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를 일깨우기 위해 쓴다. 커피를 마신다. 일요일 아침, 이른 시각이다. 평일이라면 전혀 이르지 않겠지만 휴일이라 스타벅스에 사람이 적다. 나 말고 글쓰는 이가 한 명 더 있다. 그는 F자 욕설을 남발한다. 간헐적으로 소리치지만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다. 미국이라 그런가보다. 조금은 모호한 감정을 이어가고 있다. 마당 장도 임기말이라 레임덕이 다가와서 그럴지 모른다. 그의 정치적 판단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후임이 승진해서 이어받는 작전을 짰지만 현실성 있어 보이지 않는다. 직원들 승진 문제도 그랬다. 조금 거리를 두면서 객관적 접근인지 고찰해봐야겠다. 정신으로 업무로 독립하고 있다.
<인사이트를 위한 인사이트>, <인사이트에 대한 인사이트>라는 제목으로 한 편 써볼까 생각 중이다. 마당 장의 폄하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나만의 것을 떠올렸다.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들이받는 식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다. 반드시 할 이야기가 이미 많다. 지면을 낭비하지 않겠다. 8월은 <박인환을 아시나요>로 시작해 국가정체성을 다루는 이야기를 쓸 계획이다. 혁신, 갱신, 경신에 대한 담론도 풀어내겠다. 미국에 와서 많은 물질적 비타민을 먹는다면 정신적 비타민을 어떻게 흡수하는지 둘러서 말하겠다. 나의 허위와 내 주변인들의 정체함에 대해서 성찰하겠다. 홍세화 씨가 말했듯이 한국사회의 대다수는 어느 시점이 되면 완성된 인간으로 살아간다. 그렇다고 프랑스와 미국을 비롯한 서구를 이상화하고 싶지는 않다. 절대적 관점에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과정을 거치겠다.
장기하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아내가 완독한 책을 이어받아 읽는다. 에필로그와 마지막 에피소드를 읽었다. 앞과 뒤를 어느 정도 읽은 것이다. 집중해서 봐야겠다. 다음 책작업을 위한 힌트를 얻으려는 심산이다. <실리콘밸리 스케치>를 주제목으로 한다고 가정하자. 부제는 ‘혁신의 중심에서 자기혁명을 외치다’ 정도가 될 것이다. 나는 자기혁명의 길을 가고 있다. 실리콘밸리 스케치 칼럼은 7월까지 해서 9편을 썼다. 열 번째 원고는 박인환에 대해 쓸 것이다. 2300자 내외의 글을 준비하고 있다.
7월까지 KDI 나라경제에 기고할 글도 마무리해야 한다. 마당 장의 원고를 훑었다. 천편일률적인 내용이었다. 나는 철저히 다르게 갈 생각이다. 개성을 살려야 한다. 실리콘밸리 1년 반을 정리하는 내용이 될 것이다. 결국은 혁신에 대한 해석을 내놔야 한다. 개발에 대한 색다른 접근을 다뤄야 한다. KDI는 한국개발연구원이다. 개발에 대한 내용, 선진에 대한 고찰을 담아야 한다. 방식은 혁신에 대한 나의 성찰이다. 인사이트를 위한 인사이트를 소재로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인사이트를 위한 인사이트, 혁신: 갱신과 경신, 개발도상국과 개발도달국, 문화로 산업을 바라보기 등 내가 그동안 다룬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풀겠다. 동료의 말대로 종합적으로! 3500자 글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찾아보겠다. 매체가 KDI라는 점을 십분, 백분, 만분 살리겠다. KDI 나라경제나 한겨레 월간지에 쓰는 글은 더 깊이가 있어야 한다. 이 점을 명심하고 작업에 돌입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