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a 직장인은 키보드가 좋으면 일이 더 잘될까
일을 하다 보면 뭔가 공부했을 때 학용품에 욕심이 나듯 사무용품에 무한한 욕심이 생긴다.
특히, 옆 사람의 옥구슬 굴러가는 키보드 소리나 손이 보이지 않는 현란한 마우스는 뭔가 내 업무시간을 스마트하게 만들어주고 시간을 단축시켜줄 것 같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여기에 디자인까지 예쁘면 화룡점정인데 마음 속 깊이 내게 저 키보드만 있으면 오늘은 정시 안에 퇴근하고 남들보다 메일을 3개는 더 쓰면서 보고서를 완성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면 어느새 부러움을 가득 안고 검색에 들어가게 되는데
좋은 건 더더 좋은 제품을 연관 검색어로 보여주고 어느새 나는 '이렇게 통장을 털어도되나'라는 상태로 나름 가장 합리적인 중간 단계의 키보드를 결제한다.
그리고는 결국 누군가 내가 사지 못 한 키보드를 신나게 두드리는 걸 보고 매몰비용이라 합리화한 뒤 나도 이어서 결국에는 비싸고 좋은 키보드에 안착하게 되는,
직장인이라면, 아니 키보를 두들겨야만 하는 사람이라면 결국 키보드의 마법에 빠져 언제쯤 깰지 모르는 현재에 갇힌다.
지금 내가 이렇게 갑자기 키보드에 대해 열변을 토하게 된 것도
어제까지만해도 별 생각 없이 기본 키도르르 쓰다가 갑자기 옆 팀의 책임님이 내게 "이 키보드 한 번 써볼래요?"라며 너무나 좋은 키보드를 소개해줬고 거기에 내 손을 가져다두니 뭐라도 써야할 것만 같아서 이렇게 브런치를 열게 되었다.
이렇게 뭐라도 쓰고 싶고, 어떻게든 키보드의 청량한 소리를 듣고 싶게 되는 걸 보면 확실 키보드란 직장인에게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다.
참고로 이렇게 내가 피아노 연주하듯 작성하게 만든 키보드는 "듀가드 K330w"로 색상은 녹색이다.
정말 써보면 뭐랄까 한 줄이라도 더 써야할 것 같고 그래서 이 키보드 소리를 사무실에 들려주고 내가 들어야할 것 같은 기분이다. 예쁘기도 참 예쁘고 기본 키보드로도 일은 했던 것 같지만 이제는 이 녹색 키보드가 아니면 일에 능률이 오를 것 같지 않은 기분에 빠진다.
다만, 작은게 장점인만큼(마우스를 바로 붙여 사용할 수 있으므로) 방향키가 따로 없어 Fn(펑션키)를 눌러야 별도의 방향키로 작업이 가능하며, 숫자키를 자주 쓰는 사람이라면 이 키보드는 적합하진 않다.
예쁘고 맑고 고운 소리를 좋아하면서 무선인 기계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주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근데 문제는 내가 소개 받은 기계식 키보드는 현재 이 친구밖에 없어서 다른 사용 후기를 남길 수 없는 점이 안타깝다.)
내가 기계식 키보드에 너무 빠져서 여러 소음을 내고 있으니 책임님이 두 번째로 추천해준 키보드는 "로지텍 MX KEYS"다.
이 키보드는 짙은 회색의 세련미를 가지고 있으나 거의 소음은 발생하지 않고 무려 방향키와 숫자키도 모두 구비하고 있다. 기존의 키보드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세팅되어 있어 새로 적응하거나 배울 필요는 없으나 위에 내가 쓴 자그마한 키보드보다는 큰 느낌이고 키감도 좋지만 청량한 소리가 나지 않아 역시 아쉽다.
위 두 키보드는 모두 C타입으로 충전하여 사용하는 무선 키보드다. (블루투스 키보드)
갑자기 너무나도 글을 쓰고 싶고, 잠시나마 메일이라도 더 쓰고 싶은 기분을 만들어준 옆 팀 책임님에게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오늘의 회사 일지, 아니 사무용품에 대한 고찰을 마무리한다.
"저는 사무용품이 좋으면 그래도 메일을 하루에 3개는 더 보내는 능률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