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자궁 수술 후 주의사항 (아내와 남편 모두에게)

part 3. 자궁이 없는 삶

by 선량

자궁 수술을 하고 퇴원할 때 퇴원약 복용설명서와 함께 주의사항이 적힌 종이를 받았다. 그 종이엔 여섯 가지 주의사항이 적혀있었는데,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퇴원을 하고 일상생활을 하다 보니 주의사항은 정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일임을 깨달았다.



1. 무거운 물건은 되도록이면 들지 마세요.

배꼽에 작은 구멍을 뚫어 복강경으로 수술을 한 경우, 배꼽부위뿐만 아니라 자궁경부도 봉합을 한다. 그 이유는 잘라낸 자궁을 질로 빼내는데, 자궁경부가 좁을 경우 자궁을 빼내기가 어렵다. 이때 자궁경부를 살짝 잘라준다. 대부분 체내에서 녹는 실을 이용해 봉합을 해주는데 수술 후 2~3주 후부터 실이 질로 배출된다고 한다. 그런데 만약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는데 무거운 물건을 들 경우, 복부에 힘이 들어가게 되고 봉합한 부위가 터지거나 다른 장기의 탈장이 일어날 수 있다.

평소엔 남편과 아내, 각자의 짐을 짊어지고 살았더라도 이때만큼은 남편이 아내의 짐까지 들어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다시 재수술을 해야 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나는 밀라노에서 한국에 올 때 화물용 캐리어 4개와 기내용 캐리어 2개, 노트북 가방과 크로스백까지 챙겨 왔다. 한국에 온 김에 아이들 책과 내가 읽고 싶은 책, 밀라노에서는 구할 수 없는 식재료와 친구들 선물까지 챙겨갈 요량이었다.

수술 후 바로 비행기를 타면 안 되었기에 3주 뒤로 출국 일정을 다시 잡았다. 하지만 아직은 무리하면 안 되는 시기 었다.

화물용 캐리어의 최대 무게는 23kg. 평소 같으면 그 무게를 꽉 채워서 짐을 쌌을 텐데, 이번엔 욕심을 내려놓았다. 가장 큰 가방을 먼저 들어가는 남편에게 맡기고, 나머지 가방에 꼭 필요한 것들만 골라 담았다.


분명히 고르고 골라 싼 짐이었는데, 막상 무게를 재보니 20kg 가까이 되는 것이 아닌가? 제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하며 공항으로 향했다.



2. 쭈그려 앉지 마세요.

이 또한 복부에 힘이 들어가고 복부 압력이 올라가기 때문에 수술 후 피해야 할 사항이다.


좌식생활이 기본이 된 요즘 쭈그려 앉을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쪼그려 앉아야 할 때가 많다.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집을 때, 바닥에 널브러진 물건을 치울 때, 수술 후 심하게 빠지고 있는 머리카락을 치울 때, 나도 모르게 쭈그려 앉게 되었다.

한국에서 밀라노까지 비행시간 약 13시간.

쭈그려 앉는 것은 아니었지만, 장시간 좌석에 앉아 있으니 아랫배가 뭉근하게 쑤셨다. 배꼽 또한 따끔거렸다.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집에 잘 도착했고 그동안 집안 곧곧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느라 매일 쭈그려 앉았다가 깜짝 놀라 다시 일어서고 있다.



3. 배꼽에 물이 들어가지 않게 주의하세요.

수술 후 첫 일주일 동안 주의해야 할 사항이다. 샤워를 할 때는 방수밴드를 붙이고, 샤워를 다 끝낸 후에는 방수밴드를 떼고 다시 일반밴드를 다시 붙여준다. 일주일 후에 외래진료를 본 후부터는 일반밴드도 떼어내 버린다. 이때 녹지 않은 실로 봉합했다면 실 제거도 함께 진행한다. 나는 녹는 실을 사용했기에 따로 실을 제거하진 않았다. 하지만 배꼽이 안쪽으로 움푹 파고 들어가 있었기에 샤워 후 배꼽을 잘 말려야 한다고 했다.



4. 배꼽에 염증 소견이 있으면 즉시 병원에 내원하세요.

의외로 배꼽 염증이 잘 생긴다. 염증 소견이라 함은 배꼽 부위가 빨갛게 발적 되었거나, 그 부위에 통증이 있거나, 고름이 나오는 것을 말한다. 이때는 바로 병원에 내원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밀라노로 출국하기 5일 전, 내 배꼽에서 이상이 생겼다. 봉합실 한가닥이 살 틈 사이로 삐죽이 나오더니, 그 사이가 빨갛게 변하기 시작했다. 병원에 전화해 보니, 녹는 실이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 두면 저절로 실이 빠져나올 거라고 했다. 하지만 점점 더 빨개지고 통증이 생기더니 급기야 하얀 고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바로 병원에 가서 바깥으로 나와있는 실을 제거하고, 소독을 하고, 항생제 연고를 처방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상처가 잘 아물고 있고, 이 정도는 대수롭지 않은 거라고 말했다.

지금은 약국에서 산 일회용 포타딘 스틱으로 직접 배꼽을 소독하고 항생제 연고를 바르고 있다. 더 이상 고름은 나오지 않지만, 그 부위를 누르면 약간의 통증이 느껴진다.



5. 질출혈이 있을 경우엔 바로 병원에 내원하세요.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해외에 있는 동안 혹시나 출혈이 있으면 바로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그럴 일은 거의 없지만, 호~옥시나 그럴 경우엔 지체하지 말라고 했다.


밀라노 집에 돌아온 후, 서랍장을 열어보니 면 생리대와 일회용 생리대가 한가득 남아있었다. 그 옆엔 최근에 산 생리컵과 위생팬디도 있었다. 결코 싸지 않은 물품들인데, 월경과다를 대처하느라 구비해 놓은 것들이다. 울컥 쏟아지는 생리혈을 인지하지 못하고 밤에 잠을 자다 이불을 빨갛게 물들인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남편은 코를 골며 자고 있었지만, 나는 그럴 때마다 이불을 걷어 빨래를 해야 했다.


자궁과 나팔관이 없는 지금, 더 이상 생리를 신경서도 되지 않아서 좋기도 하다.

나는 서랍 안에 든 면생리대와 일회용 생리대, 생리컵을 몽땅 쓰레기통에 버렸다.



6. 부부관계는 한 달 이후 개인적인 컨디션에 따라 가능합니다.

자궁수술이 아내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편에게도 중요한 이벤트인 이유이다. 자궁경부를 실로 봉합해 두었기 때문에 아내의 몸이 충분히 회복될 때까지 잘 기다려주는 남편의 지혜도 필요하다.


부부관계는 육체적인 행위라고 생각할 테지만, 정서-심리적인 요소가 더 짙다. '쉬는 부부'라는 부부관찰예능을 보더라도 오랫동안 부부관계가 없는 대부분의 이유가 정서적-심리적인 것이었다.

MBN, 쉬는부부


자궁을 잃고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아내에게 아무런 위로나 배려 없이 부부관계를 요구한다면, 십중팔구 부부싸움이 나고 말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봉합부위에 자극이 가지 않는 범위에서의 스킨십을 추천한다.

수술 후 회복기에 있는 아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배려 깊은 행동 하나가 나중에 더 큰 즐거움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나는 7월 4일에 한국에 도착했다. 그리고 딱 한 달 뒤인 8월 4일에 자궁 수술을 했다.

거의 두 달을 독수공방 해야 하는 남편에게 심심한 위로와 함께 허벅지를 찌르며 인내할 수 있는 바늘을 건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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