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이 알려주는 "생일인 친구"

글 쓰는 수요일 밤

by 선량

5월 15일. 오후 5시.

카톡 알림이 울렸다.


"작가님, 제가 작가님 생일을 1번으로 축하메시지 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12시 넘었는데도 보냅니다. '해피 벌스데이 투유~'라고 고전적으로 멘트 날립니다~"


대구에서 읽기 독립연구소를 운영하시며 작가로 활동하고 계신 최신애 작가님이다.

온라인으로 만난 사이지만, 서로의 활동을 조용히 지켜보며 가끔 안부를 나누는 사이. 하지만 열렬히 응원하는 사이이다.


밀라노 시간으론 생일이 되기까지 아직 7시간 남아있었지만, 작가님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감사해 울컥 눈물이 났다.

작가님과 이런저런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하반기에 함께 "크리스천 글쓰기"에 대한 책을 기획하고 써보자고 제안드렸다. 일상의 해학과 상대에 대한 배려가 넘치는 작가님과 함께라면 책을 쓰는 과정 또한 따뜻하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



5월 16일. 새벽 2시.

카톡 알림과 함께 "스타벅스 아이스 카페 아메리카노 2잔 + 부드러운 생크림 카스텔라" 쿠폰이 왔다.


"작가님, 오늘 생일이네요? 축하축하 드려요~ 한국 들어오셨을 때 만난 커피 드시라고 쿠폰 보내드려요~"


울산에서 청소업을 하시며 청소국비교육학원도 운영하고 계시는 박주혜 작가님이었다. 작가님 역시 온라인으로 알게 된 사이로 "주혜 님은 책을 쓰셔야 한다"는 내 부추김을 온몸으로 실천하시고 결국 "청소일로 돈 벌고 있습니다" 책을 출간하셨다.


"우리 동갑인데 말 놓을까요? 친군데~"

"그르까?"

"그르자~"

"밀라노에 사는 멋진 작가친구 생겼다고 자랑해야지~"

"나는 ceo 친구 생겼다고 자랑해야지~"


한 번도 직접 만난 적 없지만, 생일선물 하나로 친구가 되었다.


그 후로도 생일 축하 메시지가 계속 날아왔다. 이제껏 살면서 가족 외의 사람들에게 생일축하 메시지를 이렇게 많이 받아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장미의 날, 스승의 날. 그리고 518 민주항쟁의 날. 부처님 오신 날. 그 분주한 날들 사이에 내가 빼꼼히 태어났다. 그것도 국민학교 선생님이었던 아버지가 스승의 날 잔치로 거나하게 술이 취했던 날 바로 다음 날에, 게다가 모내기로 한창 바쁜 농사철에, 심지어 넷째 딸로.


나는 어린 시절 내내 내 생일을 숨기고 살았다. 엄마도 종종 잊어버렸다. 친한 친구들에게 조차 말하지 않았다. 생일을 기념해 본 적도, 생일 파티를 해본 적도 없었다. 나에게 생일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중 하루였을 뿐이었다.


그런 나에게 "생일은 온 우주가 축해주는 날"이라고 알려준 사람은 바로, 딸아이다.

딸아이의 생일은 9월 29일이다. 그런데 아이는 1월부터 생일을 카운트하기 시작했다. 이번 생일에는 다른 아이들처럼 꼭 파티를 하고 싶다고. 가족이 아닌 친구들의 축하를 받고 싶다고.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생일 파티를 하고 싶다고 꾸준히 말하고 있다.

내 생일을 별것 아닌 걸로 치부하더라도 딸아이의 생일까지 그렇게 여길 수는 없는 법.

나는 가을에 태어난 아이를 위해 어디서 어떻게 생일파티를 해야 할지 봄부터 알아보기 시작했다.....




민망하고 부끄러워서 꺼내지도 못했던 생일을 친절한 카카오톡이 "오늘이 바로 내 생일"이라고 동네방네 알리고 다닌다. 그런 걸 누가 보고 챙길까 싶었는데, 케이크 모양이 붙은 프로필을 허투루 보지 않고 일부러 메시지를 보내고, 선물까지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다. 더욱이 한 번도 직접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의 축하가 "생일은 별스럽지 않은 일상이 아니라 온몸으로 축하를 받아 마땅한 날"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어느새 나에게로 옮겨 붙었다.


습관처럼 카카오톡을 열었다. "생일인 친구"가 몇 명 보였다. 그 친구들에게 생일축하 이모티콘을 보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서로의 안부를 나누었다. 옛날 일을 회상하고, 지금의 일상을 나누며 한동안 수다를 떨었다. 바쁜 일상에 잠시 쉼표가 되어주었다.


생일은, 나를 위한 날이기도 하지만 서로의 날이기도 한 것 같다.





선량한 글방에서는 함께 글을 쓰고 나는 ”글쓰는 수요일 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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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밤 9:30 ~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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