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는 곳이 길이다(feat.bravo my life)
강원도 양양의 정암해변 인근에서
“아들에게 부치는 편지”라는 이름으로 이 글을 쓴다.
아마도 “해변 뷰”를 염두에 둔 듯한,
작은 소극장처럼 만들어진 까페 2층에서
무대 뒤 스크린 대신 정면에 걸린
커다란 유리창 너머의 파도와 바다와 사람을 본다.
그리고 내 옆에 네가 앉아있다.
조만간 이 글을 읽는다면
아하. 그때 거기 !
하는 기억이 무릎을 탁 칠 거다.
……
지난 주말, “대학 수시입학 박람회”에 다녀온 뒤로
너로 향해 여러 갈래로 뒤섞여 떠오르는 말들을
걸러내고 지우고 덧붙이느라 시간을 꽤 보낸 것 같다.
네가 이미 눈치챘는지는 모르지만
아빠는 학창 시절 내내 게으르고 불성실하며
뺀질거리기까지 했던 낙제생으로만 지내봐서
수능을 앞둔 너에게
뭔가 좀 근사하고 폼나게 본보기가 되어줄 수 있는 입장은 못 된다.
더구나 부모의 욕망을 자녀의 앞날에 투영한 채로
참견하고 채근하는 일도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요 며칠 간의 고민 아닌 고민이
아무 쓰잘데기없는 짓이었음을 오늘에야 알았다.
사실 올바른 방향으로 묵묵히, 씩씩하게
준비해 가고 있다는 단단한 믿음과 응원 외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니.
아빠는 그저 네가 행복하면 그뿐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로써 즐길 수 있는 인생이라면 그걸로 충분하다.
고단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과정도 결국
그 길을 향한 여정이자 너만이 가야 하는 길이다.
조만간 네 앞으로 봄날 햇살처럼 무수히 피어오를,
신비로운 우주와도 같을 미래를
반가이, 그리고 당당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지금처럼 담대한 걸음으로 나아가면 된다.
그런 너를 위해 아빠는
우리 집 냉장고 안에 싱싱한 삼겹살이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도 각별히 신경 쓸거다.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