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근본은 무엇일까
우리는 대부분 태어나서 '내가 누구인가'를 생각하는 '누구'에는 기본 인적사항에 대한 의문은 해당사항에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삶에 그런 고민이 없다는 것 자체가 한 가지 문제를 이미 풀고 나온 복 받은 것이 아닐까.
세상에는 수많은 물음과 수많은 고민이 존재하고, 사람에 따라 고민이 10개인 사람과 100개인 사람처럼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늘 되도록 아무 생각 없이 행복해지고만 싶은 사람이 많겠지만 태어남 자체부터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이 소설은 문학동네 청소년 소설로 10대의 학생들이 나오는데, 읽다 보면 비록 내가 성인이여도 생각하게 되는 게 많은 것 같다. 여기에 나오는 함의들은 성인이 되어도 풀 수 없는 주제들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심에는 유리가 있다.
그리고 참치김치찌개를 좋아하는 연우가 있고, 할아버지가 있다.
가족의 형태가 다양한만큼 여러 관계의 사람들이 결국 가족이란 울타리속에서 함께 하고(사실 가족보다는 동반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10대에 맞게 고민의 시작과 끝엔 친구들도 함께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소설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담임 선생님 고향숙까지.
소설은 생각보다 빠르게 잘 읽히고, 사심이지만 하얀 종이 질을 좋아하는 나로는 넘기는 재미로도 읽었다.
이 책의 캐치 프라이 같은 문구는 "과거를 싹둑 끊어 내면, 나의 내일은 가뿐할 텐데."이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과거를 생각처럼 가위로 싹둑 끊어낼 수 없고, 그래서 과거가 해결되지 않거나 아직도 질문지인 상태로 고민만 깊어 간다는 의미다.
나는 이 소설을 읽고 유리도 과거를 끊어내지는 못 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는 과거를 끊어내는 게 아니라 실타래처럼 계속 풀어가는 과정같다.
할아버지도 과거를 다 끌어 안고 살지만 딸의 죽음 이후 달라지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든 풀어나가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었고, 유리도 연우를 만난 뒤 자신의 과거를 뒤로 숨겨버리는 게 아닌 어떻게 풀고 마주하는지를 알았다고. 그래서 사람은 작은 용기를 줄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할뿐이고, 우리는 결국 좋으나 싫으나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의 '내'가 존재하는 것 같다.
어디선가 할아버지와 유리, 연우가 따뜻한 밥을 먹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