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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튼 Jun 14. 2021

지나치게 현실적인 연애의 맛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


아마 장거리 연애를 두고 만들어진 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사랑에 있어 '거리'란 참 많은 걸 좌우한다. 부산과 경기도의 장거리 연애를 했던 나는 매 초마다, 분마다 사랑을 확인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면 그 시간은 또 어찌나 빨리 가던지. 좋아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사소한 의심이 다툼이 되고, 그 다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결국 이별이 됐다.


영화 '새콤달콤'은 달콤했던 사랑이 어떻게 새콤 씁쓸해지는가에 대해 이야기한 다곤 하지만, 결국 어느 권태기 커플의 이야기에 반전을 곁들인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웃긴 건 결론적으로 서로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있었지 않은가. 그게 비단 거리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정혁이 마지막, 그가 어디서부터 다은과의 관계가 잘못되었는지 찾아가는 과정은 웃프다 싶을 정도로 안쓰러웠다.


모든 연인이 그렇듯, 서로를 위해 더 깊게 깊게 알아가려는 초반의 노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시들해진다. 하지만 그 속도도 서로가 템포가 맞지 않는다면, 분명 누군가는 다은처럼 먼저 서운해지고 서운한 것들이 쌓여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뱉고 만다. 남자인 정혁의 입장에서는, 회사일로 충분히 힘든 상황에 '너'를 만나러 왔는데, 그걸 당연시 여기고 '쓰레기를 버려달라'는 다은의 말에 화가 났을 것이다. 그렇게 서로가 요구하는 지점이 다르고, 이해를 원하는 지점들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연인들이 그러한 과정을 반복한다면 이 영화는 다시 다은과 정혁을 만나게 할 수 있지도 않았을까? 새로운 사람을 다시 만나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텐데 말이다. 여주인공 다은은 낙태까지 한 상태에서, 그렇게 쉽게 결정을 내렸다고? 싶은 장면들의 향연이었다. 아마, 비행기에서 짐을 보내고 멍하니 앉아있던 장면은 잠깐의 미련과 공허함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분명 생각 없이 본다면 '킬링타임' 용으론 적절하지만 영화에서는 분명히 아쉬운 포인트들이 존재한다. 원작에도 불리는 남자 배우들을 향한 애칭이 조금은 작위적이었다는 것이었다. '혁이 오빠'라니, 차라리 이름이 나았을 뻔했다. 여주인공이 말할 때마다 몰입도가 확확 깨졌다. , 보영(크리스탈) 소비적인 캐릭터에 가까운 설정으로 그렸다는  역시 아쉽다. , 마지막 5분에 모든 반전을 담아내려다 보니 급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고.


하지만  영화를 보고, 곁에 있는 사람에게 잘해야 한다는 형식적인 말을 정말 가볍게  풀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연인 사이에서 말이다. 헤어지면, 서로를 가장  아는 '' 되어버리듯.


택시는 잡을  있지만, 지나간 인연은 잡을  없다.


이 대사가 영화를 관통하는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적은 확률로 인연을 만나듯, 이 사람과 연을 끊는 것 역시 '다시는 너를 보지 않겠다', '너를 만나지 않겠다', '너와의 추억을 모두 기억으로만 두겠다'는 암묵적인 절차이다 보니. 정말 다시 볼 수 없는 관계임을 서로가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과연 후회가 없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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