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프랑스학교의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중학생이 되니 더 좋다고?

by 선량

7살 때 다카 프랑스학교에 처음 입학했던 아이가 드디어 중학생이 되었다.



밀라노 프랑스학교에는 졸업식과 입학식이 따로 없어서 특별한 세리머니도 없다. 겨우 개학 전에 몇 시까지 학교에 오라는 안내문만 달랑 이메일로 왔다. 학부모에게 학교 생활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없고, 담임 선생님에 대한 소개도 없는 걸 보면서 정말 프랑스학교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허술함과 무심함이 때론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탈리아에서 프랑스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한국 엄마의 입장에선 안심이 되기도 한다. 나 역시 허술하고 무심한 학부모이기 때문이다.



큰아이는 여름방학 내내 새로운 중학교 생활에 대해 염려했다. 중학생들은 숙제도 많고, 매주 시험을 봐야 하며 초등학생 때보다 공부도 더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운 환경에 처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예민한 아이이기에 짐작할 수조차 없는 미지의 중학교 생활이 어떨지... 마냥 불안해하기만 했다.

그것은 한국에서 중학교 2학년인 사촌형의 영향도 좀 있었던 것 같다. 특목고를 가기 위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성적 관리와 동아리 관리도 해야 하고, 밤늦게까지 학원에 다녀야 하는 형의 모습은 아이에게 중학교에 대한 공포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급기야 "나, 중학생 되기 싫어... 계속 초등학교에 다니고 싶어..."라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아이는 지난 1년 동안 학교를 꽤 즐겁게 다녔다. 같은 반에 친한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쉬는 시간에 함께 축구를 하기도 하고, 조용히 체스를 하기도 하는 친구들이었다. 동양 아이라고 차별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한국 친구라고 더 챙겨주는 아이들이었다. 이 친구들 덕분에 내성적이던 아이는 자연스럽게 학교 생활에 스며들 수 있었다. 학교 생활의 8 팔은 역시 친구인 것이다.


"제발 친한 친구들이랑 같은 반이 되기를... 제발...."

아이와 나는 여름방학 내내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래서 이번 학년도 무탈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기를 바랐다.


"엄마 나 반편성 망했어."

개학 첫날 학교를 마치고 온 아이가 말했다. 친한 친구들과 단 한 명도 같은 반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지난해 같은 반이었던 아이는 달랑 세명이라고, 그중에 두 명은 여자 아이들이란다.


헐….

폭망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인가???


하지만 아이의 표정이 그리 나쁘지 않다.

"담임 선생님이 체육 선생님인데 너무 유머러스해.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 같아. 친구는 다시 사귀면 되니까…. “


나는 아이의 이 말을 들으며 아이의 마음이 생각보다 많이 커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 어린아이인 줄만 알았는데 아이의 키가 자라는 만큼 아이가 경험한 세상도 자라난 모양이다.

새로운 환경 앞에서 불안 대신 기대를 선택한 아이가 꽤나 듬직하게 보였다.




아이는 꽤 자연스럽게 중학교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이미 중학교 1학년 학생들과 여러 번 교류를 했었다. 여름방학 전에는 1년 선배들이 직접 후배들을 중학교 건물로 데리고 가서 캐비닛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교실은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등을 알려주었다.

며칠 전에는 과학 교실을 찾아가다가 길을 잃어 한참을 헤매었다고 한다. 그러다 다른 쪽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같은 반 친구들을 딱 만나 함께 교실을 찾아갔다고. 초등학생 때와 다르게 매시간마다 해당 과목 교실을 찾아가야 하니, 쉬는 시간이 너무 후딱 지나가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고 아이는 말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교문출입"여부이다. 부모님이 없으면 절대 학교 밖으로 나가지 못하던 초등학생 때와 다르게 학생수첩이 있으면 방과 후에 자유롭게 교문을 나갈 수 있다. 중학생 이상에게만 부여되는 권한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는 이 학생수첩을 "간지 노트"라고 부른다. 이 노트를 들고 다니면 큰 학생 취급을 받아서 간지가 난다나.…


아이는 중학교 생활이 생각보다 너무 좋다고 말했다. 뭐가 그렇게 좋냐고 물어보니, 초등학생 때는 느끼지 못했던 "자유와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유와 책임.

청소년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아닐까.



오늘도 아이는 7시 50분에 학교로 들어갔다.

학교로 향하는 아이의 뒤통수를 보며 불안해하던 엄마의 마음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걸 깨달았다.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교문으로 들어서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니, 그동안 프랑스학교를 다니며 울고 울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이렇게 잘 자라준 아이가 새삼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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