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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나와 남편은 밀라노 시내의 수족관을 돌아다니며 거북이를 찾아 헤맸다. 쉽게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찾지 못했다. 게다가 거북이 한 마리에 50유로라니...(약 7만 원).
겨우 파충류, 양서류를 파는 가게에서 거북이 두 마리와 먹이(말린 새우와 밀 웜(meal worm)을 구입했다. 다 사고 보니 10만 원이 넘게 깨졌다.....
갑자기 거북이 사게 된 이유는 바로, 나의 건망증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여행의 마지막 장소는 할슈타트였다.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 앞마당엔 작은 인공 연못이 있었는데 그 연못에 개구리 알이 잔뜩 있었다. 어린 시절에 보았던 개구리 알이 너무 반가워서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더니, 아이들은 개구알 몇 개만 가져가서 집에서 키우겠다고 했다. 과연 저 개구리 알에서 올챙이가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도는 해보기로 했다. 생수병에 개구리알 몇 개를 담아 10시간 동안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짐을 모두 푼 후, 저녁을 준비하며 집 여기저기를 치우고 다녔다. 어지럽혀진 테이블도 치우고, 쓰레기도 버리고....
"그런데 소은아, 개구리알 어디에 뒀어?"
"거기 테이블 위에 뒀는데?"
"어디 테이블?"
"거기 컵 엽에...."
"뭐? 그게 개구리 알이었어?"
"왜? 엄마가 마신 거 아니지?"
"헐, 나 그거 물인 줄 알고 버렸는데...."
"뭐? 버렸다고? 어디에?"
"씽크대에....."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다. 개구리 알을 부화시켜 올챙이를 키워 반려 개구리로 삼겠다는 아이의 꿈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나는 순간 대역죄인이 되었다.
"소은아, 엄마가 정말 미안해. 좀 더 자세히 봤어야 했는데.... 밥하고 집 정리 하느라 정신이 없었나 봐. 어쩌지... 개구리한테 미안해서... 이미 저 아래 하수구로 들어갔을 텐데. 거기서 부화해서 나오면 좋겠네."
아이는 대답도 없이 울고만 있다.
"엄마가... 거북이라도 사줄게. 응? 화 풀어.... 그리고 올챙이는 오래 못 키워. 개구리 되면 뛰쳐나간대. 거북이는 오래오래 키울 수 있대."
"진짜지?'
"응, 진짜...."
그제야 아이는 눈물을 거뒀다.
거북이 두 마리는 같은 수족관에 있던 녀석들이다. 두 녀석 모두 조약돌처럼 작은데, 그중에 한 녀석은 바둑알처럼 작다. 이제 막 태어난 아이들인지, 원래 작은 아이들인지 알 수가 없다.
신기하게도 덩치에 따라 성격도 완전히 달라 보인다.
조약돌 같은 아이(이하 조약돌이라고 부른다.)는 뭔가 좀 더 대담하다.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지면 멈칫 하지만, 이내 대담하게 먹이를 먹거나 작은 집을 돌아다닌다. 반면 바둑알처럼 작은 아이(이하 바둑알이라 부른다)는 작은 인기척에도 얼음이 되고, 돌멩이 사이로 머리를 쳐밖고 나오지 않는다. 거북이 집을 청소하려고 잠시 두 아이를 방바닥에 두었을 때도 두 아이의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조약돌은 엄청난 속도로 방바닥을 기어 다녔고(거북이가 느린 거 맞나요?), 바둑알은 얼음! 이 되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는 이 두 마리의 거북이를 보며 거북이의 MBTI를 생각했다.
조약돌은 E가 분명하다. 호기심이 많고 대담한 것을 보니 ENTP가 아닐까 싶다.
바둑알은 I가 분명하다. 신중하고 조심성이 넘치는 걸 보니 INFJ가 아닐까?
그러고 보니, 조약돌은 내 둘재 딸아이를, 바둑알은 첫째 아들아이를 닮았다....
사실 나는 내 MBTI를 모른다. 매번 할 때마다 바뀌는 건지, 내가 기억을 하지 못하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내가 나를 잘 모르는 건지.
가장 큰 이유는 그런 획일화된 성격 유형에 나를 끼워 맞추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외향성과 내향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어떨 때는 매우 적극적인 사람이 되는가 하면, 또 어떤 때는 아주아주 조용한 사람이 된다. 자발적으로 손을 들고 발표하는 것을 가장 싫어하면서도 직접 모임을 만들어 리더가 되기도 한다. 일을 계획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계획보다도 실행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확실치 않은 미래를 싫어하지만, 이제껏 불확실한 삶을 살고 있다.
아마도 나는 조약돌 같은 성격이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다, 바둑알처럼 반들반들한 사람이 된 것은 아닐까.
우리의 새 가족이 된 두 거북이, 조약돌과 바둑알도 시간이 지나면 분명 다른 모습을 보이겠지? 내가 환경에 의해 다채로운 성격의 사람으로 변한 것처럼, 까다롭고 예민했던 내 아이가 변한 것처럼,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된 조약돌과 바둑알의 성격도 분명 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