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by 온이로

나의 문장은 흔하다. 나의 이야기는 완성되지 못한다. 나의 글은 그저 일기에 지나지 않는다. 난 내 글을 누구에게 나서서 보여주진 않으니 누군가 내 글에 대해 평가할 일도 그리 많지 않다. 몇 명이지만 내 글을 읽은 글을 잘 쓴다고 표현한다. 어떤 의미의 잘 쓴다는 말인지는 모른다. 무얼 봤는지도 정확히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말했다. 믿기는 한다. 고만고만한 아이들 사이에 삐죽 튀어나와 있으면 눈에 띄겠지만 멀리서 보면 그냥 잔디밭일뿐이다.


올해로 서른이 된 무직의 여성. 얼마 전에 책 읽기 모임에 들어가서 매우 즐겁게 책을 읽고 있다. 글과는 전혀 관련 없는 학과를 졸업했고 글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들을 했다. 기억나는 어린 시절부터 일기를 썼고 항상 소설을 쓰고 싶다고 다짐하고 산다. 한강이나 김영하, 무라카미 하루키 책을 자주 읽지만 좋아하는 작가를 꼽으라면 꼽기는 어렵다.


독서를 즐긴 첫 순간이자 함께 인생 최대치로 글을 읽지 않았나 싶은 초등학교 5학년 시절이 있었다. 교과서 밑에 소설책을 숨겨놓고 몰래 읽던 중학생 소녀가 있었고, 시립도서관의 책을 섭렵할 듯이 성인이 될 때까지, 그렇게 읽었다. 소설을, 인문학을, 어떨 땐 미술학이나 고전문학도 읽었다. 그저 책이 좋았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저렇게 책을 읽지 못한다. 다른 할 일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독서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잃어버린 것 같다.


글쓰기도 저 때 즈음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오늘은 일어나서 밥 먹고 누워서 잤다.’ 이런 글 말고, 다른 글들을 말이다. 일기이자 나에겐 유일한 탈출구였던 종이와 펜, 핸드폰으로도 참 많이 썼다. 그렇게 소설을 동경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소녀가 소설가가 꿈이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다. 세상 일이라는 게 꼭 나 좋을 데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혼자 쓰던 글을 들켜 조롱당했고 글짓기 대회에선 입상도 못했다. 그리고 이제 나의 꿈은 불투명하다.


그래서 죽기전에 한번, 내 글을 세상에 내어놓고 싶어졌다. ‘그저 일기’를 끄집어내기로 했다. 내가 하는 것이 ‘고작’ 일기쓰기 뿐이라면 그 일기를 가지고 나의 과거를 평범한 것으로, 혹은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독자 여러분은 그저 끌리는 제목의 글을 읽어도 된다. 사실 이런 자기소개는 읽지 않아도 그만이다. 작가가 누군지보다 글이 어떤지가 더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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