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번째 케이크

생일을 챙겨줄 사람

by 온이로

스물아홉 번째 케이크는 먹지 않았다. 원래 케이크를 좋아하지 낳아서 아이스크림 케이트를 매년 먹었는데, 올해는 그것마저도 안 하고 초도 불지 않고 미역국도 먹지 않았다.

어제는 이사를 했다. 이사를 준비하며 골치 아플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생일 같은 것을 신경 쓸 여력이 없었는지 나이가 들면서 점점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게 되는 건지는 모르겠다.


생일 챙기기 시작하는 건 언제부터 일까. 보통의 겨우 돌잔치라는 풍습으로 첫 번째 생일을 기념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역국을 먹고 케이크에 초를 끄며 소원을 빈다. 드라마에도 영화에도 그렇게 나온다. 나 또한 지금까지의 생일을 그렇게 보내왔다. 생일은 축하받는 것, 축하하는 것, 맛있는 것을 먹고 케이크를 먹는 것. 나는 생크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항상 서른한 가지 맛의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먹었다. 냉동실에 얼려두고 2,3일 먹는 것이 어릴 땐 많이 행복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생일을 집에서 가족들과 가 아닌 친구들과 보내기도 했다. 참 신기하게도 나는 지금까지 혼자서는 생일을 보낸 적도 생일 케이크를 안 먹은 적도 없었다. 이것은 내 주변 사람들에게 참 감사할 일이다.


그렇던 나에게도 혼자 보내는 생일이 찾아왔다. 스물아홉 번째 생일이었다. 어머니와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고 헤어진 후였지만 케이크가 없으니 생일을 챙겼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누구라도 불러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초를 끄고 싶었다. 하지만 이사로 녹초가 된 몸은 그저 잠들기를 원했다. 잠에 빠져들면서 조각케이크 하나 사달라고 말할 데 없는 내 신세가 처량해졌다. 내 마음속처럼 집도 이사 후의 텅 빈 모습으로 나를 안아주었다.


나는 그 집에 애착이 꽤 많았다. 처음으로 넓은 자취방을 구했고 월세도 저렴했다. 무엇보다 인테리어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즐거웠다. 그러나 세상사 문제는 돈 앞에서 벌어진다. 가구든 생활용품이든 혼자 살아도 필요한 것들을 사다 보면 돈은 금세 사라진다. 나는 그래도 1순위로 집과 관련된 것들을 사들였다. 이사 2주 후에 예정된 집들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집들이 때 부끄럽지 않으려고 구색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내 인테리어는 '에어비앤비 같다', '모델하우스 같다', 는 평을 들었다. 그때는 그게 좋은 말 같았다. 예쁜 우리 집. 하지만 그 집을 나온 지금 되돌아보니 그만큼 '집' 같지 않았다는 것이다. 숙박업소나 일부러 꾸며놓은 방처럼 사람 사는 집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집의 빈 공간을 채우면 너의 빈 공간이 채워지는 것 같아서, 그래서 뭘 계속 사들였구나.".


이제 어머니의 집으로 돌아온 나는 나의 인테리어는 다시는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쩌랴 한번 해본 걸로 마음을 달래야지. 어머니의 집에서는 생일을 챙겨주지 않을 사람이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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