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작가로 글쓰기 강연하기

4장. 무명작가로 살아남기 위해

by 선량

“작가님, 글쓰기 강연 한번 해주세요.”

“제가요? 어떤 강연을 할 수 있을까요?”

“글쓰기에 대한 동기부여를 해주시면 됩니다.”

“그럼…. 한번 해볼까요?”

“네네! 밀라노 시간에 맞춰서 한국 시간으로 저녁에 하면 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준비해 볼게요. “



오랜만에 글쓰기 강연 요청을 받았다. 그동안 공저책 저자를 대상으로 한 강의와 글쓰기 모임을 통한 강의는 계속했지만, 불특정 다수를 위한 강연은 실로 오랜만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해외에 살고 있는 무명의 작가인 나에게 이런 강연 요청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글쓰기에 대한 동기부여도 확실히 해줄 자신이 있었다.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했던 나의 처음과 혼자서 직접 글을 쓰며 공부했던 모든 과정, 그리고 글을 쓰기 전후의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만 해도 동기부여는 확실히 될 거라 생각했다.

나는 거기에 한 가지를 더하고 싶었다.

그건 바로, “완벽한 때를 기다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내가 생전 처음으로 글쓰기 강연을 한 것은 기획출간으로 첫 번째 책을, 주문형 도서 독립출간으로 두 번째 책을 출간한 직후였다. 자녀육아서였던 첫 번째 책은 정말 열심히 쓰고 준비했지만 잘 되지 않았고, 어설프게 쓰고 만든 두 번째 책은 좀 부끄러웠다. 자신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나에게 글쓰기 동기부여 강의를 해달라고 요청이 들어왔다.


고민을 참 많이 했다. 누군가에게 강의를 해본 경험이 전무했을 뿐만 아니라 책을 내긴 했지만 난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책을 쓰기 전, 글쓰기 강의를 들어본 적도 없었고 하다 못해 글쓰기 모임에 참여해 본 적도 없던 사람이었다. 게다가 줌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몰랐다.


이제 막 시작된 코로나의 여파로 온라인 모임과 줌미팅이 활성화되던 시기였다. 두 아이가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했고, 남편은 재택근무를 하던 때였다. 집에서 삼시 세 끼를 준비해야 했고, 양쪽에서 수업 중인 아이들의 수발을 들어야 했다.

나는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 이 강의를 거절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



강의 요청을 수락한 후 내가 어떻게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글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했는지, 작가가 되기 위해 어떻게 투고를 했고, 어떻게 책을 냈는지 까지.

나의 모든 글쓰기 역사를 PPT로 만들었다. 이 내용이 과연 누군가에게 동기부여가 되긴 할지, 도움이 되긴 할지 확신은 없었지만, 생애 첫 강연을 망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


강연 당일, 20여 명의 사람들이 줌 강의실에 들어왔다. 심장이 너무 벌렁거려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정신없이 준비한 강의를 모두 마친 후 참석한 분들께 피드백을 받았을 때 나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내 강의를 듣고 글을 써보고 싶다는 사람, 작가가 되고 싶다는 사람, 정말 감동이었다는 사람들까지.

나의 어설픈 용기와 도전이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다.

내가 잘 나가는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단지 몇 걸음 앞서 걷는 사람이기에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는 말은 “잘 나가는 작가가 되어야 글쓰기 강의를 할 수 있다 “는 내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뜨려 주었다.




완벽하게 준비되진 않았지만, 일단 시도해 보는 것을 선택하곤 한다. 그 덕분에 공저에세이 과정의 강사가 될 수 있었고, 책을 기획하고 편집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새 출판사와 함께 출간한 책이 2권, 내가 직접 만들어 출간한 책이 5권이 되었고, 공저에세이로 만든 책이 6권, 일대일 코칭으로 출간한 책이 4권이 되었다.


이 경험들 덕분에 무명의 작가인 나는 글쓰기 강사로, 책 쓰기 코치로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내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컬러링에세이를 만들었다. 이 또한 아마추어 일러스트레이터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해 경험하며 만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내기까지 3년의 시간이 걸렸다.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꾸준히 나만의 자취를 남기며 글을 쓰는 삶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화요일 저녁 9시.

줌 강의실에 6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나는 이번에도 내 처음과 글쓰기의 모든 과정들, 어떻게 글쓰기로 수익화를 하고 있는지 모두 보여드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완벽하게 준비되기를 기다리지 말라는 말을 전했다.


완벽한 때는 없으며, 간절한 마음이 있는 그때가 글을 쓸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출간 작가도 여전히 투고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