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프랑스학교 이야기
지난 학기, 밀라노 프랑스 학교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바로 Bullying, 즉 따돌림이었다.
5학년 B반 몇몇 아이들이 한 남자아이를 따돌림시켰을 뿐만 아니라 아이의 옷에 낙서를 하거나 나쁜 말을 지속적으로 했다고 한다.
아이는 그 일로 살이 점점 빠져서 10살 아이 몸무게가 약 20킬로까지 되었으며 급기야 섭식장애가 발생해 병원에 입원까지 했고, 약 두 달 동안 학교에 오지 못했다고 한다.
내 큰아이, 지안이와 같은 학년이었지만, 같은 반은 아니었기에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 나중에 학교에서 온 이메일이 심상치 않아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이런 어마무시한 일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엄마들 대부분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내 아이가 살이 그렇게 빠지는데 어떻게 엄마가 모를 수가 있지? 내 아이의 옷이 찢어지고, 낙서가 되어 있으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엄마가 더 관심을 가져야지, 학교에서 장난하다 그랬다는 아이 말을 엄마가 믿었다고? 그게 말이 돼? 그리고 그 반 담임 선생님도 이해 안 돼. 아이들이 그렇게 심하게 했는데, 그냥 장난이라고 생각했다고? “
다들 그 아이의 엄마와 담임 선생님을 비난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지만, 가해자를 비난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의 엄마와 선생님을 비난하는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근데 걔, 엄청 잘생겼는데. 영화배우 닮았어. 예전에 우리랑 축구도 하고 잘 지내던 얘였는데. 왜 그랬지?”
평소에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미주알고주알 모두 말해주던 지안이도 다른 반에서 일어난 이 일은 전혀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중에야 소식을 듣고 의아해하던 지안이는 다른 친구들에게서 주워은 “커더라~” 통신의 뒷이야기를 말해주었는데, 누구누구가 그랬다더라, 그중에 여자아이도 있었다더라, 엄마랑 친한 엄마의 아들이 그중에 있었다더라, 걔가 엄마한테 따돌림당했다는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더라, 밥을 못 먹어서 코에 튜브를 넣어서 영양공급을 하고 있다더라… 등등 검증되지 않은 뉴스를 전해주었다.
가해자 아이들에 대한 조치를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 학교와 가해 학생들, 그들의 학부모들끼리만 은밀해 무언가를 한 것 같다.
이 일 이후 학교에서는 대대적인 “따돌림 방지 캠페인”을 시작했다. 심리상담 전문가를 초청해 한 달에 한두 번, 강연을 하고, 따돌림 신고센터를 만들었다. 각 반에서도 ‘따돌림 방지 캠페인’ 그림을 그리고, 구호를 만들어 외치곤 했다.
병원에 입원을 했다던 아이가 다시 학교로 돌아왔을 때는 반을 바꿔서 돌아왔다. 거기에도 말이 무성하게 많았지만, 학교를 쉽게 바꾸지 못하는 특성상, 피해자와 가해자를 한 반에 두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00가 자꾸 날 따돌려. 오늘도 나 혼자 놀았어.”
여름방학 전, 내 딸아이인 소은이가 말했다. 소은이는 지지난 학년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와 또 같은 반이 되었다. 덕분에 4학년을 잘 시작할 수 있었고, 무사히 친한 친구 그룹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잘 지내던 그 친구들이 한 번씩 소은이를 따돌렸던 모양이다.
“그냥 다른 애들이랑 놀아봐. 왜 꼭 걔랑 놀려고 그래?”
“다른 애들은 이미 노는 그룹이 만들어져 있단 말이야. “
“그래도 그냥 같이 놀자고 하면 안 돼?”
“응, 말을 못 하겠어…..”
평소엔 적극적이고 활발하던 아이인데, 친구들 문제 앞에선 한없이 소극적으로 변하는 아이이다. 그 나이의 여자아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친구문제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의 태도가 영 답답했다.
00라는 아이의 엄마는 지난 “집단 따돌림“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장 열을 올리며 비난하던 엄마이다. 자기 아들 역시 종종 그런 따돌림을 당했는데 학교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화를 내곤 했다.
“엄마가 선생님께 말할게.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되지.”
“아니야 엄마, 절대 말하지 마. 괜히 말했다가 나만 나쁜 애 될 것 같아.”
“아니야, 이건 말해야 돼. 선생님한테 말하는 게 싫으면 걔네 엄마한테 말할게. 걔네 엄마가 따돌림 엄청 싫어한다고 동네방네 말 하고 다니는데. 자기 딸이 지금 그러고 있잖아.”
