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일기] 나는 죽는다

by 김삶
퇴근길. 장엄한 풍경이 내게 다가왔다.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셔터를 눌러댔다. 나는 거대한 우주의 일부다. 그 사실을 염곡사거리서 깨닫는다. 삶이 죽음이다. 죽음이 곧 삶이다.

꿈에 아버지가 나타났다. 나는 아버지를 말리고 있었다. 나는 눈물을 흘렸고 아버지를 얼싸안았다. 아버지가 보고 싶다. 흔들릴 때마다 당신을 떠올린다. 무의식적으로 어떤 계기가 있었을 것이다. 강릉에 다녀왔고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나는 내게 필 나이트 <슈독>의 문장을 인용해서 물었다. “저게 나야? 지금도 내가 저래?(This is me? Still?) <슈독> 번역본과 원문을 비교하며 답을 찾는다.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을 의미있게 만들어야 한다. 목적 지향적으로. 창의적으로. 중요하게. 무엇보다 남다르게...


meaningful, purposeful, creative, important, different라는 형용사를 썼다. 내 아버지가 딱 그랬다. 아버지는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싶어한 사람이다. 아버지는 원대한 목표를 품고 살았던 분이다. 아버지가 남긴 글을 보면 그는 창의적이었다. 중요함과 그렇지 않음을 항상 구분하고 본질에 집중하려 했다. 무엇보다 그는 남달랐던 인간이다. 그렇다고 아버지에게 과가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공이 훨씬 많이 아들에게 남았다는 점에서 나는 아버지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나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는 만 41세를 살았다. 운이 좋으면 내가 산만큼 더 살 수 있을까. 아침 잠자리에서 ‘죽음에 대한 명상’을 1.5배속으로 들으며 잠을 깼다. 나는 죽는다. 나는 언젠가 죽는다. 나는 나의 죽음을 담담하게 맞이할 것이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그 시간을 내 아버지처럼 당당하게 맞이하겠다. 나의 아버지처럼, 스티브 잡스처럼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죽겠다. 그러기 위해 나는 나의 오늘을 의미있게 보내야 한다. 나는 나의 오늘을 목적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나는 나의 오늘을 창조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나는 나의 오늘에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해야 한다. 나는 나의 오늘을 무엇보다 남다르게 살아야 한다. 나의 2025년은 2월부터 시작이다. 스퍼트를 내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천자일기] 새해의 출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