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여자로 사는 삶
“선량, 수술 잘했어? 좀 어때?”
“많이 좋아졌어요. 몸은 좀 어떠세요? “
“난 호르몬제도 안 먹고 그냥 버티고 있어.”
“전 난소를 남겨놔서 지금 당장은 호르몬 문제는 없대요. 다행히 난소가 크고 튼튼하대요. “
“다행이네. 몸 건강히 잘 지내고.”
“네, 선생님도요.”
오래전 방글라데시에서 가족처럼 지냈던 선생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선생님은 2년 전 자궁암으로 수술을 하셨고, 난소까지 모두 적출하는 수술을 받았다. 방사선치료를 모두 마치고 지금은 직장생활을 하며 일상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수술 후 갑작스러운 갱년기 증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우리가 이제 서로의 건강을 염려할 나이가 되었네.”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젊은 날에 방글라데시라는 오지에서 릭샤를 타고 다녀도 거뜬했던, 우리의 안녕했던 과거가 떠올라 코끗이 시큰거렸다.
자궁수술을 했다는 사실을 sns에 공식적으로 올린 후, 정말 많은 댓글을 받았다. 그중엔 내 절친한 친구가, 내 친정어머니가, 내 언니가, 그리고 바로 본인이 자궁 수술을 했다고 커밍아웃하는 글이 많았다. 하지만 “자궁 수술, 여자들이 많이들 하는 수술이래. “라고 남편이 말했을 때는 좀 많이 서운했다.
자궁수술이라고 뭉뚱그려 말하지만, 다양한 적응증이 있기 때문이고,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라고 해도전신마취를 해서 장기를 떼어내는 수술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수술 많이들 한대. 걱정하지 마.”라는 담담한 말보다, “아픈 자궁으로 그동안 고생 많았네.”라는 위로의 말을 더 듣고 싶었다.
“남성들이여, 자궁의 일이라고 해서 나와 아무 상관없는 남의 일이라 생각하지 말라.
당신의 엄마, 당신의 아내,
당신의 누이, 당신의 딸,
바로 당신의 가족 중 누군가가
그 대상자가 될 수 있으니!!! “
자궁 적출수술을 한 다음날부터 뱃속에 가득 찬 가스를 빼기 위해 열심히 병동을 걸어 다녔다. 병실 복도에서 나처럼 분홍색 꽃무늬 원피스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나처럼 어기적 거리며 걷는 사람, 나보다는 좀 더 괜찮아 보이는 사람, 나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사람, 엄마와 함께 입원 사람, 남편과 함께 입원한 사람 등.
내가 있었던 621호 병실은 5인실이었다. 그런데 나를 포함한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 환자가 계속 바뀌었다. 하루 만에 퇴원한 사람도 있었고, 나와 같은 날 입원했다가 나보다 빨리 퇴원한 사람도 있었다.
그 사람들을 보며 다양한 자궁질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대표적인 여성 생식기는 자궁이지만 자궁 양쪽으로 붙어있는 나팔관, 난자를 만들고 배출하는 난소, 외부환경과 자궁내부를 연결해 주는 질까지. 다양하다. 그만큼 크고 작은 여성 생식기 질환에 걸릴 수 있다.
1. 질염
여성들이 가장 흔하게 걸릴 수 있는 질환이다. 질 내부에는 질을 산성으로 유지시켜 주는 락도 바실리(lactobacilli)라는 균이 있는데, 이 균이 줄어들고 세균이 증식하면 질염이 생길 수 있다. 질 속 유산균이 줄어드는 이유는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임신, 출산으로 인한 질 환경 변화와 스트레스와 피로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쉽게 걸릴 수 있다. 분비물이 심하게 나오거나 냄새가 날 때 질염을 의심해 볼 수 있는데,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푹 쉬면 되지만 심할 경우에는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
2. 자궁근종
자궁을 이루고 있는 근육에 생기는 양성종양이다. 35세 이상 여성의 40~50%에서 발생한다고 하니, 가임기 여성의 절반 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나 역시 근종의 존재를 모르고 살다가 임신했을 때 알게 되었으니, 나처럼 생리통이 좀 심하겠거니… 생각하며 모르고 살다가 나중에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자궁근종 치료는 나처럼 자궁 변형이 너무 심하거나 출혈이 심하거나 더 이상 임신 계획이 없을 때 자궁을 적출하는 치료를 한다. 하지만 크기가 크지 않거나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폐경이 될 때까지 그냥 두어도 된다고 한다. 만약 임신 계획이 있거나 자궁을 적출하는 것이 꺼림칙할 때는 근종말 제거하는 수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근종만 제거할 경우 재발률이 약 50%에 해당한다고 한다.
3. 자궁선근종
자궁을 이루고 있는 근육 내부로 자궁내막 조직이 침투해 두 가지 조직이 함께 증식하는 혹을 말한다. 자궁선근종이 있을 경우 월경통이 많이 심하다고 한다. 일반 근종과 달리 자궁의 정상 조직과 선근종의 병변 조직의 구분이 어려워 선근종만 제거하기 어렵다. 그래서 심할 경우엔 자궁적출수술을 해야 한다.
4. 자궁내막증
자궁의 내막 조직이 자궁이 아닌 다른 부위의 조직에 부착해 증식하는 질환이다. 난관, 난소 또는 복강 내에 자궁내막증이 생길 수 있다. 정말 많은 여성이 자궁내막증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생리를 할 때마다 자궁내막 조직이 있는 부위에서 함께 출혈이 있기 때문에 심한 통증을 경험할 수 있다.
5. 난관낭종
난관에 생기는 점액성 혹을 말한다. 사이즈가 작을 경우엔 쉽게 발견하기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사이즈가 커서 난관에 물이 가득 차 있을 경우엔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나처럼 자궁근종 수술을 하다가 우연히 난관질환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6. 난소낭종
난소에 생기는 점액성 혹이다. 주로 배란과 관련해 흔히 발견할 수 있으며 특별한 증상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혹이 너무 커졌거나 혹이 꼬였거나 터졌을 경우엔 심한 복통을 일으킨다.
7. 암
모든 신체 부위에 암이 발병할 수 있듯 자궁에도 마찬가지이다. 발병 부위에 따라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난소암이 발생할 수 있다.
의사 선생님이 수술하기 전 내 자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궁 옆에 소보로 빵처럼 생긴 근종이 커다랗게 있었다. 내 자궁근육에도 볼록볼록한 것이 여러 개 보였다.
선생님은 내 나팔관도 보여주었다. 초음파로는 발견하지 못했던 낭종이 숨어있었다. 난소와 난관이 서로 달라붙은 유착도 심했다. 멀쩡한 난소를 떼어내느라 애를 먹었다고 했다.
그동안 내 자궁이 이렇게 될 때까지 그냥 생리통과 배란통으로만 치부하고 진통제만 먹었었다. 내 몸을 돌보지 못했고, 내 자궁에 많이 무심했다.
제 기능을 다 하고 난 후 병들어버린 내 자궁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나에게 남은 생식기는 난소와 질이다. 처량하게 남은 이 기관이라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영양제와 질유산균을 먹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뭔가 잃어버린 후에야 깨닫게 되는 건 모든 인간의 어리석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