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방에 스투키 놔둬야겠다, 빛이 들어오지 않잖아"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은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불현듯 우리 집으로 스투키 두 종류를 배달했다.
강아지는 10년 넘게 키운 사람이, 식물을 못 키우겠냐며 이참에 키워보라는 그 말이 생생하다.
결국 내가 맡게 된, 두 마리의 스투키는 빛도 들어오지 않는 조그만 자취방에서 삶을 시작했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어느새 뿌리가 조금씩 썩어가기 시작했다.
그럼 그는 그걸 잘라내야 하지 않냐며, 뿌리 깊은 곳에서 하나씩 뽑았다.
그와 헤어질 때 즘, 그 스투키는 이미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냥 두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매일 햇빛 쪽으로 창문 쪽으로 옮겨두었던 버릇은 잦아들었고
사랑이 당연해지듯, 그들에게 물을 주는 빈도도 관심도 줄어들었다.
자연스럽게 그들이 죽음을 택하자, 동시에 그와 관련된 물건 역시 치우고 싶었던 나는 스투키를 버리기에 이른다.
그리고 몇 달 뒤, 고모는 나에게 양재 꽃 시장에서 식물 한 놈을 선물했고
나는 "잘 못 키울 것이라는 걸 알지만" 키우겠다고 선언하며, 다시 분홍색 잎이 크게 자란 아이를 키웠다.
그 아이도 두 달을 살다가, 딸 집에 놀러 온 엄마에 의해 버려졌다.
엄마는 "넌 이제 이런 거 키우면 안 되겠다"며 한마디 했고, 나는 "그래, 내가 키우면 다 죽더라"라고 대답했다.
내가 손대면 멀쩡하던 기계도 고장 나고,
회사에서 일하다가 잘 풀렸던 일들도 내가 가면, 어그러지는 경우처럼
식물도 내 손에 들어오면 더 살 수 있는 인생을 나로 인해 덜 사는 것처럼 느껴져, 은근히 미안했다.
어쩌면, 아이를 낳고자 하는 생각이 없는 것도 이 생각과 같은 연장선상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집을 이사하고 나는 또다시 "식물을 샀다"
이번엔 남향집에, 더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대기업 다니는 동생 덕에, 이사 이후 이런저런 선물과 함께 식물을 선물 받았다.
다육, 식물, 사실 종류는 잘 모르지만 여러 종류를 섞어서 사버렸다.
빛을 충분히 받아서 그런지, 이럭저럭 잘 자라고 있는 줄 알았지만
그 사이 2분은 운명을 다하셨고, 나머지 3분은 엄청나게 잘 자라고 있다.
그 나머지 3개의 식물은 "다육"인데, 특히 관리를 하지 않아도 햇빛만 받으면 잘 자란다는 종이라고 한다.
어제 그 다육이 부쩍 큰 모습을 보면서, 물을 주는데
정말이지 뿌듯했다.
식물은 잘 죽이지만, 다육은 잘 기른다. 그렇듯, 그냥 나에게 맞는 식물이 있는 거겠지.
나에게 맞는 사람이 있고, 나에게 맞는 일이 있는 것처럼.
그저 나의 손에 들어오면 생을 마감하는 식물이 많다고 여겼지만,
나의 손에 들어와서 잘 자라는 아이들도 있겠지, 이렇게 많이 큰 선인장처럼.
나에게 맞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나를 남에게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지만
이 다육 하나로, 나에게 맞는 게 더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걸 알게 한 소소한 밤이었다.
*비 전문적인 식물 관련 지식이 있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