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프랑스학교 이야기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밀라노 프랑스 학교에서는 매주 새로운 시를 배운다.
여기서 “시를 배운다”는 의미는 선생님이 시를 가르치고, 아이들이 듣는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프랑스 학교에서 “시를 배운다”는 의미는
1. 선생님께 시에 대해 듣는다.
2. 시를 시 노트에 예쁜 글씨로 쓴다.
3. 시 내용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린다.
4. 시를 외운다.
5. 암기한 시를 친구들 앞에서 암송한다.
까지이다.
평가 또한 일곱 개 문항으로 채점된다.
필사, 그림, 암기, 단어와 내용 인지, 낭독 시 목소리, 낭독 속도, 청중에 대한 태도까지 평가한다.
시 암송 하나로 다양한 발표 태도를 보는 것이다.
해마다 새로운 시노트가 제공이 된다. 그 노트의 왼쪽 면은 글을 쓸 수 있게 줄이 있다. 다른 한쪽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줄이 그어져 있지 않다.
비록 평가를 위해 쓰고 그리고 암기하는 ‘시’지만 시적인 표현을 배우면서 어려운 어휘와 단어를 배울 수 있다. 한 학년이 끝나면 시 필사와 그림이 가득 든 노트 한 권이 남는다. 나는 이 노트를 귀하게 간직할 생각이다.
프랑스 초등학교의 마지막 학년( CM2)에 다니고 있는 큰아이가 얼마 전에 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시집 교재를 보여주었다.
그 책에는 다양한 시가 다양한 언어로 소개되어 있었다.
“Tour de Terre en Poésie “라는 책에는 50개의 다양한 문화의 시가 자국어와 프랑스어로 번역되어 담겨 있었다.
우리는 이 책에서 “동천”이라는 시를 만났다.
- 동천 - 서정주
내 마음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밤의 꿈으로 맑게 씻아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놨더니
동지섣달 날으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지난 시간에는 자신이 원하는 시를 다양한 언어로 선택해서 암기하는 것이 숙제였다. 지안이는 한글로 된 동천을 선택해 암기했고, 베트남 친구의 아들인
‘남’이는 베트남 시를 선택했다고 한다.
드디어 아이들 앞에서 시를 암송했을 때,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듣고 있던 선생님과 반 친구들은 그전보다 더 크게 박수를 쳐주었다고 한다.
아이는 뭔가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
학교에는 동양인 아이들이 극소수이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동양인 비하를 경험했다. 지나갈 때마다 “차이니즈~”라고 손가락질하고, 눈을 옆으로 찢어 보이며 “찌네제~”라고 놀리는 일이다.
그런데 같은 반 친구들이 가만있지 않는다. 그들이 먼저 달려가서 따지는 것이다.
“바보야, 얘는 코리안이야~“
또는 선생님께 달려가서 일러바친다.
“선생님, 중학생 남학생이 소은이를 비하했어요. 이건 인종차별이에요!!!”
친구들 덕분에 내 아이들은 억울한 마음을 뒤로 미루고 우정을 쌓는다.
프랑스 학교에서 만난 ‘동천’이라는 시는 연인에게 사랑을 전하는 시지만, 우리에겐 다양성을 존중해 주는 고마운 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