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해

내가 대신 아플게. 애니멀커뮤니케이터의 꿈을 꾸다.

by 단비

온라인에 떠도는 어떤 글 중 반려동물은 주인의 아픔, 슬픔과 어려움을 가져가서 몸이 아프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그 글에는 하나같이 "그러지 마 내 건 내가 아플게. 네가 아픈 것도 내가 아플게"라는 의미의 댓글이 대다수 달렸다.






강아지를 3마리 키우다 보면 동물병원에 갈 일이 종종 있다. 매번 접종, 미용을 위해 가는 거라면 좋겠지만 아파서 갈 때가 있다.


우리 집 멍멍이들 수술이력이다.

1. 나은이: 5살 허리디스크, 6살 유선종양제거 및 중성화, 9살 목디스크

2. 토르: 2살 중성화, 5살 이물 섭취 개복 수술

3. 나르: 1살 이물 섭취 개복 수술, 4살 이물 섭취 개복 수술, 5살 허리디스크 및 요도파열 개복수술


이 외에도 전신마취가 필요한 검사나 스케일링도 있는데 전신마취로 진행되는 모든 일정에 나는 피가 마른다. "괜찮아요"라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온 신경이 예민해지고 동물병원에서 전화만 와도 심장이 벌렁벌렁한다. 전신마취는 항상 수술 위험에 따른 동의서를 적는데 수술 중 과다출혈 사망, 마취 후 깨어나지 못함 등의 주의사항을 듣고 담담하게 보호자 이름과 사인을 하지만 병원을 나서면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눈물이 날 것 같다.


온유와 반려동물이 아픈 걸 보면 내가 대신해서 아파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디가 어떻게 언제부터 아픈지 말도 못 하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다. 예전에 본 설문조사 중 반려동물이 말을 할 줄 안다면 어떤 말을 했으면 좋겠냐는 답변 1등이 "나 아파"였다. 사람 아기도, 동물도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표현이 안되니 병을 키우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말을 할 줄 아는 내가 대신 아팠으면, 하는 마음이 늘 커진다.


이런저런 이유에서 애니멀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생겼다. 아주 오래전, 동물농장에 애니멀커뮤니케이터로 유명한 하이디라는 사람이 있었다. 하이디가 동물과 교감(대화)을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송이었다. 그쯤부터 동물과 대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방법을 몰랐고, 대중적이지 않았기에 비용도 많이 비쌌다.






최근 우연히 스레드에서 동물과 무료 교감을 해주는 이벤트에 참여했고 당첨이 되었다. 이후 병원일기를 보면 알겠지만 나르는 뒷다리를 절다가 다리가 무너지는 디스크 문제였고 수술을 했다. 사진만 보고 아이와 대화가 될까 했는데 거의 일치했다.

나르는 밤새 자세가 불편한지 이리저리 자세를 바꿨고 머리를 높은 곳에 기대고 배를 바닥에 붙이고 앞발을 모으고 가만히 엎드린 자세로 꽤 오래 있었다.

대화 내용을 읽다 보니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온유가 태어나고 강아지들에게 많이 신경 써주지 못해 마음한구석은 늘 미안함이 가득했다. 마음을 알고 있고 괜찮다고 하는 게 너무 고맙고 마음이 아프다.

온유가 걷기 시작한 이후로는 강아지들과 직접 몸으로 놀 시간이 많아졌는데 힘조절이 안돼서 강아지들을 갑자기 툭툭 때리기도 하고 특히 나르에게 장난을 많이 쳤다. 그럴 때마다 우리 집 강아지들은 온유 옆을 피하기만 하고 한 번도 입질을 한 적이 없다. 착하고 고마운 마음들이다.



글로 확인하니 명료해지고 나도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더 굴뚝같아졌다. 온유가 태어나고 내 손이 닿는 거리에 강아지들이 있으면 무조건 쓰다듬고 안아주었다. 나르는 껌딱지라 더 자주 많이 쓰다듬어주었다. 나은이,토르,나르 3마리의 속마음을 제대로 알고 싶다. 속마음을 안다기보단 요구사항을 알아차리고 대응을 빨리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나르가 우리집에서 가장 많은 양의 쉬를 하는 아이인데 예전의 모습을 회복하는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한다. 부디 내일 병원에서 온 전화는 희망의 메시지를 가득 담아 걸려오길 바래본다. 나르야! 나은이, 토르도 많이 보고 싶어하고 너를 많이 찾아. 얼른 집에 와서 같이 이 고요한 일상을 누리자. 많이 사랑해.






<나르의 병원 일기>

나르는 3월 10일 밤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3월 12일 이벤트에 당첨되었다. 3월 13일이 되어서야 병원을 갈 수 있었다. 급성췌장염이라고 하셨고 약을 처방받아왔다. 약을 다 먹고도 컨디션이 돌아오지 않으면 내원하라셨다. 3월 15일 아침 나르가 덜덜 떨었다. 통증이 심해 보였고 바로 병원으로 갔다. 췌장염인데 수액처방이 효과가 좋으니 하루동안 수액을 맞고 저녁에 퇴원하자셨다. 저녁에 나르를 데리러 갔을 때 나르는 여전히 아파 보였다. 16일로 넘어가는 새벽 1시 투약하고, 3시쯤 되었나 나르가 뒷다리를 못쓴다.. 새벽이고 아기도 있어 24시 병원을 가지 못했다. 16일 날이 밝자마자 친정에 아이를 맡기고 나르와 내원했다. 디스크 문제일 수 있으니 스테로이드를 써서 좋아지면 약으로 관리하고 그렇지 않으면 수술이 필요하다셨다. 하루 입원하여 경과를 지켜보자셨는데 잠시 좋아진 모습을 보였다. 17일 전날의 호전은 약빨이었고 나르는 주저앉았다. MRI를 찍을 수 있는 병원으로 옮겨 사진을 찍고 다시 본병원으로 갔다. 디스크가 2군데 터졌다고 한다. 사진상 추가 1군데는 디스크로 의심이 되나 교과서적으로 디스크는 3군데까지만 건드릴 수 있어 위험할 수 있다고 하셨다. 아주 수술이 잘 되더라도 척추의 불안정성으로 일어설 수 없을 수도 있다는. 18일 오후 3시 수술이 진행되었고 오후 6시 30분쯤 전화가 왔다. 디스크 수술은 잘되었으나 소변줄을 꽂으려 했는데 안돼서 보니 요도관이 파열된 것 같다고 가장 정확한 진단은 CT촬영이나 현재 보호자인 내가 움직일 수 없고 응급으로 판단되니 개복수술을 하자셨다. 눈에 보이는 부분이 파열이라면 잘 봉합하면 된다셨다. 절망적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고 어안이 벙벙하다. 오후 8시 30분 병원에 전화를 하니 회복 중이라고 했다. 열어보니 방광색이 분홍색이 아니라 시꺼멓게 변해있어서 방광염이 진행된 지 오래되어 보였고 소변줄을 꽂는 과정에서 파열된 것 같다고 하셨다. 수술은 잘되었지만 골반뼈 너머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파열이 있는지는 확인이 어려워 지금 수술한 곳만 파열된 거라면 봉합 부위가 잘 아물면 예후가 좋다고. 다만 디스크 수술은 신경과도 연결되는 거라 파열수술이 잘 끝나도 신경문제로 소변보는 것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앞으로 잘 회복해주어야 하는데 그건 나르가 해주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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