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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의 마음

by 김삶

오랜만에 쓰는 아침일기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일들이 몰아쳤다. 폭풍우에 맞서서 잘 이겨냈다. 승리한 사람의 마음가짐을 품고 다시 일기를 쓴다. 노트북을 바꿨다. 아침일기를 쓸 때는 타자기의 느낌을 살려서 씽크패드의 X220i를 쓰려고 한다. 미국에 오기 전 한국에서 근무할 때 중고로 샀다. 13만원을 주고 받아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워드프로세서 이전에 쓰던 타자기의 느낌이 나서 좋다. 글은 손끝으로 쓰는 것이다. 손맛으로 글을 쓴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쓰면서 생각해나가는 쪽이라고 했다. 나 역시 큰 구상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하루키의 말을 빌려서 쓰면서 생각을 다듬고 있다고 합리화하고 싶다.


에너지를 회복했다. 한국에서 손님들이 왔다. 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나의 가치와 존엄을 살리면서 손님들을 대접했다. 무작정 저자세로 접근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넌지시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이렇게 남다른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나는 불변하는 가치를 찾고 있습니다, 나는 진리를 찾아서 나아가고 있습니다, 무언으로 항변하고 싶었다.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게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으로 남았을 것이다. 평소에 내가 어떤 태도와 자세로 일하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었다. 평소에 근기를 쌓았던 것이 도움이 됐다.


2023년을 뒤늦게 시작하고 있다. 나는 이제 새해가 다가온다고 느낀다. 연말연초에는 쫓겨서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시작할 수 없었다. 바쁜 일들을 끝낸 지금 나는 차분하다. 39세의 생일도 지난 지금 나는 다시 결의를 다진다. 올해 나는 실리콘밸리 근무를 마무리할 것이다. 올해 나는 책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다. 세 번째 책을 내는 작가가 될 것이다. 이란으로, 산티아고로 시장에 나갔지만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했다. 이란 책은 공을 많이 들였고 산티아고 책은 나를 위해서 썼다. 책작업을 하면서 나를 회복했다. 세 번째 책은 보다 접점을 넓힐 생각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지속한 자기혁명을 다룰 계획이다. 어렴풋이 생각한 출판사가 있었다. 본격적으로 접촉을 해야 할 시점이다. 움직이자.

위대함을 추구하는 이에게 위대함은 어디에나 있다. 2021년 여름, 미국생활 1년차에 나이키 본사로 여행을 떠났다. 나이키가 새긴 국가대표의 마음이 나에게 남았다. (촬영: 김삶)

2023년 나는 비약할 것이다. 딱 1년 남았다. 만 1년동안 후회없이 나를 쏟을 생각이다. 이번 출장단을 맞이하며 인연을 맺은 선배가 있다. 선배가 내게 자랑스럽다는 말을 해줬다. 커다란 격려가 됐다. 나는 국가대표의 마음을 품고 있다. 인물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인물이 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나는 60억명 중 유일한 인물이 될 것이다. 아니 그런 인물로 살 것이다. 무엇이 되는 삶은 내게 의미가 없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진리를 추구하겠다. 대한민국에 잔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 되겠다. 그렇게 살 것이다. 2023년 나는 미국근무를 마무리할 것이다. 한국사회가 의존하는 방식으로 미국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시각으로 미국을 정리할 것이다. 지배받는 지배자로서 미국을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이지만 실용적인 눈으로 미국의 정수를 최대한 뽑아낼 것이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해낼 것이다. 나의 2023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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