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근버스를 놓친 김에 1000자 일기를 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 내게 주어진 환경에 대응해 나가겠다. 그게 내 삶의 방식이겠다. 어머니 수술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지금 머리가 개운치 못하다. 한달쯤 됐다. 감기 같기도 하다. 감기치고는 길다. 맥주를 마시지 않고 있다. 어제는 커피도 입에 대지 않았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폭식을 했다. 몸무게가 늘었다. 한강을 걷고 왔다. 반신욕을 했다. 여전히 머리가 개운치 못하다. 이상하다.
어제는 점심에도 잠깐 낮잠을 잤다. 저녁에도 일찍 잠에 빠졌다. 잠을 많이 자는데도 피로하다. 내 몸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축 처지게 된다. 그럼에도 글을 쓰고 있다. 짧지 않은 인생에서 언제나 돌파구는 글이었다. 나는 글로 일가를 이룰 테다. 그렇지 못하다면? 어쩔 수 없지 뭐.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하는 행위는 아니다. 나는 나의 충만함을 느끼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을 나의 일기가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다. 지금 쓰는 글은 누군가를 상정하고 쓰는 것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의 진실이 여기 담겼다고 믿는다.
어머니는 곧 일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모든 게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나는 온힘을 다해서 대응했다. 배턴을 누나에게 넘겼다. 서울로 돌아온 나는 내가 해야만 하는 일에 최고의 선을 다할 테다. 이번 여름은 특별히 휴가를 가지 않는다. 이야기되고 있는 출간작업에 힘을 쏟는다. 5년 가까이 관심을 쏟아온 주제에 대해서 정리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괜찮은 테마의 시리즈를 발견했다. 10가지 소재를 뽑아서 출판사에 보낼 것이다. 몰두하고 싶은 일을 발굴하고 있다. 내 삶을 이끌어가는 동력은 글쓰기다.
지난 주말에는 해프닝이 있었다. 모르는 이에게 메시지가 와있었다. 익명에 기댄 이였지만 오래지 않아 누군지 알아냈다. 나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요즘 들었던 장자수업처럼 무대응으로 대응했다. 이럴 때마다 떠올리는 노래는 유재하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이다. 노래 가사에 나오는 "이제와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 하나. 귀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 보면 그만인 것을" 부분을 좋아한다. 아무것도 보태지 않는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내버려둔다. 지금 나의 존재가 지금껏 살아온 나를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