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얻을려면 전략이 필요하다
시라노 연애조작단(Cyrano Agency, 2010)
감독 김현석, 출연 엄태웅, 이민정, 최다니엘, 박신혜
연애에 서투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애에 성공하도록 이어주는 ‘시라노 에이전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스토리다.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벨주락’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졌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도 다른 사람의 사랑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 중심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수작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해주는 영화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여기선 스타트업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연극을 하던 사람들이 연극이 잘 안되자 새로운 살길을 모색하려 만든 사업체가 시라노 에이전시다. 사업적인 측면에서 말하면 핵심 역량을 활용한, 일종의 피봇이라고 할 수 있다. 극단 출신이라서 사랑에 대한 대본도 잘 작성하고 연기 지도도 잘한다. 말 그대로 연애조작을 해서라도 사랑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이 사업의 미션이다.
연애와 스타트업, 마음을 얻을려면 전략이 필요하다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나 고객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무조건 들이댄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해도 안 되는 때가 많다. 여려가지 전략이 있으나 여기서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 연구소에서 만든 NABC 평가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NABC는 미국 실리콘 밸리 등에서 기술기반 창업들이 시장 진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개념이다. NABC는 4가지 핵심 요소 – Needs, Approach, Benefit, Competition으로 구성됐다.
NABC의 4가지 요소를 질문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목표 고객은 누구인가?
어떠한 해결책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고객은 어떠한 편익과 가치를 얻는가?
경쟁자와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이를 영화에 대비하여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Needs 고객 및 시장의 니즈를 발굴
- 그녀는 누구인가? --> 라이프스타일, 직업, 친구관계, 취미, 기호 등
- 어떤 니즈와 불편을 갖고 있는가? --> 과거 사랑에 대한 트라우마
Approach 니즈는 전달하는 독특한 접근법 발견
- 그녀의 니즈를 해결해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 해결책을 전달하는 독특한 방법은?
-->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을 한다.
--> 대본으로 연습한다. 실시간 코치를 받는다.
Benefits 고객의 비용 대비 편익가치 극대화
- 고객에게 제공하는 편익과 가치는 무엇인가? --> 진정한 마음
- 그 편익으로 고객의 행동 변화는 무엇인가? --> 그녀의 사랑
Competition 경쟁자보다 우월한 가치 제공
- 경쟁력은 무엇인가? --> 진실한 마음 + 에이전시의 도움
- 내 사랑의 경쟁자는 누구인가? --> 의뢰인, 대표의 과거
‘시라노 에이전시’가 중시하는 방법은 NABC 접근법 중 처음 2가지 요소, Needs와 Approach이다.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목표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해결책, 그리고 그 해결책을 전달하는 독특한 방법이 있어야 한다.
고객 페르소나(persona)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자 할 때는 '고객 페르소나(persona)'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페르소나는 ‘가면’, ‘인격’을 뜻하는 그리스어로 주로 영화감독이 자신의 분신을 나타날 때 많이 쓰는 표현이다. 마케팅에서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 웹페이지를 사용하는 다양한 사용자들의 특징을 대표하는 가상의 모델을 가리키는 말이다.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할 때 이 가상의 고객을 타깃으로 정해두고 그 고객의 기본 프로필, 성향, 개성, 사용하는(혹은 선호하는) 미디어 채널, 주요 온라인 활동, 제품 선호도 등을 파악해서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영화에선 특정 인물이 목표이기 때문에 더 파악하기가 쉽다. 첫 고객(송새벽)의 사례를 보자. 먼저 상대(류현경)에 대한 취향, 성격, 행동 패턴을 철저히 분석한다. 그런 다음 패션과 상황에 맞는 멘트까지 연습을 하게 하여 이상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현장 코칭도 실시한다. 실제로 커피숍에서 관심을 끌도록 행동하게 한 다음, 비 오는 날 우산 빌려주기로 결정타를 날린다. 비 오는 날 하나밖에 없는 우산을 씌워주고 본인은 첼로 통을 쓰고 가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경쟁과 갈등을 통해 역동성이 창조된다
3번째 요소와 4번째 요소인 편익과 경쟁력도 중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경쟁자와의 차별화이다. 연애에서나 사업에서나 경쟁자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녀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또 다른 사람이 반드시 있다. 영화에서도 에이전시 대표와 의뢰인이 한 사람을 두고 경쟁하게 되고 갈등 상황이 연출된다. 좋은 스토리의 역동성은 갈등을 통해 창조되듯이 이러한 갈등 상황이 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이다. 소설가 한승원은 <소설 쓰는 법>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려면 등장인물들 사이에 갈등 대립이 치열하게 일어나야 한다. 갈등 대립이 치열해야 이야기와 서술하는 문장 하나하나에 탄력이 생기게 되는 법이다.”
경쟁상황은 비즈니스 상황에선 더 하다. 아이디어는 단지 시작일 뿐이다. 자기와 비슷한 아이디어로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적어도 20명은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 마케팅에서 차별화 전략이 핵심이다. 같으면 죽고 달라야 산다. 그리고 더 빨리, 더 잘하고, 더 오래 버텨야 한다. 이 중에서 오래 버티는 것, 지속가능성이야 말로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존버 정신'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스타트업 사업계획 발표 현장에 가보면 경쟁자에 대한 정보가 빈약한 창업자가 너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경쟁자가 누구냐?"라는 질문에 "나 자신이 경쟁자"라고 대답하는 창업자도 있다. 멋진 말이라고 생각지 모르지만 현실성이 없는 말이다. 시장에 나가서 검증을 해보지 않았다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헤비급 권투선수였던 마이크 타이슨이 이런 말을 했다.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대 처 맞기 전에는." 사각의 링보다 시장에서의 경쟁이 훨씬 치열하다.
스타트업 사업계획 수립에 관련해서 목표 고객과 시장을 설명하면서 자주 활용한 내용이다. 영화의 한 장면을 동영상으로 보여주고 설명하면 더 효과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