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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튼 Jul 28. 2021

마라맛 환승연애, 아직은 이해 못하겠어

'헤어진 연인과 한집에서 살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하트시그널'의 마라맛이라고도 불리는 '환승연애'의 이야기를 듣고, 눈을 감고 나의 전 연인들을 생각해보았다. 이 오빠와 다시 만나, 한 곳에 산다면? 얘랑 다시 만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등등, 내 머릿속은 잊혀져갔던 전X의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결론은 "나는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교제 기간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다시 만날 순 있지만, 적어도 온 국민이 볼 수 있는 '예능'에서 굳이 다시 볼 이유는 없다"라는 생각과 함께 "자고로, 살을 부대끼고, 일상을 함께 했던 전 연인이 다른 사람을 보며 설레하는 걸 내가 직접 현장에서 봐야한다"는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이건, 좋게 헤어지고 나쁘게 헤어지고 간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쁘게 헤어진 경우, 절대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경우를 제외한다 치자. 좋게 헤어진 이별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서로 험한꼴 안보고 '안전이별'했던 전 연인들을 떠올려본다. "네가 잘되길 바라"라고 말하며 날 놓았던 오빠, "생각할 시간을 갖자"라고 말하며 서로 연락을 안하다 자연스럽게 멀어진 경우 등이 스쳐지나갔다. 가끔의 찌질한 염탐으로,  그 분들이 다른 이성을 만나 잘 지내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난 혼자만의 '양심상의 유예기간'을 설정하며 울고 불고 짜고 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없다.


인생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건, 정말 '확률'에 비유할 만큼 소중한 경험이다. 정현종, '방문객'의 일부처럼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라고 시작하는 구절은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함께 온다는 문장으로 마무리된다. '환승연애'는 지난 방문객과 함께, 새로운 방문객을 맞이하는 정말 틀에 박힌 사고를 와장창깨주는 예능임에는 틀림이 없다. 전 연인을 다시 만나는 것은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정말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예능에서 일반인이 나오는 이유가 뭘까? 진지하게 생각해보게된다.


나의 연애사를 밝히고, 그와의 첫만남부터 이별까지 털어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자신감과 용기. 그리고 그 아픔을 방송을 통해서 공유하며,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되는 출발점으로 마무리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보여줌으로서 이 예능은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걸까?


처음엔 너무 절절해서 1년은 사귄 줄 안 커플이 4개월 간 열애 뒤, 3개월 만에 다시 만났고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만난 뒤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으로 재회한 커플도 등장했다. 처음엔, 3년 정도 만나면 이해가된다 싶었다가 너무 자연스럽게 인연이 맺어지는 이 프로를 보며, 오히려 4개월 만나고 헤어진 뒤 만난 커플들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모든 회차를 다보고 끊임없이 생각은 바뀌었다. 4개월 연애, 3년 연애 연애의 기간이 중요하진 않지만, 3년 간의 연애는 다른 방식으로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커졌던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환승연애'는 내 과거의 연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한 때는, 사람을 잊는게 죽도록 힘들었던 때가 있었지만 새로운 사람으로 그렇게 덮어져가고, 죽어도 사랑은 하지 않겠다는 명심을 넘어서서 내 안으로 파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그렇게 떠오르는 연애 속에서 나는 어떠한 것을 배우고 성장했는가? 에 대해 떠올리게 만든다. 또, 과연 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어찌보면, '환승연애'는 지나간 연애에서 알고 싶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와 욕망을 제대로 실현시켜주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어떤 사람이었으며,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는지 등을 알 수 있는 기회란 글로서, 메세지로서도 사실 없다.


또한,  새로운 사람이 아닌 자신의  연인과도 다시 만나는 재회의 결말을 생각해볼  있으니. 아이러니하게, 나는  연인은 다시 시작해서는 안된다는 주의지만. 납득이 힘든 프로그램 속에서 그들의 선택에 집중하게 되는 이유는, 지나보낸 인연에 대한 미련을 강렬하게 느꼈던 나의 대리만족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출연자들의 선택이 이해는 가지 않는다. 물론, 이것도 이별을 떠나보내는 나의 기준과 가치관 안에서의 문제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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