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대가족

둘에서 여섯이 된 시작점

by 단비

나은이와 함께한 시간이 10년이라니. 글로 적으면서도 감회가 새롭다. 나은이는 매우 활동적이고 호기심도 많다 보니 하루에 1번 이상 산책을 나가지 않으면 많이 보챘다. 아주 맑고 깊은 눈으로 낑낑 소리를 내며 발을 동동 구르면 새벽이든 밤늦은 시간이든 남편은 나은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고 했다.


코로나가 시작할 즈음 새 가족을 맞이했다. 사실 강아지 1마리를 키우면서 '외로워 보여서'라는 이유로 강아지를 더 데려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외로워 보인다는 건 지극히 인간의 입장일 뿐 강아지가 "나 외로워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혼자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어 할 것이다. 이유는 여럿이지만 귀엽고 새로운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은 더욱 따뜻하고 행복했다. 그만큼 책임감도 커졌다.




#2. 토르(5살/남자/장모 크림 닥스훈트)

우리 집에 처음 온 날! 나은이가 따뜻하게 잘 맞이해 준 덕분에 토르는 잘 적응했다.


토르는 셋 중 제일 겁이 많다. 아가 시절 산책을 하면 자전거만 지나가도 바로 얼음 상태가 되고, 청소기만 켜면 이불속으로 얼른 들어가서 숨어버렸다. 아가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아빠가 되고 나서도 겁이 제일 많다. 타고난 품성이 무던하고 점잖다.

토르는 셋 중 제일 멍청 미가 넘친다. 머리에 사료 두 알 묻히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이 귀여워서 남겨둔 사진인데 아기 때나 지금이나 표정은 똑같다. 나은이와 나르는 방문이 살짝만 열려있어도 코로 방문을 여는데 토르는 그냥 문 앞에 가만히 서서 앞발로 문을 긁을 뿐이다.

닥스훈트는 귀가 크고 아래로 축 늘어져있는데 토르가 잘 때 빅뱅의 대성이 생각나는 포즈로 잠을 자기도 한다.

나은이를 찍으려는데 갑자기 등장한 토르. 자기도 찍어달라는 듯 얼굴을 들이댄다. 참 순수한 존재다. 토르를 보고 있으면 그냥 세상 근심이 없어지는 낌이다.

토르의 성격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겁쟁이'이다. 사람으로 치면 한 집의 가장인데 겁이 제일 많다. 아기 시절 토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거의 안아줘야 했다. 자전거가 멀리 지나 만가도 얼음 상태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조심성이 많다. 함부로 물건을 뜯거나 먹지 않고, 낯선 이의 등장에는 경계한다. 사람 엄마 껌딱지라 퇴근 후에 집에 오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반겨주고 한시도 옆에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었다.


이렇게 겁이 많고 순한 토르는 1년 후 아빠가 된다..

누나-동생 하라고 데려왔는데 그건 인간의 착각이었다.

아빠가 되고 난 후 사람 엄마 껌딱지가 아니라 사람 아빠 껌딱지가 된 토르. 아마 아들인 나르가 사람엄마 껌딱지라 양보한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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