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울고 웃어야 한다
"모르겠어요.."
내가 상담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문장 중 하나이다. 7살 어린이부터 50대의 학부모님까지 성별, 나이, 직업까지 모두 다르지만 그 입에서 나오는 문장은 비슷한 구석이 많다. 초보 상담자 입장에서 저 문장을 들으면 순간 멍해진다. '뭐? 모르겠다고? 그럼 누가 알지?'라며 자동적 사고가 이루어진다. 특히 나의 첫 발령지는 공립 남녀공학 중학교였는데 사춘기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아이들의 입에서 저 문장을 빼고는 대화가 어려울 정도였다.
"ㅇㅇ아,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어?"
"몰라요"
"그래? 그럼 지금 어떤 기분이 들어?"
"몰라요"
"어제 집에 가서 어떤 일이 있었니?"
"몰라요"
끊임없이 쏟아지는 몰라요 폭포수를 맞고 있으면 무력함이 파도를 친다. 도대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이 아이를 어떻게 만나면 좋을까. 무엇이 이 아이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걸까. 이 아이가 지금 원하는 건 무얼까.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뭘까. 학교에서 어떤 조치를 할 수 있을까. 교사인 내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을까 등등 떠오르는 질문은 많지만 해답을 찾을 수 없고 더욱 힘든 건 모르겠다만 남발하니 질문 자체를 할 수 없다.
아이도, 나도 속이 답답해짐을 느낀다. 상담을 할 때 최대한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맞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학생들의 입에서 재잘재잘 자신의 이야기를 그것도 위클래스(상담실)에 와서 떠드는 경우는 10명 중 2~3명 밖엔 되지 않는다. 이야기할 때까지 가만히 침묵을 유지하자니 답답하고, 대답 없는 질문에 답답해지는 답답함의 연속이 된다.
자신의 이야기를 잘하는 아이, 질문과 대답이 오고 가는 아이를 제외하고는 도구의 힘을 빌리기도 했다. 질문 젠가나 카드를 사용하거나 의미 없는 사진이나 그림을 보고 대화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상담을 이어가다가 보면 속이 시원해지는 순간은 반드시 온다. 바로 아이가 눈물을 보일 때이다. 나는 슬퍼도 울고, 화가 나도 울고, 기뻐도 울고 눈물이 먼저 튀어나오는 유형이라 스트레스 상황에서 시원하게 울어버린다. 그러고 나면 한결 개운해진다. 이렇듯 눈물은 다양한 감정과 연결되는데 나는 상담에서의 눈물=해소의 감정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이 울고 나면 상담실 공기가 한결 가벼워진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감정에 동요해서는 안되지만 나는 아이들이 울 때 마음 속으로는 함께 운다. 그리고 나는 상담실에서 아이를 내보내기 전에 반드시 웃겨서 보낸다. 억지로 웃기는 게 아니라 아이의 얼굴에 미소를 보고 보낸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매일 5명만 만나도 기가 다 빨려버리는 느낌이라 집에 오면 씻지도 못하고 잠들어버리기도 했다. 첫 발령지에서의 4년은 매일 눈물과 웃음으로 아이들을 만났다. 졸업하고 찾아오는 아이들, 스승의 날에 문자와 전화가 오는 아이들을 보니 4년 동안 잘 만난 것 같다. 나는 앞으로도 그렇게 만나갈 것 같다.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