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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 Feb 16. 2024

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3

2024 온유 매일 필사 세 번째 

그녀에게 있어서 그는 늘 왠지 어떤 것에 사로잡힌 포로처럼 보이지 않았던가. 그 자신의 안이한 포로, 안이한 삶의 포로처럼. 그런데 지금 그는 더 이상 발버둥 치지 않는, 반쯤 죽은 듯한 옆얼굴을 자신에게가 아니라 나무를 향해 돌리고 있었다. 동시에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 실내복 차림으로 경쾌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던 시몽을 떠올리고는 그를 원래의 그 자신에게로 돌려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를 영원히 보내 버림으로써 잠시 슬픔에 잠기게 했다가, 예상컨대 앞으로 다가올 훨씬 멋진 수많은 아가씨들에게 넘겨주고 싶었다. 그에게 인생이라는 걸 가르치는 데에는 시간이 자신보다 더 유능하겠지만, 그러려면 훨씬 더 오래 걸리리라. 

폴의 마음의 독백에서 시몽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이성 간의 관계를 떠나서 폴은 시몽이라는 사람 그 자체를 존중하고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프지만 어쩔 수 없이 놓인 숙명 앞에서 폴은 현명하고 이기적이지 못한 사람이었다. 

폴은 시몽을 끝내 거부하지 못하고 받아들이게 되지만 너무나 행복한 두 사람의 모습이 독자로서 마냥 편안하지만은 않았다. 아마도 로제라는 변수가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시몽이 그녀에게 가져다준 것은 완벽한 어떤 것, 적어도 어떤 것의 완벽한 절반이었다. 이런 일은 혼자가 아니라 둘이어야 완벽하다는 것을 그녀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오래전부터 줄곧 앞장서는 입장, 대개 혼자 애쓰는 입장이 되어 있었고, 이제 그 일에 지쳐 있었다. 그 자신에 대해 말하면서, 시몽은 사랑은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항상 나보다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폴에게 받는 게 중요한 사랑이 얼마나 새롭고 행복감을 주었을까.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끼지 못하면 결국 사랑받지 못한다는 건 불변의 진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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