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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튼 Aug 22. 2021

연애의 흔적

'연애의 온도', '연애의 목적', '연애의 흔적' 


마치 비포 선라이즈, 비포선셋, 비포 미드나잇의 비포 시리즈처럼 한국에도 '연애'시리즈가 있다. 또 저 세 작품 말고, '연애의 발견'도 있을 수 있겠지. 물론 네 작품 모두 다 봤다. 드라마 '연애의 발견'은 개인적으로 20대 초, 중, 후반이 돼서야 한여름의 입장도 되었다가, 강태하의 입장도 되었다가, 남하진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 같다. 아무튼, 이 '연애의 발견'을 제외하고, 저 세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연애의 블라블라 시리즈를 계속 보다 보면, 도대체 이 연애라는 게 뭔가 싶을 거다. (물론, 나도 그렇지만) 어떤 작품이든 1~2시간 내에 5년 만난 남녀 주인공의 세월의 서사를 담아내기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며, 동시에 관객을 설득해야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연애의 목적'은 비교적 설득력이 없는 박해일의 직진 본능에 누가 봐도 서로가 짧은 시간에 끌려 사랑을 나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묘하게 정말로 이 둘이 사랑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지점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무튼, 이 모든 작품의 결말은 애매한 재회 끝에 그 이후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연애의 온도'는 횡단보도에서 함께 걸어가며 끝이 나고, '연애의 목적'은 모텔에서 나와 둘이 함께 첫눈을 밟기도 하고, '연애의 흔적'은 자주 갔던 카페 앞에서 3년 만에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 결론적으론 모든 연애 시리즈는 다시 행복을 찾는 듯 보인다. 주인공이 다시 사랑을 시작하고, 상처 받을 것을 알면서도 만남을 가진다. 여기서 공통된 지점은 '시간'이다. 


모두 '시간'을 두고 다시 만나게 된다. 강태하가 한여름에게 다시 나타났던 그 몇 년 후의 시간, 박해일 앞에 다시 나타나게 된 강혜정의 시간, 이민기와 김민희가 연극 앞에 다시 만나게 된 시간, 이유영과 이상엽이 다시 만날 수 있었던 3년이라는 시간. 시간이 마냥 모든 걸 해결해주지 않는다고 해도, 어떤 연극에서도 시간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게 된다. 이것이 '시간의 마법'을 부리는 영화와 드라마의 힘이니까. 


감독, 작가의 지나간 연애에 대한 흔적이든, 정말 우리 주변에 있던 연애의 흔적이든. 흔적이 지나고 난 시간 앞에서는 서로 다양한 모습으로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는 주의며, 설사 그게 연애 일지라도 지만. 어떠한 계기로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이 성숙해진다는 편도 믿지 않게 되며, 사랑이 시간에 따라 그렇게 농익지도, 덜 익지도 않는다는 걸 알게 되며, 그렇게 흐를수록 변하는 게 있다는 건데. 왜 도대체, 사랑과 연애에 대해 그다지 비극적으로 그려낸 작품이 '연애'시리즈엔 많이 없는 건가 아쉬울 따름. 


예를 들어, '연애의 목적'에서 박해일이 경찰에 끌려가고, 그대로 영화가 엔딩이었다면 더 좋았을 뻔했다. (나쁜 생각) 그래도, 박해일이 뽀글 머리를 하고 나타났을 때, 정말 연애의 목적이 무엇인가? 에 대한 물음에 답을 내릴 수 있었기에 영화에서는 둘이 다시 만나는 장면이 꼭 필요했다고 느껴지지만. 마냥, 좋아하서 하는 연애가 아닌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는' 나이대에서만 공감이 되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또, '연애의 온도'에서는 둘이 그냥 그 놀이동산에서 영영 보지 말지! '연애의 흔적'에서는 이유영이 이상엽을 두고 그냥 회사를 떠났다면? '연애의 발견'에서는 한여름이 그냥, 다시 강태하를 선택하지 말지! 등의 별에 별 현실적인 가정을 내려본다. 정말 그게 현실이 아닐까하니까. 물론, 이룰 수 없는 욕구를 채우는 것이 드라마와 영화라도 말이다. 휴, 요즘 너무 많이 봤다. 이젠 잔인한 것 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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