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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의향기 Aug 07. 2024

2025학년도 수능, D-99

내가 가는 곳이 길이다(feat.bravo my life)


강원도 양양의 정암해변 인근에서

“아들에게 부치는 편지”라는 이름으로 이 글을 쓴다.


아마도 “해변 뷰”를 염두에 둔 듯한,

작은 소극장처럼 만들어진 까페 2층에서

무대 뒤 스크린 대신 정면에 걸린

커다란 유리창 너머의 파도와 바다와 사람을 본다.





그리고 내 옆에 네가 앉아있다.


조만간 이 글을 읽는다면

아하. 그때 거기 !  

하는 기억이 무릎을 탁 칠 거다.



……

지난 주말, “대학 수시입학 박람회”에 다녀온 뒤로

너로 향해 여러 갈래로 뒤섞여 떠오르는 말들을

걸러내고 지우고 덧붙이느라 시간을 꽤 보낸 것 같다.


네가 이미 눈치챘는지는 모르지만

아빠는 학창 시절 내내 게으르고  불성실하며

뺀질거리기까지 했던  낙제생으로만 지내봐서

수능을 앞둔 너에게  

뭔가 좀 근사하고 폼나게 본보기가 되어줄 수 있는 입장은 못 된다.

더구나 부모의 욕망을 자녀의 앞날에 투영한 채로

참견하고 채근하는 일도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요 며칠 간의 고민 아닌 고민이

아무 쓰잘데기없는 짓이었음을 오늘에야 알았다.

사실 올바른 방향으로 묵묵히, 씩씩하게

준비해 가고 있다는 단단한 믿음과 응원 외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니.


아빠는 그저 네가 행복하면 그뿐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로써 즐길 수 있는 인생이라면 그걸로 충분하다.

고단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과정도 결국

그 길을 향한 여정이자 너만이 가야 하는 길이다.

조만간 네 앞으로 봄날 햇살처럼 무수히 피어오를,

신비로운 우주와도 같을 미래를

반가이, 그리고 당당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지금처럼 담대한 걸음으로 나아가면 된다.


그런 너를 위해 아빠는

우리 집 냉장고 안에 싱싱한 삼겹살이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도 각별히 신경 쓸거다.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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