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퇴소기

아이도, 엄마도 적응이 필요한 시간

by 단비

26년 3월. 20개월이 된 딸을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계속 대기 번호였는데 우리 앞에 아이가 아파서 3월에 등원할 수 없어 순번이 당겨졌다. 원장님과의 입소 상담을 할 때에도 울지 않고 어린이집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모습에 잘 적응할 거라고 믿었다.




입소 첫날과 이튿날, 딸은 원에 있는 한 시간 동안 내 무릎에 앉아있거나 나와 한 뼘 거리를 유지했다. 친해져 보려는 선생님의 손길에도 "엄마 엄마"하며 엄마가 해결해 주길 바랐다. 5명 중 3명은 남자아이였고, 1명은 여자 아이지만 6개월 차이가 나니 많이 어리게 느껴졌다. 사람을 좋아하는 딸은 반친구들에게 크게 관심이 없는 듯 보였고, 좋아하는 토끼 인형만 집에 갈 때까지 끌어안고 있었다.


등원 이튿날 하원 후, 집에 온 후 피곤한지 눈을 깜빡거렸다. "졸려? 잠 와?"물어보면 "아니야 아니야" 대답했다. 한참 놀다 보니 눈을 깜빡이며 코를 같이 찡긋했다. 일부러 얼굴을 찌푸리는 듯. 뭔가 불편함을 해소하는 모양새였다. '틱일까?' 잠시 생각하다가 20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무슨.. 하며 낯선 곳에 다녀오니 많이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낮잠을 재웠다. 어린이집 입소 축하 겸 엄마 생일을 착각한 아빠 덕에 외식을 했다. 식당에 도착해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눈을 깜빡이며 코를 찡긋하는 모습이 다시 나타났고 낮보다 빈도가 더 잦았다. 눈에 문제가 있나 싶어 다음날 안과 예약을 잡았다.


안과에서 아기가 너무 어려 큰 돋보기로 진료를 봐주셨는데, "다래끼 극초기로 보이는데.."라며 말을 흐리시는 선생님. 그리고 눈에 큰 이상은 없어 보인다며 일단 항생제 안약을 줄 테니 이틀 정도 넣어보라고 하셨다. 진료를 받고 나오는데 영 기분이 찝찝했다. 전문의라 오진을 하진 않았겠지만 의사 선생님의 대답에 확신이 없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집에 와서 안약을 하루만 넣어주고 어린이집은 쉬기로 했다.

목요일과 금요일 가정보육을 하고, 주말을 함께 가족과 보내니 딸의 증상은 많이 사라졌다. 틱증상일지도 모른다는 나의 생각이 얼추 맞는 기분이었다. 월요일이 되어 다시 어린이집을 갔다. 이번에도 내 무릎을 벗어나지 않고 장난감을 가지고 다시 돌아와 앉고, 가지러 갔다가 다시 앉고를 반복했다. 집에 돌아와서 옷을 갈아입히는데 다시 깜빡이고 찡긋거린다. 많이 불안한가? 어쩌지? 보내지 말까? 적응하면 괜찮아진다는데 보낼까? 엄마랑 떨어져야 한다는 걸 아나? 괜찮아지지 않으면 어쩌지? 틱은 심리적인 증상이라 해결이 쉽지 않을 수 있는데..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나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준비가 되지 않다고 느껴졌다.




결국, 어린이집 퇴소를 결정했다. 딸이 태어난 순간부터 20개월 지금까지 자부의 시간을 갖지도 못하고 강아지 세 마리와 아기. 말을 할 수 없는 생명체와 함께하는 순간이 참 많이 답답했다. 오고 가는 대화를 할 수 있는 대상이 없고, 오롯이 나만 그들을 챙겨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많이 지쳤다. 딸은 13개월까지도 아기띠로 안겨서만 낮잠을 잤기에 관절은 많이 약해져 있고, 딸이 밤잠이 든 이후에야 밀린 집안일을 하고 강아지들을 돌봐줄 수 있었다. 내가 뭘 좋아했는지, 뭘 할 때 즐거운지,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한 적이 언제였던가. 그저 하루가 온전히 아이와 강아지들의 안전과 편안함에 쏟아부어진다.


어린이집은 오전만 보낼 생각이었다. 그 시간에 운동을 하고, 강아지들과 산책을 하고, 편하게 집안일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알차게 보내려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즐거워하는 게 무엇인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찾아보려 했다.


퇴소가 결정된 지금, 소중하고 알차게 보내려던 나의 시간은 사라졌지만 3세 이전에 아이와 애착형성을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어른인 내가 좀 더 참아보려 한다. 딸이 어린이집을 가면 이틀에 한 번 혹은 매일 산책을 가자고 이야기해놓은 강아지들에게는 양해를 구해야 한다. 이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또 하나의 순간이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전공인 심리학을 공부하며, 3세 이후에 기관에 보내겠다고 다짐했던 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달랐고 어린이집을 보내는 건 엄마를 갈아 넣는 환경에서 불가피한 선택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 품 안에서 "엄마 엄마"하는 날이 그리 많지 않다고 했다. 육아가 너무 힘들고 고되면 몸이 아픈 노인이 된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지금으로 하루 돌아왔다고 생각해 보자. 먼 미래에 그때에는 존재하지 않을 아이의 찡얼거림과 울음, "엄마 엄마"하는 소리, 강아지들의 고소한 냄새와 짖음, 온 하루에 나를 쏟아붓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하겠지?


오늘의 선택이 먼 미래에 '잘했다'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올 수 있도록 알찬 애개육아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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