매우 일반적인 사교육 환경이라고 하니. 걱정은 줄지 않는다.
일반적인 학원을 다녀본 적 없는 우리 집 아이들은 학원이 엄청나게 무서운 곳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학원 때문에 한국에 가기 싫다고 할 정도니까.
모든 학원이 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아무리 말해도 한번 뿌리를 내린 편견은 쉽게 거둬드리기 힘들었다.
우리 집 아이들도 사교육을 받고 있다.
한국의 월평균 사교육비를 보니, 우리는 매달 얼마 정도의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1. 프랑스학교 학비 : 0원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바로 프랑스학교의 학비이다. 국제학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비싸다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같은 지역에 있는 미국국제학교, 영국 국제학교, 캐나다 국제학교는 비싼 편이다.
각 나라마다 다르지만, 우리 아이들이 다녔던 방글라데시, 인도, 밀라노의 프랑스학교 학비는 꽤 저렴한 편이었다. 게다가 본사에서 받는 학비지원 덕분에 우리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학교에 보낼 수 있었다. 만약 아이들이 프랑스학교에 다니지 않았다면 밀라노에 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영어 학교는 너무 비싸고, 이탈리아어를 못하기 때문에 이탈리아 학교엔 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밀라노 프랑스학교의 경우 한 아이당 1년에 약 6000유로 정도이고, 한 달에 약 500유로이다. 하지만 회사의 학비지원으로 대부분을 충당하고 있다. (회사마다 학비 지원 비율과 총금액이 다르다)
2. 예체능 사교육비 : 0원
미술이나 피아노를 꼭 시키고 싶었는데 여건이 되지 않았다. 미술은 더 이상 아이들이 원하지 않았고, 집에 피아노가 없기에 과외를 받을 수 없었다. 직접 가서 배우는 방법도 있지만, 개인 레슨비용이 너무 비싸서 포기했다.
남편은 고등학생 때 혼자서 기타와 베이스 기타를 마스터했다고 한다. 나중에 아빠가 기타를 가르쳐준다고 했으니, 예체능은 이것으로 갈무리하는 수밖에.
3. 온라인 영어 교육비 : 한 달에 80유로 (약 110,000원)
밀라노 프랑스학교의 영어 교육 수준이 낮은 편이다. 초등 3학년 때 ABCD를 배우고 있으니....
이미 뉴델리 프랑스학교에서 수준 높은 영어 교육을 받고 온 아이들에게 학교의 영어수업이 너무 시시했다. 수준별 영어 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지만, 이탈리아 교육 현장과 노선을 함께하고 있는 학교이기에 쉽게 바뀌지 않았다. 프랑스 아이들이나 이탈리아 아이들은 학교의 영어교육에 크게 불만이 없어 보였다. 유럽 나라의 분위기이기도 하다. 그 외의 나라의 학부모들은 자체적으로 영어 사교육을 시킨다.
우리는 온라인으로 영어교육을 시키고 있다. "italki"라는 어플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맞는 선생님을 선택해서 일주일에 한 번 45분 동안 줌으로 수업을 한다. 아이들과 2년째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고 있는 Danny는 스페인에 사는 미국사람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며 온라인으로 영어 수업을 해서 돈을 번다.
수업 시간 내내 수다 떨며 노는 것 같아 선생님을 바꾸려 했지만, 아이들이 선생님을 너무 좋아해서 계속 유지하고 있다. 공부인 듯 공부 아닌 공부 같은 수업이라고나 할까.
이제 초등 고학년이 되었으니 좀 더 공부다운 공부를 시켜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만, 한편으론 영어를 공부해야 할 과목이 아닌 하나의 언어로 대하는 것 같아 안심이 되기도 한다.
나 역시 영어를 지지리도 못했는데 해외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공부했고 이제껏 잘 살고 있으니 됐다 싶다.
남편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은 영어를 잘 하지만 학생 때는 잘 못했다고 한다. 나중에 스스로 공부했으며 지금까지도 영어공부를 한다.
학생 때 배웠던 게 삶에 도움은 되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걸 우리는 너무 느꼈다.
4. 토요 한글학교 학비 : 한 달에 40유로(약 55000원)
작년 9월부터 한글학교에 다니고 있다. 주로 한-이 가족 아이들과 이탈리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말모이 한글학교로, 유일하게 우리 아이들만 한국부모 가정이다. 그렇다 보니 다른 아이들에 비해 한글을 꽤 잘하는 편에 속하고 말았다……
한국 아이들에 비하면 부족한 한글 실력인데 이탈리아에서 평생을 산 아이들에 비해 잘한다는 말을 듣다 보니 자존감만 높아지는 중이다.
그래서 밀라노에서 프랑스학교 다니는 아이들의 한 달 사교육비는,
온라인 영어 수업비 80유로 +한글학교 학비 40유로 = 120유로 * 2명 = 240유로(한화로 약 34만 원)
오…. 싸다….
사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언어만 프랑스어, 영어, 이탈리아어 3개, 중학생이 되면 여기에 외국어 하나를 더 배운다. 큰아이는 이미 독일어를 배우고 싶다고 한다.
이렇게 다양한 언어를 배우고 할 수 있느니, 좀 느슨하게 초등학교를 보내도 괜찮을 것 같다.
나중에 한국학교에 간다면?
망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대안학교, 홈스쿨링, 검정고시 등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나는 올해 밀라노 모 한인교회에서 청소년부 교사를 시작했다. 총 8명의 한국 청소년들과 매주 만나 예배를 드린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이곳에 살기 시작해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닌 아이들이다. 이탈리아어를 모국어처럼 잘하기도 한다.
지난주에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물어보았다.
“애들아 한국에 가서 살고 싶지 않아?”
내 질문에 아이들이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요!”
“왜?”
“학원 다녀야 하니까요. 한국 학교는 너무 힘들대요. “
내가 보기엔 한국 아이로 이탈리아 학교 다니는 게 더 힘들어 보이는데.
이탈리아 학교는 유급이 많다. 매주 시험을 보고, 한 학년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면 유급을 시킨다. 유급이 워낙 평범한 일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대신 학교 12년을 졸업하면 자유롭게 취업을 할 수 있다. 대학에 갈지 말지 스스로 결정한다.
현재 이탈리아도 경제가 어렵고 불경기라서 취업이 쉽지 않다. 취업을 하더라도 초봉이 말도 못 하게 낮다. 그렇다 보니 주위 유럽 국가로 나가 일을 구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어느 나라든지 교육의 문제는 존재한다. 교육이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학원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하는 모습은 너무 잘못된 것이 아닐까 싶다.
나와 남편 둘 다 지방대를 나와 이제껏 잘 살고 있기 때문일까?
우리에겐 학벌 보다도 30대 초반에 경험했던 방글라데시와 인도, 무모하게 도전한 이탈리아의 경험이 더 큰 자산이 되었다.
내 아이들도 지금의 다양한 경험이 분명 더 넓은 세계로 이끌어 줄 거라 믿는다.
한국 안에서 우리끼리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넓은 세계에서 좀 더 다양한 시선으로 살아보는 건 어떨까.
그건 학원 안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