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작가도 여전히 투고를 합니다.

4장. 무명작가로 살아남기 위해

by 선량

독립출간이 되었든, 기획출간이 되었든, 1년에 1권의 책을 출간하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작년엔 책을 내지 못했다.


독립출간으로 책을 만들려고 준비해 둔 원고가 있었다. 무려 3년 전, 인도에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던 원고였다. 인도에 코로나가 심해져 전국 봉쇄령이 내렸을 때의 이야기부터 인도에서 유방암 조직검사를 했던 이야기, 둘째 언니의 유방암 발병 이야기와 내 오랜 시절 첫사랑 이야기까지.

그 원고를 다시 들춰보니, 현재형으로 쓰인 문장이 못내 아쉬웠다. 나는 모든 현재형을 과거형으로 수정했다. 그리고 현재형의 원고를 몇 개 더 추가했다.

3년 전에 지은 제목이 뭔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나는 제목을 바꾸고, 다시 바꾸고 또 바꿨다.

그렇게 완성된 원고는 여전히 내 노트북 폴더에 담겨있다. 이제 표지를 만들고, 책 등록을 해야 하는데 12월이 훌쩍 넘어 새해가 돼버렸다.

나는 그 원고를 서랍 깊숙이 다시 넣어두어다. 언젠가 마음이 꼴릴 때 다시 꺼내줄 거라 약속하면서.




스멀스멀 다시 책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먼저 책을 쓰자고 손 내미는 출판사는 없다. 내가 아무리 글을 많이 쓰고, 그중엔 내가 봐도 너무 좋은 문장이 있지만 낮은 인지도는 좋은 문장을 이기지 못한다. 책을 출간하는 것은 모든 이들의 꿈이지만, 출판은 모든 출판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글솜씨는 부족하지만 인지도가 높은 인플루언서의 책을 출간하는 것이 훨씬 이득인 것이다.



책을 쓰고자 하는 열망이 점점 더 피어오르면 나는 브런치북을 들춘다. 거기엔 이미 주제와 타깃독자가 있고, 10개가 넘는 목차와 원고가 있다. 나는 워드를 열고 브런치에 쓴 글을 복사, 붙여 넣기 한다. 그리고 현재형의 문장을 과거형으로 바꾸거나, 맞춤법을 수정하거나, 지금의 상황에 맞게 문장을 바꾼다. 브런치북을 만들며 이미 정해놓은 주제가 있기 때문에 글의 내용은 이미 정재 되어 있다.

이것을 토대로 출간기획서를 만든다. 출간기획서를 만들 때는 몇 가지를 더 추가해야 하지만, 주제와 목차가 있다면 원고의 특징이나 방향성, 홍보마케팅 방법을 쓰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다. 즉, 출간기획서도 원고를 쓸 때도 가장 중요한 것은 "주제"와 목차이다.


이제 미리 조사해 둔 출판사리스트 파일을 연다. 거기엔 출판사 형태와 이름과 이메일주소, 출판사 sns와 투고방법, 특징 등이 정리되어 있다. 내가 했지만, 왠지 좀 뿌듯한 파일이다. 출판사 리스트 업은 평소에 업데이트해놓는다.

기획서와 원고가 준비되었으면 투고를 시작한다. 내 원고와 결이 비슷한 출판사를 추려 하나하나 이메일을 정성스럽게 쓰고 보낸다. 그리고 답변을 기다린다.


"안타깝지만 저희 출판사에서는 출간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애쓰신 원고이지만 저희 출판사는 올해 출간 계획이 없습니다"

와 같은 답메일이 온다. 하지만 답메일이 오지 않는 곳이 훨씬 많다. 이 원고에 반응이 별로 좋지 않다고 판단되면 나는 다시 브런치를 연다. 거기엔 또 다른 주제의 브런치북이 있다. 지난번에 했던 방법으로 브런치북의 글을 복사, 붙여 넣기하고 내용을 수정하고, 출간기획서를 만들어 다른 출판사에 투고를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답변을 기다리고, 글을 수정하고 또 보내기를 반복한다.....


브런치 작가라면 브런치북 대상 출판 프로젝트를 위해 만들어 둔 브런치북이 여러 개 있을 것이다. 브런치북 대상에 합격했다면 가장 좋겠지만, 나처럼 합격은커녕 출판사에서 출간제안이 먼저 오지 않았다고 해서 절대 실망하지 말자. 그 브런치북을 그냥 브런치에만 둘 것인지, 아니면 그걸 꺼내어 다른 방법을 모색해 볼 것인지는 자신에게 달렸다.

브런치에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이다. 구독자들의 좋아요 수와 조회수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물론 조회수가 오르면 기분은 좋지만, 그게 내 글의 퀄리티를 보장하진 않는다는 걸 명심하자.

브런치 작가가 되기만 하면 금방 출간 작가가 될 거라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브런치에 글을 쓸 때는 미래의 내 책을 위해 글감을 남겨놓는다는 심정을 쓰는 것이 좋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글을 쓸 수 있다.


2018년 11월 즈음에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어느새 2024년이 되었으니 횟수로 브런치작가 6년 차가 되었다. 그동안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투고를 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투고를 한다.

그래서 아직도 무명작가로 살아남는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삶을 쓰는 사람, 쓰는 데로 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