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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포 Apr 03. 2024

맥베스의 교훈과 '조국' 현상

맥베스와 리더의 조건

<Macbeth, John Martin(1820)>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의 하나인 맥베스,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가 있다. 이 작품이 인간 본성의 핵심적 측면들, 즉 권력, 욕망, 도덕성, 운명 등을 시대를 초월해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제들을 통해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귀중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맥베스의 권력 쟁취 과정, 집권 이후의 행보, 그리고 그의 몰락까지를 문학적 상상력을 곁들여 현대 사회와 정치에 비추어 보고자 한다. 

 

첫째로, 맥베스는 반대 세력을 진압하며 큰 공을 세웠고, 그로 인해 왕의 신임을 얻어 중책을 맡게 된다. 이는 현대 관료가 공을 세우고 승승장구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예를 들어, 외곽으로 떠돌던 인물이 중앙 지검장으로 발탁되고 이어 검찰 총장으로 승진하고 그 과정에서 보이는 능력 이상의 야망이 그 예이다. 주어진 권한을 권력의 정점에 서기 위한 디딤돌로 삼는다.

 

둘째, 맥베스는 세 마녀의 주술, “장차 왕이 되실 맥베스 만세”라는 말을 믿고 왕위를 차지하기 위한 길을 걷는다. 때로는 현대 정치인도 자신만의 주술적 예측을 굳건히 믿고 실행하기도 한다. 손바닥에 ‘왕’ 자를 쓰고 TV 토론을 하면 당연히 구설수를 예상했을 텐데 전혀 개의치 않았다. “왕이 될 상”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라고 주장하고 이후에도 역술인 관련 소문이 끊이질 않는다.

 

셋째, 문제적 부인이 있다. 맥베스 부인은 맥베스보다 더한 권력욕을 가졌다. 맥베스가 거사를 망설이자 이렇게 말한다. "그런 계획을 추진했던 당신이야말로 대장부다운 사나이였지요." 그리고 충고한다. "순결한 꽃처럼 보이되 그 밑에 숨은 뱀이 되세요." 그녀는 잔소리하는 아내임과 동시에 교묘한 책략가가 되어 남편을 부추긴다. 그녀는 이 역할을 치밀하게 이용하여 "중요한 일의 파트너"의 위치로 끌어올린다. 작품 속의 이야기다.

 

이런 과정을 통해 왕관을 쓴 맥베스, 이후에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했을까? 불행하게도 아니었다. 맥베스는 왕관을 쓰고도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는 인물들을 제거하기 시작한다. 유능하고 충성스러운 벵코를 살해하고 맥더프가 도주하자 그의 처자식을 도륙했다. 맥베스는 지나치게 단순하고 충동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었기에 왕관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 그 결과 나라가 혼란에 빠지고 내란이 일어난다.

 

불안한 맥베스에게 위안이 되는 말이 있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마녀의 말이다. “맥베스는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 거대한 버남의 숲이 던시네인의 언덕을 향해 와 그를 공격하기 전까진.” 맥베스는 숲이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는 한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언을 믿었다. 그러나 맥더프의 교묘한 전술, 즉 군사들이 나뭇가지를 들고 이동함으로써 숲이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 작전에 의해 전복된다.

 

어떻게 ‘버남의 숲’이 움직인단 말인가? 이 숲의 움직임은 맥베스의 종말을 예고하는 결정적 순간을 상징한다. 이러한 극적 전개는 현대 정치, 특히 '조국 현상'과 비교될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재기 불능 상태로 빠졌다고 여겨진 조국이 극적으로 부활했으니 말이다. 피상적인 생각으로는 버남의 숲이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것처럼, 조국 현상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다시 등장한 조국은 ‘움직이는 숲’과 같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방법으로 거대한 태풍을 일으키며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보수의 텃밭으로 여겼던 PK 지역마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한 달 밖에 안 된 신생 정당이 왜 이런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맥베스가 교훈을 주고 있지 않을까. 셰익스피어의 또 다른 작품 “헨리 4세”에 나오는 경구로 마무리한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 은펜칼럼(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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