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어 사용 및 다양성 증진을 위해, 한국어시를암송하다

밀라노 프랑스학교 이야기

by 선량


2주 전 즈음에 학교에서 이메일이 왔다.


Chers parents,

à l'occasion du rendez-vous annuel AEFE « Mai des langues » visant à valoriser le plurilinguisme et la diversité culturelle, les élèves volontaires sont invités à « offrir » un poème dans la langue de leur choix (français, italien, leur langue maternelle, une autre langue qu'ils aiment...) en la récitant devant leurs camarades et d'autres classes de l'école primaire.

Les parents souhaitant eux aussi lire ou réciter un poème dans leur langue aux élèves de la classe de leur enfant, sont cordialement invités à se joindre à eux. Seuls les parents qui récitent sont invités à participer.

[아래는 제 가장 친한 친구, 구글 번역기의 도움으로 번역한 내용입니다. ]

부모님께,

다국어 사용 및 문화 다양성 증진을 목표로 하는 연례 AEFE "Mai des Langues" 회의에서 학생 자원봉사자들은 자신이 선택한 언어(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모국어, 좋아하는 다른 언어)로 시를 "제공"하도록 초대됩니다.
동급생과 다른 학년 앞에서 그것을 낭송합니다.

자녀의 학급 학생들에게 모국어로 된 시를 읽어주거나 낭송하고 싶은 학부모님들도 함께 하시기를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시 암송을 원하시는 부모님은 신청해 주세요.


학년마다 참석하는 날짜가 달랐다. 월, 화, 목요일은 회사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패스!

다행히 출근하지 않는 수요일 오전에 둘째 딸아이 반이 발표하는 날이었다. 다른 메일엔 답장조차 잘하지 않던 내가 이번엔 일초도 주저하지 않고 답메일을 보냈다.


“5월 31일 수요일 오전에 제 딸아이와 함께 한국어 시를 암송하겠습니다.”



최근에 우리 아이들을 잘 알지 못하는 고학년 아이 몇 명이 눈을 양쪽으로 찢는 제스처(동양인 비하 행동)를 하며 “칭챙총”(동양인 비하 의성어)이라는 말을 했다. 동양인이 별로 없는 학교이기에 이 정도의 비하는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기분은 몹시 나빴다.


프랑스학교엔 다양한 나라, 다양한 인종의 아이들이 다닌다. 프랑스 아이들과 이탈리아 아이들이 비중이 가장 크지만 그 외에도 여러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아랍 국가의 아이들이 다닌다. 물론 엄마, 아빠 모두 동양인인 경우는 우리 아이들 뿐이다. (엄마, 아빠 모두 프랑스어나 이탈리아어를 못하는 경우도 우리뿐인 듯싶다….)

물론 학교에서는 이런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행동을 금하고 있으며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부모나 아이들이 여전히 외모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기회가 된다면 “우리는 한국인”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그 기회가 바로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나는 한국의 작가가 아닌가!!!!

작가란 자고로 자신의 언어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던가!!



시를 좋아하지만 잘 모르는 나는,

시를 사랑할 뿐만아니라 시에 대해 잘 아는 고등학교 국어교사이자 작가님이신, 곧 “시”와 관련된 책을 출간하실 진아 작가님께 sos를 보냈다.

작가님은 이내 시 목록을 보내주셨다.


기형도. 엄마 걱정

복효근.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 같이는

정호승. 고래를 위하여

정지용. 호수

정현종.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모두 좋은 시였지만, 초등 4학년에게 어울리는 시를 골라야 했다. 한자가 들어있거나, 고어가 들어가거나, 어려운 은유가 있는 시는 제외시켰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시는 바로, 정호승 님의 “고래를 위하여”였다.




고래를 위하여, 정호승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아직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


고래도 가끔 수평선 위로 치솟아올라

별을 바라본다

나도 가끔 내 마음속의 고래를 위하여

밤하늘 별들을 바라본다


아이는 이 시를 프랑스어로 번역을 했다.

나는 아이에게 마음속 푸른 바다와 고래가 어떤 의미인지 들려주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시를 외웠다.

아이는 매주 프랑스어 시를 외우지만, 나는 참으로 오랜만에 시를 외웠다.


신기하게도 시를 외우고 조용히 읊조릴 때마다 내 마음속 푸른 바다가 더 깊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 바다에 사는 고래 한 마리가 자유롭게 유영하는 것 같았다.

나의 고래를 위하여 나는 어떤 별을 보고 있는가?

나는 여전히 사랑을 품고 있는가?


멋들어지게 한국 시를 뽐내려는 내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딸아이와 함께하는 그 시간을 진심으로 즐기고 싶었다.



이른 아침, 학교로 향했다.

아이 반에서 시 낭송을 신청한 부모님은 나를 포함해 딱 2명뿐이었다. 하지만 같은 날 발표를 하는 초등 2학년에는 여러 학부모들이 참석해 아이들과 시를 낭송했다. 그중에서도 미국인 아빠와 아이가 영어로 시를 암송할 때는 감동을 느끼기도 했다. 아빠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시를 암송했기 때문이다.


영어, 아랍어, 독일어, 스페인어, 일어, 중국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한국어.

부모님들과 함께하는 시 암송이 이어졌다. 그 사이사이에 아이들이 시를 암송했다.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너무 즐거워 보였다. 기꺼이 그 시간을 즐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시를 암송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 때문에 담임선생님이 곤란해하기까지 했다.


신기했다.


나는 한국 시를 뽐내며 암송하고,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이 아이들은 그저 “시”를 즐기고 있었다.


부러웠다.

시가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국어 과목의 한 부분이 아니라 즐겁게 시를 나누는 모습이 참 부러웠다.



한국인으로서 프랑스학교를 다니는 동안, 동양인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양한 문화의 푸른 바닷속에서 자신만의 고래를 한 마리 키울 것이다.

부모는 절대 대신 키워줄 수 없는 고래,

그것을 찾아가는 모든 경험이 참 소중한을 다시 한번 느꼈다.


고래를 위하여, 정호승
영어 시 암송하는 아이들
시 암송하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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