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꼭 다시 만나자
[2021.6.30~2026.03.23]
나르야, 무지개다리 잘 건너고 있니? 혼자 가는 길 무섭지는 않아? 갑자기 많이 아프고 힘들었지? 8일 사이에 4번의 큰 수술을 잘 견뎌주었는데 너의 작디작은 몸으로 버티기에 무리였나 봐. 가족 없는 병원이라 힘을 더 못 내었나. 엄마가 더 자주 가있을걸 그랬나. 엄마가 면회 갈 때마다 너무 울어서 나르가 가버렸나. 온유에 너희 셋 돌보는 엄마가 힘들까 봐 가버렸나. 엄마는 오만가지 후회와 아쉬움으로 긴 밤을 보내고 있어. 엄마가 내일 다시 올게 했잖아. 불편한 몸으로 나를 보려고 일어서려는 모습이 눈이 밟혀 한 번 더 보고 왔는데. 한 번 더 들어가서 안아줄걸 그랬다. 3월 23일 강아지의 날인데 엄마가 매년 꼭 기억해 달라고 이 날 소풍을 떠났니.
갑작스러운 입원에 엄마는 매일 집으로 네가 돌아와 무릎에 앉아 가만히 자는 모습을 기대하며 하루하루 버텼어. 면회를 갈 때마다 울었고. 너무 아프지만 이겨내려는 너를 보고 또 가만히 내 무릎에 누워 내 손길을 느끼며 겨우 잠드는 너를 보고 '돌아오겠구나 우리 아들 잘한다' 굳게 믿었어. 뽀뽀를 안 해줘서 엄마는 집에 오면 꼭 해줘야 해라고 말했는데 뽀뽀도 안 해주고 가버리면 어떡해. 네가 없는 8일이 엄마에겐 두 달, 세 달 아니 10년 같이 느껴졌어. 숨 막히게 고요하고 생기 없는 집안 공기를 감당하기가 벅찼어. 매일 너의 사진을 보고, 영상을 보며 돌아올 너를 생각하고 버티고 버텼는데. 엄마는 이제 무얼 기대하며 버텨야 할지 모르겠네.
나르야, 2021년 6월 30일 새벽 4~5시 즈음 갑작스레 우리 가족에게 온 나르야. 우리 가족에게 와주어 너무 고맙고 감사해. 나르가 와준 덕에 엄마는 온유를 더 잘 키울 수 있었어. 눈도 뜨지 못하던 네가 걷고 뛰는 모습을 보며 밤잠 설치게 만든 너를 돌보며 안고 품으며 온유를 키울 때 많이 도움을 받았어 고마워. 온유가 뱃속에 있는 열 달 동안도 가장 엄마 옆에 붙어서 지켜주어 고마워. 막달 즈음 새벽에도 몇 번씩 화장실을 가는 나를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종종걸음으로 따라와 내 발밑을 지켜주어 고마워. 온유를 재우는 동안 가만히 옆에 기다려주어 고마워. 온유 재우고 새벽에 집안일할 때도 졸졸 따라와 옆에서 기다려주어 고마워. 나은이를 핥아주고 토르 입에 뽀뽀를 하고 온유의 장난도 다 받아주고 온 집안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어 고마워. 이제 온유를 돌보는데 여유가 생겼는데 이렇게 가버리면 엄마 나르한테 미안해서 어떡하니. 이제는 엄마가 너의 곁을 지켜주고 기다려줄 수 있는데. 고마운 게 이렇게나 많은데. 다 필요 없고 그냥 엄마 옆에 있어주는 게 고마웠던 건데 나르야. 엄마 이제 어떻게 살지.
네가 없는 집이 너무 조용해서 홈캠을 돌려보니 언제나 너의 시선 끝에는 내가 있더라. 미안하고 고마워. 사랑하고 또 사랑해. 아침에 일어나서 너와 나은이와 토르에게 뽀뽀하며 아침인사를 하고 온유랑도 인사를 했었는데, 양치할 때면 다리 옆에 와서 가만히 앉고, 설거지를 할 때는 발 등에 살포시 얼굴을 갖다 대고, 밤잠에 들 땐 내 가슴 앞을 파고들어 팔베개를 하듯 누워 자고, 내가 소파나 바닥에 앉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내 무릎에 올라와 자리를 차지했던 너인데. 엄마의 일상이 너로 너무 가득해서 매 순간 공허하고 허전한 이 마음을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 싶다.
나르야, 엄마 옆에 더 가까이 있고 싶어 이제는 영혼이 되어 엄마 가는 곳곳을 따라다니고, 항상 같이 있고 싶어 엄마 마음 깊숙한 곳으로 가버렸을까. 우리를 언제 어디서든 지켜주고 싶어 떠난 걸까. 이제는 아프지 않을 그곳에서 먼저 별이 된 4호, 5호 여동생들이랑 뛰어놀고 있으렴. 신나게 뛰어놀고, 먹을 거 좋아하는 나르가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물어뜯고 싶은 것들도 다 뜯어버리다가 우리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 놀러 와줘. 엄마가 알아볼게. 네가 무슨 형태로 엄마에게 오든 엄마는 너의 눈빛, 숨결, 냄새 다 기억하고 있으니 꼭 와주라. 엄마의 진짜 사람 아들로 다시 태어나줄래? 먼저 준비하러 떠난 거야? 이런 생각도 해본다. 너무너무 보고 싶다 나르야. 나은이 엄마, 토르 아빠한테도 자주 놀러 와야 해. 밤마다 너를 찾았거든. 온유한테는 뭐라 말해주지 고민이다. 형아 꿈에도 꼭 나와주라. 맨날 쉬 많이 싼다고 뭐 뜯어먹는다고 혼냈지만 누구보다 나르를 통해 위로를 많이 받았을 거야. 너의 그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이 우리 가족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주었는지 몰라. 나르의 엄마로 살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 나르도 그랬으면 좋겠다.
나르야. 엄마 자신 없고 너무 무서운데 남은 가족들 챙겨야 해서 또 살아가야겠지. 살아지겠지. 그렇지만 한동안은 이 슬픔과 아픔과 먹먹함에서 헤어 나오기 쉽지 않을 거 같아. 나의 세상이, 완벽했던 나의 삶이 무너졌거든. 엄마 충분히 슬퍼하고 아파할게. 거기서 엄마 보면서 너무 맘 아파하지 말고 그만큼 나르를 많이 사랑한 거라 생각해 줘. 나르야, 매일 엄마 꿈에 나와서 이런저런 이야기 많이 해줄래. 거긴 어떤지, 살면서 서운하고 힘든 건 없었는지, 쫑알쫑알 다 이야기해 주라. 사랑하는 나의 아들 나르야. 나르야. 나르야. 목 놓아 불러 네가 돌아올 수만 있다면 내 목소리를 잃어도 좋은 나의 아들 나르야. 엄마 목숨을 떼어내어 네가 돌아올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떼어줄 나의 아들 나르야.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해. 이 글을 맺지도 못하겠는데 이 이별을 어찌 맺음 할까 막막하다.
우리 또 만나자.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해 나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