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일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대한민국의 대표 아버지 베이비부머 세대(55년~60년 초 생)의 은퇴가 한참 진행 중이다. 자신들은 가난하고 힘든 유년기를 보냈기 때문일까. 자식들에게만은 가난을 대물려 주지 않으려 밤낮으로 일에 집중했고, 2004년 주5일근무제가 본격도입되기 전까지 토요일도 반납한 채 일에만 매달렸다. 휴일에는 일하느라 지친 몸을 위해 잠을 청했고 자연스럽게 가사와 육아는 항상 어머니만의 몫이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아버지와 함께 보낸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늘 바쁘시던 아버지가 이따금 휴일 아침 더 자고 싶던 아들을 깨워 목욕을 가자고 하시면 그게 참 반갑지 않았다. 더 자고 싶다고 했지만 사실 아버지와 둘이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철없던 아들에게는 조금 어색 했던 것 같다. 심지어 어린이날조차도 아들 머리맡에 천 원짜리 한 장 꺼내 놓으시고는 발걸음을 회사로 옮기던 아버지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랬던 필자도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고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아들의 아버지가 되었다. 요즈음 대부분의 아빠처럼 맞벌이하는 아내를 위해 가사와 육아에 열심을 다한다. 사랑스런 아들이 크는 모습을 더욱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어 지난 1년은 육아휴직도 했고 아들과 둘만 아는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도 많이 만들었다. 아빠와 어린 시절을 많이 보낸 아이일수록 자존감도 좋아지고 지능도 좋아진다 하여 지금도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내려 노력한다.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 진다. 그렇게 이해가지 않았던 아버지 모습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자녀를 사랑하는 방식과 좋은 아빠의 기준 자체가 지금과는 많이 달랐고, 휴일 아침 아들과의 목욕이 아버지의 천 원짜리 한 장이 아버지에게는 사랑의 표현 이였다는 것을 부끄럽지만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모두 똑같지는 않겠지만 아마 이 시대의 젊은 아빠들은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만들어진 아버지와 아들이 가지는 그 어색함의 간극을 좁히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진짜 부자되는 부자 여행
그렇다면 이런 마음을 아버지께 어떻게 전해 드릴 수 있을까. 필자는 다른 무엇보다 아버지와 단둘이 떠나는 ‘부자(父子)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여행이 가지는 힘은 생각보다 대단하다. 집이 아닌 특별한 공간과 비일상적 시간이 허락해주는 특별한 분위기는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게 하고,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아버지와 아들 모두에게 선물해 줄 것이다. 최근 SBS ‘아버지와 나’라는 예능프로그램은 이를 충분히 증명하는 것 같다.
올해도 어김없이 어린이날이 다가오고 있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은 벌써부터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선물을 가득 쌓아놓고 부모와 아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도 아빠가 되기 전에 우리 아버지의 사랑스런 어린이였다는 사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어린이날에는 진짜 마음의 부자 되는 ‘부자(父子)여행’이라는 어린이날 선물을 사달라고 말씀드려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