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아들

정말 너희가 사람이면 좋겠다 생각할 때가 많아

by 단비

사람 딸 한 명과 아들이 두 마리(?) 있다.

수컷이 2마리라 둘 다 나에게 아들이지만 특히, 임신과 출산을 함께한 나르는 정말 사람 같이 느껴진다. 남매로 지내라고 데려온 토르와 나은이 사이에 아기들이 생겼고, 21년 6월 30일 나르가 태어났다.




#3. 나르(4살/남자/중장모 레드 닥스훈트)

"어서 와 우리 집에 온 걸 환영해"


나은이 뱃속에는 5마리의 꼬물이가 있었다. 그중 나르는 셋째로 병원에서 유도분만제를 맞고 태어났다. 나은이가 허리디스크 수술을 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힘이 많이 모자란 듯했다. 결국 양수가 터지고 출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 넷째와 다섯째는 먼저 강아지별로 갔다. 나은이 출산일기는 다음에 자세히 적어봐야겠다.

맨 아래에 있는 초코색 강아지가 나르이다. 분명 저렇게 3마리 모두 털 색이 달랐는데 성견이 되니 3마리 모두 엄마인 나은이와 털 색이 같다.


나르는 이마에 모자를 쓴 것처럼 진한 털이 나있는 귀여운 모습으로 태어났다. 3형제 중에 막내인데 막내스럽게 혼자 노는 걸 더 좋아하고 반항끼 가득한 눈빛을 가졌다.

잘 때면 꼭 저렇게 3마리가 붙어서 자거나 자기들끼리 탑을 쌓듯이 뭉쳐서 잠을 잤다. 뱃속에서 그렇게 지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르는 아빠인 토르보다는 똑똑하고 엄마인 나은이보다는 덜 똑똑하다. 나르의 성격은 엄마인 나은이를 많이 닮았다. 늘 호기심이 가득하며, 겁이 없고, 매우 활동적이다. 나르는 우리 집 전체에서의 막내였기에 사랑도 많이 받고 어리광도 많이 부리며 자랐다.

혼자 놀기의 달인이었으나 첫째, 둘째 형아를 아는 지인의 집으로 입양 보내고 나니 사람엄마 껌딱지가 되어버렸다. 어딜 가나 졸졸 따라다니고 내가 누워있으면 저렇게 다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기대어 잔다. 밤에도 내 베개 위쪽에 가로로 누워서 자거나 내 옆구리를 비집고 들어온다.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은 아빠 다리를 하고 앉은 나에게 올라와 나를 가만히 쳐다본다. 늘 내 발 밑 한 뼘 거리에 있거나 나랑 몸이 붙어있다. 원래 토르가 사람엄마 껌딱지였는데 바뀌었다. 강아지도 아빠가 되면 어른스러워지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토르는 나르가 태어나고 내가 아닌 남편에게 늘 붙어있다. 아들에게 엄마를 양보한 건지, 아빠가 되니 동병상련의 대상을 찾은 건지는 모르지만.

나르는 눈빛과 몸짓 모두 장난기가 한가득이다. 그래서 우리 집 강아지 중에 병원비가 가장 많이 들었고 수술도 많이 했다. 호기심 많고 똑똑한 강아지가 2마리나 있으니 어디서 가져왔는지, 어떻게 꺼냈는지 가지고 놀면 안 되는 것을 꺼내어 놀고, 나르는 그것을 먹는다. 어린 나이에 벌써 개복 수술을 2번이나 했다. 수술만 2번이지 심장이 철렁해 병원으로 뛰어간 적은 훨씬 많고 한 달에 1번 이상은 나르가 토하진 않는지, 응가로 이물질이 나오는지 신경이 곤두선다.


사람 아기까지 태어나니 정말 몸이 열개라도 모자라는 수준이다. 강아지도 사람을 키우는 것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사랑과 정성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집안을 운동장 삼아 하루에도 몇 번씩 우다다다 뛰어다니며 난리를 친다. 에너지가 넘치는 닥스훈트 특성답다. 3마리를 동시에 산책하는 건 정말 쉽지 않아 아기가 태어나고 자주 산책을 못 가서 많이 미안하다.

임신과 출산을 모두 함께한 나르라 그런지 나에게는 정말 아들처럼 여겨진다. 제목대로 나르가, 나은이가, 토르가 말을 했으면 좋겠다. 이제는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짐작은 하지만, 대화를 하고 싶을 때가 많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또 미안한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나, 원하는 것이 있을 때 더 구체적으로 주고받고 싶다.


아기를 재우러 방이 들어가면 3마리 다 소파에서 멀뚱멀뚱 쳐다본다. 한참 후 아기가 잠들고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으면 기다렸다는 듯 3마리 모두 품을 파고든다. 특히 나르는 내 무릎을 독점하고 싶어 엄마, 아빠도 다 밀친다.

결국, 나르는 한가운데에 있고 양쪽으로 나은이와 토르가 눕는다. 그렇게 3마리와 몸을 맞대고 쓰다듬어 주며 오늘 하루도 기다려주고 아가랑 놀아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한다.


나의 첫아들. 나의 첫 가족. 나의 껌딱지들.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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