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일기] 새해의 출사표

by 김삶
2025년 2월 3일. 오전 4시 30분에 집을 나섰다. 이태원 맥도날드에 가서 드립커피를 한잔 마셨다. 서울은 잠들어 있었다. 나는 내게 말했다. 일어나야 해. 갈 길이 머니까.

꼼지락거리다가 출근버스를 놓쳤다. 하릴없이 시내버스를 탄다. 회사에 일찍 가서 일기를 쓰려고 했다. 책상 서랍 맨 아래에는 씽크패드 X220i가 있다. 평소보다 회사에 늦게 도착할 것이다. 우회경로를 모색한다. 시내버스를 작업공간으로 만들어 버리겠다. 2024년 백자일기를 실험했다. 225편을 썼으니 그림일기 형식이 안착했다. 출근버스를 놓친 김에 픽셀6로 일기를 쓰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우연에서 새로움이 태어난다. 최적화는 당연하겠지만 전략은 필수적이다. 새로운 전략을 탑재한다. 이렇게라도 혁신을 실험하겠다.


640번 버스를 타고 741번으로 환승했다. 741번은 회사를 지하터널로 지난다. 회사를 지나친 다음 10분 이상 걸어서 내 자리로 갈 것이다. 몸을 움직여야 한다. 살이 붙었다. 욕망을 절제해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헤세의 싯다르타를 흉내낸다. 내가 내 안의 나에게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나는 금식할 수 있습니다. 나는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는 기다릴 수 있습니다. 생각은 최적화다. 기다림은 전략이다. 금식은 혁신의 과정이다.


나는 지금 최적화에만 매몰되어 있다. 1년 간 만든 루틴에 기대려고 하고 있다. 틈틈이 전략을 실험해야 한다. 힌트는 언제나 그렇듯이 아침에 있다. 오늘은 어쩐 일인지 4시쯤 눈이 떠졌다. 더부룩한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1천원짜리 드립커피를 마시러 갔다. 어떠한 음악도 듣지 않았다. 55분 걸려서 맥도날드에 도착했다. 나는 커피를 마시며 만기된 돈을 찾아 새로운 예금상품에 가입했다. 고상한 척 하려면 돈에 철두철미해야 한다.


2025년 내 테마는 무엇인가. 2025년 내 화두는 무엇인가. 생각하며 기다리며 금식하며 궁리하겠다. 절실한 마음이 드는 까닭은 내가 나에게 조금 더 전념해야 한다는 자각 때문이다. 술과 음식을 줄여야 한다. 사람 만나는 일도 줄여야 한다. 김훈의 말처럼 누가 나를 치켜세운다고 내가 고상해지는 게 아니다. 누가 나를 폄훼한다고 내 가치가 훼손되는 것도 아닐 테다. 철저하고도 치밀하게 거대한 우주 속 단독자의 길을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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