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여자로 사는 삶
1분에 약 80회(성인 정상 심박수는 60~100회) 뛰는 심장은 존재감이 확실하다. 심장이 멈추면 우리의 생명은 끝이 난다. 호흡과 관련되어 있는 폐 역시 마찬가지다. 폐가 없으면 숨을 쉴 수 없고,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할 수 없다.
응급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CPR(심폐소생술,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은 심장과 호흡이 멈추었을 때 기도확보와 심장 마사지, 인공호흡을 통해 심장과 폐의 기능을 유지시키는 일이다. CPR의 골든타임은 단 4분이라고 한다.
위, 간, 신장, 방광, 췌장, 담낭, 갑상선 등 우리 몸 안에 있는 기관(organ)은 각자의 역할이 있다. 없으면 생명에 치명적이거나 소화액을 분비하지 못하거나 호르몬을 분비하지 못해 생명에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호르몬 약을 먹거나 이식을 한다.
자궁은 그렇지 않다. 자궁은 없어도 내 생명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여성 호르몬이 분비되는 기관은 자궁이 아니라 난소이다. 그래서 난소 제거 수술을 받았을 경우엔 폐경이 되며 필요시 여성호르몬제를 복용한다.
매달 비슷한 날에 생리통과 출혈로 자궁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지만, 평소엔 그 존재감이 참으로 가볍다.
이런 자궁이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드러낼 때가 있으니, 바로 임신을 했을 때이다.
나는 결혼하자마자 임신을 했다.
요즘 시대엔 많이 고리타분한 소리지만, 남편과 나, 둘 다 신앙적 신념이 확고해 결혼 전엔 서로를 지켜주었고, 결혼을 했으니 바로 아이를 갖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거기엔 내 나이가 남편보다 두 살 많았기에 더 나이 들기 전에 아이를 낳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봤자 서른두 살이었는데 말이다……
나는 산부인과 병동 간호사 경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 전 산부인과 진료를 보지 않았다.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결혼도 안 한 처녀가 산부인과 문을 여는 것이 많이 부끄러웠다. 아이 다섯을 순풍순풍 낳은 우리 엄마처럼, 아이 셋을 잘 낳은 우리 큰언니처럼, 둘째 언니, 셋째 언니처럼 나도 그렇게 잘 낳고 키울 줄 알았다.
내 자궁에 근종 2개가 눈사람 모양으로 있다는 걸 안 것은 임신 확인을 위해 병원에 갔을 때였다. 다행히도 자궁내벽이 아니라 자궁외벽에 있어서 임신과 출산에 나쁜 영향을 주진 않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근종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그 존재를 드러냈다.
임신 13주 차즈음 되었을 때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데 갑자기 배가 아파왔다. 그 통증은 생리통과는 많이 달랐다.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통증이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 근처 산부인과에 들렀다. 그 병원에서는 자궁근종 때문인 것 같다는 말을 하며 진통제를 처방해 주었다. 하지만 먹는 진통제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퇴근을 하고 겨우겨우 집에 돌아가다 걷는 것조차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바로 내가 다니던 산부인과로 가서 진찰을 다시 받았다.
“근종 때문에 아픈 거 맞아요. 임신으로 자궁이 커지면서 원래는 근종으로 흐르던 혈액이 지금은 태아에게 혈액공급을 하느라 근종으로 가는 혈액이 부족해지니까 산소공급이 안돼서 근종이 통증을 유발하는 거예요. 근종이 이 환경에 적응을 하면 통증도 사라질 거예요. 한 2주 아플 겁니다. “
선생님은 이렇게 말하며 엉덩이주사를 한대 놔주었다. 나는 그 주사를 맞고 겨우 걸어서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그 후 2주 동안 몸을 일으키지도, 누워서 왼쪽 오른쪽으로 돌리지도 못했다. 배가 너~~~~ 무 아팠다.
생리통의 20배 정도라고나 할까…. 하지만 다행히도 아이는 잘 자라고 있었고, 아파서 누워있는 동안 훌쩍 더 커버리고 말았다.
자궁근종은 자궁근육세포의 변형으로 생기는 양성종양으로 자궁에 생기는 가장 흔한 질환으로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가임기 여성의 25~35%, 특히 35세 이상 여성의 40~50%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미즈메디병원이 2017~2021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궁근종으로 진단받은 2만 8028명의 여성 중 가임력을 가진 10~40대 여성은 1만 7745명으로 63.3%를 차지했다. 그런데 대부분 나처럼 근종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살다가 임신으로 초음파 검사를 하다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병원에 갈 일이 없으면 가장 좋은 일이지만, 그럴 일이 없더라도 결혼 전엔 산부인과 진료를 꼭 보는 것이 좋다. 내 경우처럼 근종이 자궁외벽에 위치해 있어서 잠시 근종통을 유발하고 끝난다면 괜찮지만, 근종위치나 크기에 따라 아예 임신을 어렵게 하거나 분만과정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엔 임신 전에 근종에 대한 적절한 처치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
다행히도 나는 딱 2주 정도 통증이 있고 그 후엔 괜찮았다. 첫 아이가 3.9kg으로 너무 커버려서 출산하는데 애를 좀 많이 먹었을 뿐…..
신기한 것은 둘째를 임신했을 때는 그런 통증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다. 한번 임신과 출산을 경험해 본 자궁과 근종은 두 번째 임신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수술 후 빠른 회복을 위해 환자가 꼭 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1. Cough (기침)
전신마취를 한 후 호흡유지를 위해 기도삽관을 하는데 이때 목을 많이 자극해 가래가 생긴다. 이 가래를 잘 뱉어내야 폐렴에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기침을 잘해야 한다.
2. Deep Breath (심호흡)
수술당일날 심호흡을 열심히 해야 마취와 수술을 위해 사용한 가스가 잘 배출된다. 잘하지 않으면 수술부위 통증보다도 가스통증으로 크게 고생할 수 있다. 몸속의 나쁜 가스를 모두 빼낸다는 심정으로 입을 크게 벌려 숨을 내쉬자.
3. Early Ambulation (조기이상)
가능하면 빨리 몸을 일으켜 움직이는 것이 좋다. 수술 다음날 아침, 소변줄을 뺀 후 몸을 살살 움직여주어야 한다. 전신마취로 느슨해져 있던 장기들이 다시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뱃속에 남아있는 가스가 잘 빠져나오도록 움직여주어야 한다.
소변줄을 빼고 아픈 배를 부여잡고 몸을 일으켰다. 배가 너무 아파 무통주사의 버튼을 한번 눌렀다. 띠리리리릭~ 하며 마약성 진통제가 내 몸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심호흡을 하니, 가슴이 뻐근하다.
기침을 하려니, 배가 너무 아프다.
일어나 좀 걸어보려고 하니, 어지럽고 힘들다.
역시, 이론과 실제는 너무 다르다는 생각을 하며 자궁이 사라진 내 아랫배를 바라보았다.
자궁과 근종이 없어졌으니 똥배가 홀쭉하게 들어갈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다. 오히려 복강경수술로 생긴 가스 때문에 배가 빵빵하다 못해 터질 것 같다.
자궁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그 존재감은 참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