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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튼 Jun 14. 2021

왜 매표소와 계산대는 한산할까

영화와 책, 그 아쉬운 마음에서

주마다 한 번씩은 꼭 서점에 들르곤 한다. 김민식 작가님을 만나기 위해, 부산에서 학교를 다니던 도중에도 서울로 올라왔고 해방촌의 고요 서사를 가기 위해 여동생을 끌고 그 언덕을 올라가곤 했다. 대학생 때부터 직장인이 된 지금의 나, 나는 책을 참 좋아한다.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책이라는 것을 펼칠 때 다른 세상이 오고 있다는 쾌감이 좋았다.


솔직히 말하면,  남자 친구가 자신의 회사 복지비용으로 나의 책을  달에 5권씩  사줬을  서점에  가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느끼는 , 서점에 가야 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서점에 가면 지금 우리네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이 많은지가 때마다 명확하게 보이며, 각각의 카테고리 앞에 서있는 사람들의 관심 분야를 혼자 예측하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도서관과 밀리의 서재에는 없는 폭넓은 ' 선택권' 나에게 주어진다. 에세이를 사려다가도, 소설을 사게 되고. 문제집을 사려다가도 시집을 사게 되는 곳이 바로 서점인 것이다.


홍보대행사를 다니다 보니, 나는 서점이 진행하고 있는 진열 방식이나 마케팅 방식에도 관심을 갖곤 하는데,  책을 그냥 진열하는 것이 아닌 '어바웃 타임' 제작진들이 영화화 제작을 확정 지은 책이라는 문구 하나만 써도 더욱 사고 싶고, 읽고 싶게 만들어지는 것을 실감했다.


또, 정유정 작가의 소설 세 권을 한 자리에 배치한다거나, 이기주 작가님의 신작을 옛 작품과 한데 모아 진열해 놓거나. 라벤더가 있는 양희은 작가님의 책에는 실제 라벤더를 배치하거나 했던 광화문 영풍문고나, 작가의 떰스 업을 진행해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직접 추천하는 책들을 진열해 보기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만들었던 광화문 교보문고.


하지만 을지로 역에 있던 서점이 얼마 전 문을 닫았고, 연예인 박정민의 개인 서점까지 폐업 소식을 전하는 지금. 영화관이 넷플릭스로 대체되듯, 책도 전자책이 우리의 일상으로 자리 잡게 된 지 오래됐다. 부산에서 자주 다니던 한 독립서점은 매일 블로그를 통해 손님 근황과 그분들이 샀던 책들을 소개하는데, 어쩔 땐 손님이 정말 0명일 때도 있어 괜히 읽는 내가 민망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서점에 가 책을 사기 위해 줄을 서면, 정말 인기 있는 서점의 주말을 제외하곤 한산한 편이다. 사람들이 책을 펼쳐보고 많이들 구경은 하지만, 막상 '구매'는 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물론, 인터넷이 더 쌀 수도 있고, 전자책도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실제로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사실 나도 귀여운 주머니 사정 때문에, 꼭 서점에 가면 사고 싶은 책 다섯 권 중 눈물을 머금고 한 권을 집어 오기도 한다.


난, 마치 책을 서점에서 사는 것과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는 것이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월 만원대의 넷플릭스를 구독하면, 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고. 무려 왓챠는 몇 천 원대로 고전부터 현대까지 영화를 죄다 볼 수 있다. 그러한 선택지가 있는데, 왜 굳이 한 편에 14,000원 씩이나 하는 티켓을 주고 영화관을 가야 한단 말인가.


서점 계산대가 한산하듯, 영화관 매표소도 한산해진 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이런 말이 있더랬다. 작은 모니터, 작은 스피커로 매번 영화를 접하다가 보면, 자연스럽게 그 방식에 익숙해져 버리게 된다. 그래서 오히려 영화관에 가, 웅장한 사운드와 높은 화질의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보면 그 영화가 굉장히 소중한 경험으로 남을 수 있다고.


비싸지만, 영화관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내 돈 주고 보았을 때 지금까지도 내 기억에 오래 남는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전화가 오면 보다가 끊고, 카톡이 오면 보다가 눕고 하면서 보는 영화가 아닌 2시간 내내 나에게 온전한 집중력으로 다가왔던 영화들. 그런 영화들이 기억에 남는다.


책도 마찬가지다. 내 돈으로 눈물을 머금고 고른 한 권의 책이 잘 읽히고 손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그리고, 10년이 지나도 다시 꺼내볼 수 있다는 것이다.


20대 초반에 출판업에 종사하겠다는 꿈을 가졌던 난, 냉혹한 현실에 다른 길을 택했지만 나에게 약속한 것이 있다. 한 달에 한번 꼭 내 돈으로 종이책을 살 것, 그리고 씨네 21을 살 것. 그리고 영화관에서 영화 한 편을 내 돈으로 볼 것. 그렇게 매달 꽉꽉 채워나가면서, 내 삶도 벅차지만 신념에 맞게끔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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