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달이 밝다

by 온이로

오늘은

달이 밝네 라고 말했더니

친구가 오늘 우울하다고? 라고 물어왔다

오늘따라 달이 밝다

아주

많이


실제 친구와의 대화를 적은 것인데 친구는 기억할지 잘 모르겠다. 한마디 잘못 알아들었을 뿐인데 우리는 깔깔대며 웃었고 나는 이걸 일기에 적었다. 그 친구는 유일하게 나와 우울을 나눌 수 있는 친구였고 여전히 절친하다. 친구란 존재들은 대부분이 이름만 친구라서 핸드폰 연락처에 술 먹자고 부를 애들은 많아도 정말 힘들 때 부를 친구가 없는 것이 부지기수다. 나는 친구들이 아주 소수정예이기 때문에 가끔은 놀 사람이 없어 외롭기도 하다. 사람들은 대부분 대학교 이후로 사적인 친구가 생기지 않거나 만들지 않는데, 일로 연결되어 있던 고리가 떨어지면서 자연스레 멀어지게 된다. 그래서 각종 소모임이 생겨나고 사람들이 모인다. 새로운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서다.


나의 첫 소모임은그냥 밥이나 술을 같이 먹는 모임이었는데, 두 달 동안 어떤 모임도 갖지 않고 카카오톡에 글만 올라왔다. 굳이 들어간 의미가 없는 것 같아 곧 나왔다. 지금 하고 있는 책 읽기 모임이 두 번째다. 현 상황에 들어갈 수 있는 모임의 종류가 한정적이기도 했고 책을 다시 읽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하던 때여서 바로 가입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거의 두, 세 시간에 가깝게 얘기를 하다 보면 책에 대한 이해가 더 잘되곤 한다.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 같은 것, 나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새로운 시각들을 듣고 있다보면 나또한 이야기할 거리가 생겨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 과정은 나에게는 매우 즐거운 것이라서 매번 모임에 참석하는 편이다. 지금 모임의 자매모임으로 글쓰기 모임이 있다. 사실상 나의 글을 공개하는 데 있어 많은 용기를 여기서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한 주제로 짧은 시간 동안 글을 써서 돌려 읽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데, 내 글을 타인에게 보여준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떨리는 마음이었다. 근데 막상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니 귀엽기도 재밌기도 하면서 평가하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일 것 같았다. 나의 글은 부끄럽지 않은 것이라는 증명을 받은 느낌이었다.글쓰기 모임은 아직 두번째이지만 재미있는 상황이 많이 연출된다. 아무래도 창작적인 일을 해서 그런 것 같다. 나의 새로운 사회가 시작되면서 내 삶은 또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아무쪼록 두 모임 다 오래 유지할 수 있길 원하는 마음이다.


일기장의 수많은 글은 일기이거나 소설이거나 시이거나 희곡이다. 그런 글들을 되짚어 읽고 있으면 쓸 때의 기억이 나고는 한다. 그것들이 좋은 기억을 불러올 때도, 나쁜 기억을 불러올 때도 있지만, 글을 읽고 과거를 회상하면서 배우는 것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 힘들 때 일기장을 찾고는 했다. 달이 아주 밝은 날 말이다. 그러나 나는 그 일의 결말을 살고 있다. 지금 웃으며 친구와 전화를 하는 것처럼, 달이 내 인생에서 서서히 어두워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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