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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튼 Mar 15. 2021

1년 만에 이병률 작가님의 책을 읽었다

이별은 독한 술

작년 이맘때, 나는 이별했다. 계기는 이병률 작가님의 책이었다. 2019년 11월 내 생일 즈음, 이병률 작가님은 '혼자가 혼자에게'라는 책을 출판하셨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생일 선물로 그 책의 한 구절이 담긴 머그컵을 선물했다. 지금은 물론, 한쪽 끝이 뜯겨서 쓸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지만. 그때는 몰랐다. 그 책이 이별의 이유가 될 줄은. 물론, 당연히 책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나름대로 내 삶에 대해 방황하고 있었고, 내 옆에서 지켜주던 사람에게 칼을 빼들었다. 그것은 3월, 부산의 한 서점 '혼자가 혼자에게'를 읽고 나서부터였다. 그 책에 손이 간 이유는, 당시 그가 준 머그컵 때문이었다. 당시 '혼자가 혼자에게' 중에 깨진 그릇은 다시 붙일 수 없다는 내용의 글이 적혀있었다. 우린, 한 번의 헤어짐을 가지고 약 3시간 만에 다시 붙어진 커플이었고 나는 그 글을 읽고 다짜고짜 우리가 그릇처럼 다시 깨질 사이가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물론 이별을 고했던 쪽은, 상대방이었다. 나는 언제 또 '그만하자'라는 이야기가 나올까 봐, 무서웠고 이에 대한 글을 블로그에 토로했다. 결국 그 글이 영영 보지 못하는 이별이 되어버렸지만.


며칠 뒤, 그를 마지막으로 보았고. 나에게 '혼자가 혼자에게'라는 책을 선물했다. 2019년, 당신이 사고 머그컵을 받았던 그 책을 나에게 건넸다. 나는 바보 같이, "책이 좋았다"라고 말했고 그는 "나는 이 책이 싫었다"라고 대답했다. 그가 화장실을 갔다 온 사이, 나는 눈치 없이 이병률 작가님의 책 구석구석을 읽으며 좋아했다. 그는 돌아와 "책이 그렇게 좋냐"라고 물었다. 그리고 아마 작년 이맘 때, 바람이 차게 불던 버스 정류장 앞에서 이별했다. 그때 이후로 정말 죄송하지만, 그 책을 꺼내보지도 않았다. 물론 컵은 매일매일 내 곁에 있지만, 꺼내볼 때마다 그 구절이 보일 것 같아서. 내 이별을 끝없이 후회할 것 같아서였다.


이후 1년이 지났고, 나는 우연히 작가님의 신작 시가 서점 한가운데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읽다가 눈물도 흘리고, 여전히 나는 작가님의 글을 좋아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그리고, 1년 전 내가 조금 더 성숙했다면 이라는 부질없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루에 한 번 당신과 겹쳐지는 삶. 이제는 얼굴에 얼굴을 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는 하루 한 번 당신과 겹쳐지는 삶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가면과 가면은 겹쳐진다. 쓰고 있는 가면 위에는 다른 가면을 겹쳐 쓸 수도 있다. 만두피가 생겨, 만두 빚을 일이 생겼는데 안에다 채울 것이 없어 냉동만두를 넣고 통째로 감싼 적이 있다', '그 사람은 어디 갔을까. 나와는 상관없던 사람 한철의 주인이었다 요란하게 한숨은 쉬지만 걸을 때 소리가 나지 않던 사람, 길게 자란 머리를 잘라도 되냐고 물었던 사람은 인생의 어디쯤을 떠나고 있을까, 어디쯤에서 맨발이 되어 발소리를 죽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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