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자일기] 내게 키보드는 서핑보드

by 김삶
새벽 4시 반 눈을 떴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왔다. 24시간 문을 여는 이태원 맥도날드 가는 길. 난 아무것도 귀에 꽂지 않았다. 새소리와 나무소리와 공기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침에 산책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지하창고에 들렀다. 찾던 크로스백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블루투스 키보드를 하나 발견했다. 로지텍. 얼추 7, 8년은 된 모델. 나는 이를 챙겨서 집으로 올라왔다. 배터리를 갈고 전원을 켠다. 고맙게도 연두색 불이 들어온다. 작동을 확인한 김에 오백자 일기를 쓰기로 마음 먹는다.


지난 한 주는 온라인 상에 어떤 글도 남기지 못했다. 사적인 커뮤니케이션 말고 공개된 자리에 쓰는 글 말이다. 그만큼 집중했다. 그만큼 몰두했다. 그만큼 전념했다. 나는 초고를 완성했다. 하루이틀 묵혀 두었다가 문단갈이에 들어갈 것이다. 출처를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넉넉하게 잡아 7월이면 원고가 완성된다.


새로운 기회를 모색했다. 어머니의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출판사에 보낸 편지에 답장을 받았다. 위기마저 기회로 만들었다. 나는 내가 꿈꾸는 방식으로 삶을 구성해나갈 것이다. 출판은 공저 형태가 된다. 이것도 새로운 도전이다. 내가 판을 만들었고 그 판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초청했다. 이번 책이 기대된다. 기존과 다른 물꼬를 트는 작업이 될 것이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새벽에 이태원 맥도날드에 다녀왔다. 천원짜리 아이스커피를 한잔 마셨다. 미국 근무 시절에도 1달러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이는 한국에 와서도 계속되고 있다. 나는 나를 완성하겠다는 일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나는 성공을 꿈꾼다. 그 성공은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을 매일매일 실현하는 것이다. 오늘도 내게 무대가 주어졌다.


이번 여름은 특별한 휴가를 가지 않는다. 매진하고 있는 원고 작업을 마무리하고 광주에 가서 영어로 발제할 것이다. 어떤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나는 마다하지 않겠다. 지난주 경주 출장에도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다. 속이 쓰렸지만 이것마저 나는 기회로 만들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또다시 편지를 보냈다. 답장을 기대한다.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길을 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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