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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튼 Aug 01. 2021

MZ세대의 MZ를 향한 신세한탄

90년대생이지만, 아닌 것 같습니다. 'MZ'

* 이 글은  주관적인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어떠한 '아이디어'에 대한 강박이 생기곤 한다. 예를 들어, 이벤트 기획 자체뿐만 아니라 그 이벤트에 대한 흥미로운 제목을 네이밍 한다거나 누군가와 콜라보를 하겠다 하는 아이디어 기획안을 작성하거나. 수많은 보고서에도 내가 적는 단어의 워딩으로 맥락이 바뀌기도 하고, 내가 쓴 카피로 실제 이벤트가 진행되었을 때 예상되는 사람들의 반응을 예상하는 일들이 종종 있다. 이벤트뿐만 아니라, 글을 쓸 때도. 그럴 때마다, 보통은 클라이언트의 요구 방향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최근에 '강요받는' 아이디어는 'MZ세대에게 딱 맞는' 워딩이었다.


어떻게 보면, 나도 MZ세대인데 자꾸만 그런 감성으로 아이디어를 재촉하고 기획안을 작성하는 일이 정말로 피곤했다. 하다 하다, 아휴 그놈의  MZ가 뭐길래? 하는 생각과 동시에, 4호선에서 친구를 만나기 위해 내린 일이 떠올랐다. 환승역에서 내린 나는 무난히 길을 걷고 있었는데, 술에 취한 아저씨 세명이 나를 뒤따르고 있었다. 나는 평소와 같이 남 얘기 듣는걸 워낙 좋아해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물론 아저씨가 시끄럽게 말한 것도 있음) 건설회사로 추측되는 아저씨 세명은 약 4050대로 보였고, 아저씨 중 한 명은 자신의 후배 팀원을 욕하며(아마 20대인 듯했다) "요즘에 MZ세대인가 뭔가, XX 그래서 안된다니까" 등의 이야기를 하며 한탄했다.


그 순간, 아저씨에게 "음, 아저씨 앞에 MZ세대 있어요"라는 말 대신, "아저씨, 마음을 알겠어요"라는 말이 울컥 차올랐던 건 왜일까. 90년대생이 온다를 기점으로, 그들에게 붙여진 '엠제트세대'라는 말. 각종 기업, 브랜드, 광고가 모두 그들을 겨냥한 프로젝트를 하나씩 출시하고, 온몸으로 그걸 습득하고 배워할 때마다 정말 그걸 기획하는 MZ는 그것에 진심이었나?라고 묻고 싶다. '개인화', '레이블링', '콜라보', '친환경', '레트로 감성' 따위로 그들을 규격화하고, 그들을 위한 '맞춤' 마케팅을 내놓으면서도 그들이 진정으로 이 세대를 이해하고 있느냐에 대한 물음이 생기는 것은, 나조차 그러한 트렌드에 열광하지 않을뿐더러 크게 와닿았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와 같은 95년 대생은 어떤 반응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트위터, 인스타그램을 잘하지 않아서 일지도.


아이디어에 지쳐 그냥 점심시간에 이런저런 인터뷰를 보다가 유병욱 카피라이터의 인터뷰(http://ch.yes24.com/Article/View/45284)를 읽게 되었는데, 이 인터뷰를 읽고 그분의 신작 책인 '없던 오늘'이 사고 싶어 졌다.  이  분이 속한 회사는 대표이신 박웅현 님 때문에 잘 알고 있었는데, 예전에 정말 우연히 읽었던 '책은 도끼다'를 통해 광고, 광고회사에 대한 조금의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기 때문이다.'레트로 위크', '미트로놈'과 같은 워딩뿐만 아니라 뭔가 이 책은 지친 나에게 위로를 주실 수 있는 책 같았고, 단 세 시간 만에 단숨에 읽어버렸다. 책의 몇 구절을 통해 위로 아닌 위로를 받았는데, 소장하고 있으면 몇 년 뒤에 코로나19 때는 이랬구나 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았고 내가 평소에 느껴왔던 생각과 글이 너무 닮아있어서 소름이 돋기도 했다.


어떤 날, 광화문에서 외근 뒤에 빅이슈 잡지를 산 적이 있는데 그 안에서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유튜브를 통해 우리는 많은 정보를 제공받고, 다양한 정보를 '클릭' 한 번으로 얻지만 그만큼 우리는 동시에 많은 정보를 놓치기도 한다고.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가 사라지고, 우리는 우리가 얻고자 하는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에 노출되어있지만 그만큼 '알고리즘이 취하는' 선택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혼자서만 해왔던 생각이 글로 표현되어있으니, 자연스럽게 유튜브와 멀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나는 종이책을 향한 일종의 의식으로 매달 무조건   이상의 , 잡지를 사곤 하는데. 이때가지 매우  지켜져 왔으며, 올해도 꽤나 많은 책을 읽어왔다. 하지만, 그중 올해 처음 시도해본 '밀리의 서재' 전자책은 달랑 9,900원의 돈으로 엄청난 책을 PDF   있는데  당시의 엄청난 풍요로움에 사로잡혀,  달에  권씩 읽곤 했다. 책을 정말 많이 읽고 싶은데, 돈이 부족하거나  때의 최선의 선택이었다. 망설였던 책을 모두 읽을  있다는 것이었는데,  행복감은  달을 가지 못했다. 물론 지금도 출퇴근길에 2020년에 발행된 책인 '김미경의 리부트' 전자책으로 읽지만, 가끔  손엔 하루키의 '반딧불이', '영화학개론' 같은 종이책이 들리는 날도 있다. 전자책은 가방이 너무 작거나, 가끔 지하철에서 책을 꺼내기 민망할  이용한다. 유병욱 CD님의  '종이책' 부분에도 박수를 칠만한 부분이 있었다.


