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완벽주의를 고치는 법
내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청소이다. 책장에 책을 다 끄집어내서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책의 키 순서대로 꽂는다거나, 옷방으로 가서 몇 년째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을 버리고 카테고리를 나누어 옷을 다시 걸어둔다거나, 냉장고 정리를 한다거나, 열기만 해도 답답한 서랍 속을 정리한다거나, 욕실을 뽀득뽀득 소리가 날 정도로 청소를 하는 등 한바탕 갈아엎는 청소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남들이 보기에 '우와 진짜 집 깔끔하네' 수준으로 사는 건 아니다. 내 기준에 '만족'할 정도로 한다.
아이를 낳고, 강아지 3마리를 함께 키우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수단 하나가 사라졌다. 당장 눈앞에 어질러진 장난감, 쌓여있는 설거지 거리, 강아지들의 배변실수까지 그야말로 치울 게 '천지삐까리'인 상황인데 정리를 할 수가 없다. 어질러진 집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속에 고구마를 100개 먹은 듯하고, 반응이 예민해진다.
아기가 어느 정도 통잠을 자고 나서야 밤잠을 재우고 청소다운 청소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전까지 나는 매일 스트레스에 스트레스를 더해가는 일상을 보냈다. 심지어 이러다가 폭발할 것 같아 아기띠를 하고 정리를 하다 보니 손목과 발목이 지금까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 고난의 기간(?)을 보내고 나니 내려놓을 줄 알게 되었다. 내 안에 어떤 기준이나 틀이 있었는데 느슨해졌다. 느슨해진 틈으로 여유가 싹텄다. 이제는 아기가 밤잠이 들 때까지 설거지를 하지 못해도 괜찮다 (한여름에는 약간 냄새가 나지만). 장난감으로 어질러져도 괜찮다(강아지들이 장난감을 먹거나 뜯어버리지 않게 식탁이나 책상 위에 쌓아두면 된다). 단, 강아지들 배변실수 정도만 바로바로 치운다. 확실히 나 스스로가 덜 예민해졌다고 느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뭐라고 그렇게까지 아등바등했나 싶다. 만약 아기를 낳고 키우지 않았더라면 절대 경험하지 못했을 일이다.
다시 말해, 환경이 바뀌니 내가 바뀌었다.
환경이 중요하니 '맹모삼천지교', '근묵자흑' 등의 사자성어가 있을터.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이 환경이라 생각하니 생각이 많아졌다. 나를 복잡하게, 예민하게, 아등바등하게 만드는 환경을 이제부터 하나씩 다듬어가려고 한다. 그것이 집안 환경이든, 인간관계든 내가 더 여유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게 다듬고 그 여유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누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