“아니야, 엄마. 일단 말하지 말고 기다려봐. 걔가 계속 그러면 그때 말해줘.”
나는 소은이가 나에게 솔직하게 말해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걱정이 되었다. 그 아이들의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 아이들이 여전히 친한 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고민하다 소은이의 담임 선생님께 이메일을 보냈다. 여름 방학이 한 달 정도 남은 때였고, 이미 다음 학년 반 편성이 끝난 시점이었다. 그런데 다음 학년에도 소은이와 그 아이가 같은 반이 되면 절대 안 될 것 같았다. 그러면 또 1년 내내 친구 문제로 고민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소은이와 00가 많이 친해 보이지만, 사실은 아닙니다. 종종 소은이가 따돌림을 당해 많이 힘들어했어요. 소은이는 절대 선생님께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저는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다음 학년엔 그 아이들과 다른 반으로 편성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
나는 선생님께 이런 메일을 보냈다는 말을 아이에게 비밀로 했다. 혹시나 아이가 알면 상처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내 요구사항을 선생님은 받아주셨고, 그 아이들과 다른 반이 되었다. 하지만 새 학년에 친한 친구가 거의 없어서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고 말았다.
“엄마, 반편성 완전 개 망했어!! 친한 친구가 한 명도 없어~~ 나 어떻게?”
“소은아, 친한 친구를 다시 새롭게 만들면 되는 거야. 그리고 중요한 건 담임 선생님이야. 선생님은 어때?”
“선생님은 너무 좋아. 그래도 어떻게 친한 친구가 한 명도 없어?”
“00랑 00는 다른 반이야?”
“걔네 둘은 같은 반으로 갔어.”
“다행이다. 너랑 같은 반이 아니라서. 엄마는 그것 만으로도 진짜 다행인 것 같아.”
나는 진심으로 말했다.
새 학기가 시작한 이후에도 학교의 “따돌림 방지 프로젝트”는 계속되고 있다. 정기적으로 강연을 하고, 신고 센터를 운영한다.
중학교 1학년이 된 지안이 반의 반장, 알레그라는,
“내가 쉬는 시간에 여자 화장실 근처에 서 있을 테니, 혹시나 따돌림을 당했거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거기로 날 찾아와.”
라며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며칠 전, 소은이가 학교에서 숙제를 내줬다며 노래를 하나 외우고 있었다. 그 노래는 “친구를 따돌리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엄마, 이 노래 부를 때마다 나 울컥 해. 지난 학년 때 나도 그랬거든. 사실은 엄마한테 말한 것보다 더 힘들었어….”
아이가 노래 연습을 하다 말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나는 소은이를 꼭 안아주었다.
며칠 전, 학교에서 또 따돌림 사건이 생겼다고 한다. 피해자는 바로, 지난 학기 때 소은이를 따돌렸던 그 아이!!! 가해자는 함께 친하게 지냈던 두 아이 중 한 명이라나??? 이건 또 무슨 상황인 걸까?
함께 친하게 놀긴 했지만, 싸우고 화해하기를 반복하던 그 두 아이 사이에 결국 사달이 나고 만 것이었다. 따돌림당한 아이의 엄마는 상대방 엄마에게 욕을 퍼부었고, 학교에 찾아가 난리를 피웠다고 한다. 그 말을 전해 들은 소은이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때 엄마 말 들을 걸 그랬어. 걔네 엄마한테 말할걸. 자기 딸도 나한테 그랬다는 걸 말했어야 했는데.”
“소은아, 사실은 엄마가 선생님께 메일을 보냈어. 걔내들이랑 다른 반 되게 해달라고. 근데 엄마는 진짜 다행인 것 같아. 같은 반이었어봐. 분명히 계속 힘들었을 거고, 저 사건에 너도 휘말렸을 거야. “
“맞아. 지금 우리 반은 서로서로 친해. 우리는 따돌림도 없고 여자 애들이랑 서로 잘 돌봐줘. “
나는 그때, 고민하며 선생님께 메일을 보내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과연 우리 학교에 따돌림은 사라질 것인가?
아마도 크고 작은 일들은 계속 생길 것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태도인 것 같다.
평소에 아이가 힘듦을 토로할 때 아이의 마음을 받아주는 넉넉한 마음의 부모가 되는 것,
그 후 내 아이를 위해 적절한 행동을 취할 줄 아는 지혜로운 부모가 되는 것,
어렵지만, 꼭 해야 할 부모의 자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