"책의 매력은 본질적으로 '대화'이다. 당신이 선택한 작가와의 대화이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사라진다"


또, 유병욱 작가님의 책을 다 읽고 나서 스스로 '애플의 역대 광고'를 찾아보면서 나름의 분석을 해보거나 하는 새로운 경험도 한다.


*혼자만의 분석은,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거나 혁신적인 시리즈가 출시되었을 때(초반)에는 굉장히 기능 설명적인 느낌이 있다면 어느 정도 애플이 한국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기본적인 기능과 내구성을 모두 인정받은 특정 시점에는 굉장히 심플하고 디자인적인 면만 내세웠다는 느낌이었다. 아이패드, 아이맥도 마찬가지.


회사 생활하며, 지하철에서 꼭 책을 읽는 건 나의 자랑할만한 습관 중 하나인데 동시에 나의 배출구 같은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유튜브가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유튜브의 노예지만, 책을 사고 읽는 게 너무 좋은 이유는 그 안에는 새로운 세계가 아주 쉽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어제 내가 본 영화 '부기 나이트'는 '영화학개론' 롱테이크에서 언급된 작품으로 관심이 있었고, 이후 유튜브를 통해 '이동진/김중혁의 영화당, 역대급 오프닝 롱테이크5'로 더 심도 있게 알 수 있었다. 또 그중 '부기 나이트'를 선정해 3시간짜리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이렇게, 책은 나의 모든 경험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난 영화 '부기나이트'를 보고, 1970년도의 미국의 포르노 산업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뿐만 아니라,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에 대한 깊은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세바시를 오랫동안 유튜브로 구독하고 있었기에, 제일 좋아했던 김민식 작가님의 '꼬꼬독'의 영광스러운 첫 번째 촬영 날에 함께할 수 있었고 사진도 찍었으며 코로나19가 없던 시절 '팩트 풀니스'의 저자를 직접 만나봤던 좋은 기회들을 누릴 수 있었다. 이렇게, 잡지사에서 일하고 싶었던 예전에는 사람들이 종이책을 참 사지 않았던 게 혼자 '원망'스러웠다면, 요즘은 한쪽의 무한 신뢰가 아닌 '같이 가야' 생존의 방식을 찾을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극장 영화와 OTT 플랫폼도 마찬가지 아닐까.


쓰다 보니, 신세한탄은 초반에만 했지만. 어제 서점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책들이 엠제트세대에 주목하며, 그들에게 어떻게 팔지?에 대한 연구를 끊임없이 하는 걸 느끼고 접하다보니 이렇게 숨통이 트이는 '없던 오늘' 같은 책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러나 그 다름을 인정하는 와중에도, 나는 그 압도적인 세대론이 불편했다. 인구통계학적으로 특정 연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이들 집단은 나의 집단과 그토록 결정적인 차이가  있는가. 밀레니얼들에 대한 책들을 보면 나는 가끔, 지구인이 외계인 보듯 써 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애초에 다른 집단이라는 것을 전제로 무엇이 다른지에만 집요하게 확대경을 댄 것 같다. 나 또한 사회에서 만나본 밀레니얼들이 매우 개인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좋아한다고 느끼긴 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90년대 생이 아닌 세대들도 요즘은 전보다 훨씬 더 개인적이지 않나? 이것이 단지 특정 세대의 특징일까? 부조리를 참고, 권위에 복종하고, 인생에 단 하나의 답이 있다고 믿는 삶의 방식, 기성세대 사이에서도 전보다 확실히 줄어들지 않았나" -유병욱, 없던 오늘


세대를 규격화하는 것은 사회의 현상이라고 치자. 하지만, 결국 그 안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개인이다. 엠제트 세대 안에 속한 95년 생 김아현은, 엠 제트 세대에 속했기 때문에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먹는 일이 좋은 것이 아니라 '내가 그런 행위를 예전부터 단지 좋아해 왔을 뿐'이다. 곰표 맥주에 관심이 있었던 이유는, 색다른 콜라보가 아닌 '친구의 입소문' 때문이었다. 이렇게 집단화된 카테고리로 정의해버리는 순간, (예를 들면 끊임없이 쏟아지는 기사들..) 굉장히 피로하며 공감되지 않는다. 오히려 '세뇌시키는 느낌'을 받는다. 동시에, 이렇게 세뇌당함으로 인해 놓치는 가치는 얼마나 많은가? 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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